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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Mar 13. 2023

가성비를 안 따지고 여행했더니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갔다. 코로나 이후 처음이니 4년만일 거다. 당시에는 학생이어서 여행의 우선순위가 가성비였는데,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회사 대표랑 이야기하다 가성비 말고 원하는 만큼 쓰고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하는 것보다 50만 원 정도는 더 써보란다. 말이 50이지, 일본 여행에 50을 더 쓰는 건 생각보다 2배는 더 쓰라는 거다. 평소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이기에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성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1. 풍족함

여행은 늘 꼬인다. 티겟 날짜를 잘못 계산하기도 하고, 식당에 갔는데 생각보다 돈이 더 나오기도 하고, 노는 곳에 돈을 더 쓰기도 한다. 돈을 적당하게 가져가면 그게 하나하나 신경 쓰인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점심 정식 메뉴를 두 개씩 시켜 먹었고, 평소에는 먹지 않을 비싼 디저트나 5만 원짜리 저녁도 한두 번씩은 사 먹었다. 군침 흘리며 지나갈 곳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먹었다. 다녀와봤으면 좋았을 거라고 돌이켰을 그 순간들이 없어지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됐다.


2. 선물

여행에서 면세품이나 기념품을 걱정 없이 사 왔다. 술과 담배, 디저트와 닌텐도 기념품 등을 20만 원 치는 산 거 같다. 숫자가 20만 원이지 가성비 여행을 하는 사람에겐 3일 치 숙박과 식비 값이다. 살 때는 약간 떨렸는데, 사고 난 뒤에는 꽤 기분 좋았다.


애인과 가족, 지인들에게 줄 선물들을 잔뜩 샀다. 20만 원의 지출이지만, 그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주었다. 이건 20만 원 그 이상의 가치를 할 거다. 예전에 선물할 돈을 아끼려고 미개봉 신상품 따위를 검색하곤 했는데, 장족의 발전이다.

3. 경험확대

먹고 싶었던 먹지 않았던 걸 먹고, 하지 않았던 걸 했다. 바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식당에서 부족하면 더 시켜 먹었다. 그 외에도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했다.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으로 가능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고자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경험을 했다. 일본에 6개월 동안 웬만한 건 다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있으니 또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한국에서도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그러면 내 경험의 지평선은 더 멀리 뻗어나갈 거다.


그런 인식을 생기게 한 것만으로 '돈을 조금 더 써봐라'는 괜찮은 조언이었다. 당분간 점심은 라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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