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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Oct 07. 2023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서비스

기계가 줄 수 없는 그 무엇

가끔씩 친절한 가게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친절은 서비스정신, 단순한 친절이랑은 약간 다른데, 마치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우받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은 감동마저 받으며 그 가게의 정신까지 보여주는 듯해 한번씩 떠올리면 웃음을 나게 하는 그런 행복한 기억들이다.


1. 서울역에 <드로우 에스프레소>라는 카페가 있다. 지금까지는 귀찮아 실명이나 직접 브랜드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글의 진정성을 위해 한번씩 언급하고자 한다.


서울역에서 약간 떨어진 카페인데, 유명세에 비해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애매한 위치, 밖이 다 보이는 통창의 풍경, 다양한 메뉴 구성, 특색 있는 디저트, 긴 테이블과 띄엄띄엄 있는 좌석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마음에 들었다.


특히 직원분이 정말 친절했는데 메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물론 목소리 톤과 바른 자세, 적당한 미소까지 더해져 2~3분의 응대를 받는 시간 동안 감탄이 나왔다. 애인과 자리에 앉아 조용히 '와 직원분 대단하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물론 거리가 있어 자주 가지는 못하겠지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중 하나다.

2. 용인시 수지구에 <어거스트 헤어>라는 곳이 있다. 장발머리 원장님과 아내분이 운영하는 곳이다. 3~4년 전 형과 자취할 때 애용했던 곳이다. 약간 마르고 스타일리쉬하게 입은 원장님을 보면서 장발의 꿈을 키웠던 기억이 난다. 스몰토크도 적당히 잘 해주셨고, 신기하게 그 스몰토크를 다음 번에 가면 꼭 기억해 다시 꺼내주셨다. 예전에 학원에서 알바할 떄 수강생마다 메모장이 있어 진상, 단골, 혜택 등 주의사항을 적어놨는데 그런 시스템을 이용하시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필자는 30,40대의 개인 매장을 가진, 목숨을 걸고 머리를 자르는 남자 원장님을 좋아한다. 그런 분들에게 자르면 실패는 없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 미용실을 부모님 집 근처에 있는 곳으로 대충 옮겼는데, 한 번은 그 떄 추억이 생각나 오랜만에 방문했다. 회사에서 40~5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2~3년만의 방문이었고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그 떄의 이야기를 다 기억하셨다. 물론 정확히 기억하시는 건 아니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이 다녀갈텐데 3년 전 고객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건 대단했다.

"그 떄 만나던 친구는 만나고 있어요? 지금은 회사 다녀요? 형은 그 때 그 일 계속 하시고?"

지금은 또 서울에 혼자 살아 다시 갈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본다.


3. 초밥을 포장하러 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 알바생이 있었다. 보통 이런 초밥집은 중년의 아주머니나 20대 남자가 많기에 의외의 광경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그 알바생이 싹싹하게 주문을 받고 주방에도 "특선 하나요!" 싹싹하게 전달하기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15분 후 다시 찾으러 갔을 떄다. "포장인데요" 라고 말했는데, 그 알바생이 입모양으로 '포장..' 이러고 마는 게 아닌가. 물론 초밥은 잘 나왔고, 맛있게 먹었지만 괜시리 기분이 이상했다. '포장이시죠, 포장이셨죠, 포장이세요' 뒤에 3글자만 더해 입으로 내뱉으면 서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은가? 아무튼.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이 조금은 과한, 우스꽝스러운 친절이나 존경어법이 아니라면 약간은 과해도 괜찮은 게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게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가게에서의 메리트고.


이런 사소한 거까지 따지는 걸 생각하니 꼰대가 다 되었나보다.


4. 국내 브랜드에서 꽤 많이 산 브랜드가 있다. 브랜딩이나 디자인, 품질, 소재 등도 있지만 서비스에서 꽤 감동을 먹은 경우도 있는데 <더패브릭>과 <데밀>이란 브랜드다.


<더패브릭>에선 네 가지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는데


첫 번쨰로, 인스타그램에서 댓글과 DM 등 소통을 잘해준다.

두 번째로, 고객이 좋아할 법한 이벤트를 자주 하는데 하루는 갑자기 DM으로 재밌는 이벤트가 있을 거라며 기대하라는 게 아닌가. 며칠 뒤 인스타그램을 보니 후기 잘 써준 고객에게 구매금액을 전액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금액을 고스란히 포인트로 돌려받았다. 10만원 가까운 금액이었는데, 감동을 받은 필자가 거기서 몇 개의 옷을 더 산 건 당연한 일이다.


세 번째는 옷을 하나 주문했는데, 주문 오래 기다려줘서 감사하다며 긴팔티를 하나 더 넣어준 일이었다. 프리오더라고 해서 당연히 기다렸고, 예정한 날보다 하루이틀 더 일찍 왔는데도 선물을 넣어줬었다. 가지고 싶었던 긴팔이었는데 지금도 감사히 잘 입고 있다.

마지막으로 택배가 하나 덜 와서 댓글로 남겼는데, 죄송하다며 바로 전화를 주신 게 아닌가. 전화 공포증인 필자는 누군지 몰라서 받지는 않았는데, 문자로 브랜드 대표라며 죄송하다고 바로 연락을 주신 거였다. 그 때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지금 그게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그런 중요한 일임을 알게 됐다.


지금은 옷 스타일이 조금 바뀌어서 구매한지는 좀 됐지만 그래도 인스타로는 유심히 보고 있다. 브랜드의 첧가이나 브랜딩의 방식 등 재미있어서 늘 자주 보는 곳이다.



짠돌이인 것처럼 적었지만 소비를 꽤 많이 한다. 잘게잘게 많이 하는 편이고 가격도 있지만 취향이나 선호도 꽤 있는 편이라 가끔 이런 글을 적을 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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