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1. 28살에 공공기관 나올 때는 매일매일 브런치를 적었는데 요즘은 그렇진 않다. 그 때는 뭐라도 해낼 자신이 있었고 돌아봤을 때 적었던 기록이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2. 물론 지금까지 시간 동안 논 건 아니다. 아예 안 논 건 아니지만 정말 직장인처럼 하루 6~8시간은 무언가를 했고 결과를 보려 했다. 주말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너무 중구난방해서일까 내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만족할 만한 결과는 없었다.
3. 그래서 이번에도 결국 혼자 살아남기에 실패할 거 같아 새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오랜만에 본 토익은 500점이고, 잡다한 경력은 이제 열정으로 치환되기에는 조금 빛이 빠진 거 같다. 애인이 없었다면 조금 불건전하고 꺼림직한 일도 했을 거 같은데 그러진 못하겠다. 이게 책임감일까. 친구들이 들으면 놀란다. 방해가 아니다. 나를 잡아주는 중심선 중에 하나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분인 거다.
4. 아직 어린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좋아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회사를 열정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인턴이라도 알아보고 있다. 짧게라도 일하면서 이런 일에 맞는 사람인지, 이 회사에, 이 업계에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 회사에 대한 영상이나 글도 찾아보고 있다. 회사 구내식당이나, 거기에 다니는 사람들의 느낌 등을 느끼고 있다. 아직 일도 좋아하면서 하고 싶다느니 이 따위 생각을 하는 거 보면 철이 덜 든 거 같긴 하다.
5. 사랑은 주고받는 거라는데 회사와 일에 대한 사랑은 많이 받기도 했지만 약간 고갈된 거 같다. 2달 동안 가족과 애인을 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만나고, 묵언수행하는 날을 보내고 있다. 나쁘지 않다. 비참하다기엔 너무 과장된 언어인 거 같고 약간 머쓱하다. 공무원 시험을 5년째 붙잡고 있는 친구의 마음이 이럴까? 미안하지만 그 친구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다. 부모님 핸드폰의 계정을 내 구글 아이디로 했으면 안 되는 건데 괜히 실업급여 어쩌구 이런 알림이 갔을까 걱정한다.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