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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Feb 03. 2024

회사에 보고를 올려야 해

효용감이 없는 일?

요즘, 가끔 회사에 대해 생각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말을 듣거나, 인터넷 기업 리뷰 같은 걸 읽다보면 꽤 많이 나오는 말이 '회의를 위한 회의', '의사결정구조' 등인데 문득 생각해보니 회사에는 보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1. 리더는 실무를 다 알 필요는 없다. 광고세팅법, 어쩌구법, 작동원리 등을 알 필요는 없을 거다. 대략은 알아야겠지만 만약 대표가 영업, 마케팅, 연구, 시설, 관리, 총무, CS 등까지 다 한다면 회사는 망하고 말 거다. 과로로 죽던가. 그래서 리더들을 결정권자라고 한다. 리더가 궁금한 건 목소리 톤을 어떻게 해서 영업률이 오르고 어쩌고가 아닌, 그래서 전년대비 어떻게 개선되었냐는 그 정도다. 그래서 내(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결정하는 역할이 대표다.


2. 물론 엄청 가시적인 성과나 개선을 이뤄냈다면 결정권자들도 그 디테일을 궁금해하겠지만 대부분은 아닌 내용일 거다. 유지, 보합, 전년대비 소폭 상승하강. 


여기서 리더와 실무자들의 괴리가 생긴다. 실무자들이 하루 9시간씩 한달, 반년을 쏟아낸 결과가 결정권자들에겐 한 장으로 끝나는 내용이다. 그 내용은 칭찬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다고 넘어갈 수도 있다. 뒤지게 혼날 수도 있겠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제대로 피드백을 못 받는다. 저 높은 사람도, 나 같은 사람도 같이 6개월 시간을 보냈는데 저 사람은 멋진 결정만 내리고, 나는 인정도 못 받는 실무만 하는 거 같다. 일하는 맛이 안 난다. 내가 내 일정과 시간을 만지고 있다는 효능감이 안 생긴다. 그런데 회사가 내 효능감따위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3. 어떤 직무든 마케팅 업무가 타 업무에 비해 지원자가 10배는 많다. 문과들이 마케팅 업무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거 같다. 쉽고 멋있고 가시적이다. 타 업무에 비해 효능감이 높다.


마케팅 하는 데 학벌이나 어쩌구를 요구하진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지만 마케팅 도구 만지는 법은 퍼블리나 유튜브에 다 나와있다.

캠페인이 어쩌구 소재가 어쩌구 간지도 난다.

성과도 가시적이다. 빠르면 하루만에 무언가 볼 수도 있을 거다.


직접 지원자로서도 그렇고, 현직자 커뮤니티를 봐도 마케팅 시장은 커졌지만 업무 자체로 할 수 있는 건 줄어들었다고 한다. 수십개의 탈락 문서를 보면서 업무나 회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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