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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Jan 21. 2024

2년만에 오는 손님을 기억하는 가게

너무 회의적일 필요는

이사오기 전 집 근처에 있던 한식집에 갔다. 거의 2~3년만이었다. 애인과 가서 신나서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여기 2년 전에 왔네 어쩌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사 오기 전에도 4~5번은 왔던 집인지라 할 이야기가 많아 밥 먹는 내내 그 이야기를 했었던 거 같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오랜만에 오셨다고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진짜 알아봤나 싶어서 놀라기도 했는데, 또 생각해보니 먹는 내내 이사갔네, 오랜만이네 떠들어서 아마 그걸 토대로 인사를 건내시나 싶어 적당히 대꾸했다. 그런데 애인은 깜짝 놀라면서 와 진짜 오랜만에 왔어요 어쩌구 맞장구치는 게 아닌가.


솔직히 사장님이 2~3년만에 온 사람을 기억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루에 100명이 온다고 해도 730일이면 7만명이 반복해서 왔다갔다 했을 거다. 누군가는 머리를 바꾸고, 누군가는 옷을 바꾸고, 누군가는 같이 오는 사람을 바꿔가면서 왔을 거다. 예전에 혼자 와서 2인분씩 먹고 가기도 했지만 그렇게 기억에 남을 손님은 아니었을 거 같다.


나가면서, 사장님이 참 센스가 좋다, 이야기하는 거 듣고 바로 저렇게 받아치시네 내뱉었다. 학원에서 일할 때도 프로그램에 저렇게 고객들 특징 적어놓고 응대하곤 했었거든. 미용실도 비슷할 거야. 그런 프로그램까지는 안 쓰시는 거 같은데 대단하시네. 애인은 회의적인 태도에 질리는 듯 했지만 사실 나도 꽤 기분이 좋았다.


어찌 됐든 사장님도 좋은 의도로 말을 꺼냈을 거고, 나도 다 알지만서도 꽤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누군가의 팬이 되고, 팬이 되어준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필자도 사실 비슷한 행동을 꽤 한다. 트렌드 파악이랍시고 박람회나 전시회를 자주 가는데 가면 한가한 부스들도 많다. 예전 회사에서도 일반인들은 누구도 오지 않을 거 같은 그런 주제의 박람회에 부스를 내서 꽤 민망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떄도 시간이 나면 다른 부스에 가서 신나서 본인 회사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저번엔 펫박람회에 갔다. 다들 자기만의 브랜드와 식품, 용품을 들고 온다. 물론 대다수는 그렇게 성공적인 브랜드는 아니다. 그래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팬이 있는 건 멋있는 거라고 생각해 필자도 거기에 맞춰주려고 한다. 애인과 친구에게 주려고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에 가서 '이건 뭐가 달라요?' '여기 저번에 인스타에서 봤는데' '저번에 하나 받아서 써봤어요' 하면서 샘플을 몇 개씩 받아왔다. 어차피 뿌릴려고 하는 샘플, 기분좋게 뿌리면 좋지 않겠는가. 이렇게 아는 척 해서 다가가면 대부분은 기분 좋게 떠들면서 나눠준다.


사람들을 기쁘게 해줘서 손해보는 일은 없으니까. 또 한편으로, 스스로 일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을 보며 에너지와 영감을 받아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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