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결부한 삶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떠돌고 이제는 좀 잠잠해졌다. 필자도 한 때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에 심취했고,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츠타야'라는 일본 기업이 너무 멋있어보여 일본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했으니 그 열정이 가늠이 되실 거다.
이 글에 영향을 준 사건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나의시선>이라는 유튜브가 있다. 유명 IT기업의 부사장이었던 분 같은데 요즘은 가게나 디자인 소개 위주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 가게 중에선 구글맵 평점이 낮은 곳도 있고 필자가 만족하지 못했던 곳도 꽤 보인다. 프랜차이즈도 꽤 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가 어쩌구 근분이 어쩌구 따지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신다. 한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분은 진짜 잘 사는 거(live well) 같네요"
2. <아키즈스타일>이라는 일본인의 패션 유튜브를 본다. 최근 영상에 근본 브랜드, 빈티지, 밀리터리 등을 소개하는 일본의 잡지 <lightning>,<clutch>,<2nd>등을 만든 편집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편집장은 말한다.
"어떤 걸 입어도 고만고만하니 그냥 좋아하는 거 입는 거지.
신발도 3개 정도 돌려신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걸로 한 번 바꾸고 하는 거야"
3. 2010년 맛집소개 책을 봤다. 프랜차이즈 어쩌구를 찾아보다가 여기까지 보게 됐다. 재밌는 건 이 잡지들에 프랜차이즈가 꽤 많이 보였다는 거다. 깐부치킨이 있었다. 본점이었는지 당시 지점이 얼마 없었을 때였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책을 쓸 정도면 나름 트렌드를 앞서고, 자부심이 있었을 분일텐데 깐부치킨을 맛집에 넣었다라. 그 분 눈에는 지금은 시스템화된 프랜차이즈의 시작점인 그 곳이 매력적으로 보인 거다.
라이프스타일, 성공 이런 거에 좀 취했는데 요즘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지속가능한가
스스로 거기에 만족하는가
인간이 고인물이 되면서도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 같다. 그게 맞는 이유도 있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욕심이나 열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이유가 있다. 쉽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깐부치킨에서 맛있게 먹었네 → 깐부치킨은 개인가게도 아니고 근본도 아니야 → 깐부치킨도 나름 성공 이유가 있어서 잘 됐곘지. 지인들이랑 여기서 좋은 추억 쌓고 가면 그만이지. 결국 깐부치킨에 간다.
옷을 잘 입어봐야지 → 옷은 근본이고 브랜드고, 빈티지고, 헤레티지지 → 그냥 좋아하는 거 오래오래 잘 관리하면서 편한대로 입자. 결국 처음이랑 비슷하게 좋을대로 입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좋을 거다. 호텔음식도 좋아하지만 라면도 좋아한다면 둘 다 즐길 수 있겠지만, 돈이 없다면 전자는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자만 즐기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대안이나 다른 선택이 없다면 인간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회사에서 불평이 제일 많은 사람은 다른 회사에 갈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또한 점진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할머니도 그렇고 부모님도 온라인 쇼핑은 전혀 안 하는데, 할머니가 최근에 장을 보다가 허리를 다치셨다. 부모님도 마트에서 30분 거리에 사는데, 늘 운동 삼아서라면서 그 거리를 걸어다닌다. 생수도, 라면도, 고기도 다 걸어서 구매한다. 한 번씩 쿠팡이나 지마켓, 퀸잇 같은 것도 깔아서 알려드렸는데 익숙해지지 못하는 거 같다. 친구네 부모님은 TV로 넷플리스도 보고, 쿠팡도 한다. 심지어 스위치로 게임까지 하신단다. 부모님이 만족하시면 다행이지만, 분명 더 개선할 여지도 있어보인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말이 있다. 안분지족이라는 말도 있다. 아비투스라는 말도 있긴 하다. 아무튼. 더 좋은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걸 사고 누린들 안 좋은 걸 사고 누리는 사람보다 행복하기 쉽지 않겠다. 한편으로 만족하면서도 조금씩 개선해야 하는 게 인간의 아이러니다. 만족하면서도 개선할 불편점을 찾고, 또 만족하고 또 개선하는 게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가 계속 돌덩이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 같기도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