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라도 알고 싶어

by 구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대에 걸맞게 내가 무언가를 했던가? 스스로 자문해본다.

...

내 가슴에서 올라와서 하는 일,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바로 그 일 말이다.



'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


40이 가까운 여태껏 별 고민없이 다니던 회사다.


그저 공부를 하라고 해서 했고

대학을 가야한다니 갔고

지금 다니는 이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나는 원래 내가 하던대로 열심히 앞으로만 가고 있었는데

뭔가가 나를 가로 막았다.

강제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암진단 후 항암치료를 위해 2주에 한번씩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야 하니

회사에 갈수가 없다.


일을 강제로 쉬게 되었다.


40도 안된 나이에 일을 쉬려는 계획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


경제적으로든 커리어적으로든

더 나은 나, 더 멋있어진 나, 더 성공한 나

언젠가는 그렇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대에 걸맞게 내가 무언가를 했던가? 스스로 자문해본다.


남들 하는 공부, 취업, 직장생활, 육아 그런거 말고

막연하게나마 내가 기대했던 것을 위한 진짜 특별하고 새로운 무언가.


내 가슴에서 올라와서 하는 일,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 바로 그 일 말이다.


아니다, 아니었다.

나는 그저 내 앞의 길만을 걸었다.


열심히 걸었다는 것이 어느정도 자위의 명분은 될 수 있겠지만


내 길이 아닌 다른 길은 어떠한가 둘러보지도 않고

내 길을 벗어나 걸어볼 생각은 더더욱 없이


그저 그냥 내 눈앞에 당장 보이는 길만을 한걸음, 두걸음, 40년 가까이를 걸었다.


그렇게 걷고 있던 나를

무엇인가가 인형뽑기 마냥 내 머리를 콕 잡아

길 밖으로 내놓았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그 길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허허벌판이다.


위치도 지형도 가늠이 안되는 이곳

당장 한 걸음 앞에 씽크홀이 있어 추락해버릴 지도 모르는 이 곳

단 한번도 와본적 없던 이곳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가야할지

아니,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움직여야 하는 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내 인생 처음이라면

누군가는 나를 헛살았다 손가락질 할까.


하지만 나는 단연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 과정 속 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치열했고 부단했다.


14살에 뇌종양 수술을 하고서도 학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고등학교때는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 남아 공부를 하고 가장 마지막에 집에 갔고

대학생때는 입학 후 졸업 전까지 단 일주일도 과외를 쉬어본적이 없었고

입사 후 몇 차례의 신장암 수술 후에도 연차 며칠로 버티며 13년간 쉬지 않고 일했고

30의 나이에 아이를 낳아 지금까지 열심히 키웠다


그런데도 왜,

지금 이 상황이 이리도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울까.


요즘 들어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된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고 정해진 것 없이 모든것이 열려있는,

모든것이 나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지금 이 상황이

바로 내가 앞으로 살아야하는 인생인건 아닐까.


내 인생에 책임을 지는 인생.


책임지는게 어른이라면,

이제서야 진짜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선택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과정들이 나를 기다린다.


여태까지 와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이다.


남들이 다 가고 있는 트랙에서 벗어나

정해진 길 없이 동떨어져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많이 두렵다.


그 두려움에 손가락이 오므라들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그저 이 자리에 그냥 우두커니 있고 싶기도하다.


하지만 내 나이 아직 30대,

가야할 길을 찾아야 한다. 방향을 찾아야만 한다.


그 두려움으로 그저 노트북을 켜 글을 쓴다.


내 길을 찾기 위해

내가 가야할 방향을 알기 위해

어디로 가야하는지 확신을 가지기 위해.




제 삶의 한 순간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도


[사진 출처]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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