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치지 않아'는 언뜻 유쾌해 보이지만 이면의 이야기 뼈대는 아프다. 업의 본질에는 관심 없는 사모펀드가 부도 위기의 동물원을 인수해 로펌에 운영 대리를 맡긴다. 로펌은 인턴을 CEO로 보낸다. 대리의 대리인 셈이다. 근데 동물원에 동물이 없네? 멸종위기종 국제협약 때문에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네? 그래서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쇼에 나선다. 대리의 대리의 대리다. 장사 밑천도, 장사 철학도 없이 운영되는 비즈니스 현장의 민낯이다. 사모펀드는 로펌에게, 로펌은 인턴에게, 직원은 관객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지만 실은 폭탄 돌리기다. 책임을 넘기고, 가짜를 팔고, 시간을 훔친다. 그렇게 많은 조직과 시스템이 웃으며 우리에게 말한다. 해치지 않아. 난 정말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 있나, 스스로 정직하게 물을 수 있어야 폭탄 돌리기의 고리가 끊어진다. 정말, 해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