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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Aug 20. 2015

[KudoReview Mini] 판타스틱 4

자 어디서부터 깔까요?

요즘 글을 안 쓴 지 꽤 된 거 같다. 이번 주 초까지 회사에 다니느라 시간이 전혀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브런치 서랍에 쌓여있는 글이 꽤 된다지. 하지만 이건 까기 위해서 키보드를 치고 있다. 역시 까기 위한 의지만큼이나 원초적 의지(?)는 없다

이 멘션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

화제(?)의 영화 판타스틱 4를 봤다.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8%를 찍은 작품이다. 물론 영화 기획 단계서부터 잡음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기대도 했었는데... 8%를 찍었으면 호불호가 갈리는 건 아니었고, 그 결과는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솔직히 말해, 어디서부터 까야할 지도 난감하다. 일단 이야기의 개연성부터 깔 수 있겠다. 왜냐면, 이야기가 없다.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거지? 가족 얘기, 지구가 망해간다는 얘기, 과학에 대한 얘기가 전부 뒤섞여 나오는 말이라고는 그저 잡음이다. 특히 가족에 대한 얘기는 물론 스톰 남매와 그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는 스톰 부자를 흑인으로 변경하고 수잔을 입양시킨 걸로 바꿔버린 바람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니 뭐 입양이고 그렇고 다 좋고, 지금 이 리뷰에서 인종주의적 발언을 하기는 싫은데, 다른 인종들끼리 모여서 가족 얘기를 하니까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다. 이 문제도 각본이 충분히 살릴 수는 있었을 텐데 당연히(?) 그러지는 못했고.


그리고, 초반부가 쓸데없이 길다. 4명이서 초능력을 얻는데만 거의 40분이 걸린 거 같고, 거기서 중간에 또 사건 하나가 또 터지면서 이들이 실제로 활약하는 건 길어봤자 마지막 20분 정도다. 안 그래도 영화 길이가 100분으로 상당히 짧은 편인데 여기서 초반부가 저렇게 잡아먹으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각본 문제 때문에 필요한 설명은 하나도 못 하고 겉만 뱅뱅 돈다. 중간에 리드가 벌이는 사건은 대체  뭘위해서였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악역인 닥터 둠이다. 이 아저씨는 닥터 둠으로 각성한 시간보다 그냥 빅터로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중간 4-50분 내내 안 나오다 마지막에 갑자기 갑툭튀 하더니 지구를 없애겠단다. 뭔데? 캐릭터 발전이 전혀 안 돼서 갑자기 왜 저런 마음을 먹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물론 초반부에서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몇 번 내뱉긴 하나 그걸로 충분할 리가 없지.


배우들의 연기도 그저 그렇다. 그나마 수잔 스톰 역의 케이트 마라가 꽤 흥미롭긴 했다만, 나머지는 그냥 그저 그렇다. 제이미 벨도 꽤 연기파 배우인 걸 잘 안다만 (데뷔가 무려 빌리 엘리어트다. 말 다 했지) 역시 각본에 희생당한다. 이쯤 되면 뭐가 되는 게 없다.


영화가 엄청난 악평과 함께 데뷔했을 때, 감독인 조쉬 트랭크(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10대 소년이 결국 비뚤어지는 안티 히어로 영화인 "크로니클"로 유명하다)는 "제작사에서 하도 간섭을 많이 해서 원하는 대로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과연 트랭크의 구상은 어땠는 지 궁금하다. 그런데 최종판이 8%까지 찍었으면, 트랭크라고 해도 이를 살리는 건 어렵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한 마블의 계속되는 성공을 보면서 폭스는 배도 아프고, 마음도 급할 거다. 그런데 국내 홍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네들을 MCU의 히어로들과 엮는 모습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 정도로 절박한 건가? 그럼 최소한 영화 자체라도 좀 제대로 만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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