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을 축하하는 멋진 한정판
요즘 시계에 관심이 생겼다. 잔고 증발 각인가 사실 어릴 때부터 차고 다니던 게 시계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나니 좀 더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달까.
이 세상에는 시계 브랜드가 너무나도 많지만, (이 중 많은 곳이 스위스 시계인데 이 나라는 정말 시계 매출로 먹고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특히 오메가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물론 처음에는 단순히 이유가 “제임스 본드가 찼기 때문”이라는 참 어린아이 같은 단순한 이유였고, 아직도 <스펙터>에서 본드가 찼던 씨마스터 300 마스터 코액시얼은 내 드림 시계이기도 하다.
그런 오메가가 올해 바젤월드(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 박람회)에서 새로운 한정판 시계를 선보였다. 그런데 생긴 건 참 옛날 거 같다. 바로 1957 트릴로지 한정판(The 1957 Trilogy Limited Edition)이다. 일단 올해가 1957년에서 60년이 지난 해라는 건 눈치챘을 테고, 그럼 왜 이 연도가 중요한 걸까?
1957년은 오메가가 프로페셔널들에게 특화된 세 가지의 라인업을 발표한 해였기 때문이다. 바로 스피드마스터와 레일마스터, 그리고 씨마스터 300이다.
스피드마스터는 레이서들을 위해 개발된 시계로, 크로노그래프와 1km를 달렸을 때 걸리는 시간으로 차량의 평균 속도를 알아낼 수 있는 타키미터가 달려 있었다. 스피드마스터는 이후 나사가 우주 미션에서 채용하게 되면서 달을 다녀온 유일한 시계, 일명 ‘문워치(Moonwatch)’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리고 덕분에 무한 한정판 생성기가 되었다
레일마스터는 평소 강한 자기장 아래서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나 과학자들, 그리고 철도 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계다. (앞의 ‘레일’이 바로 선로를 의미하는 그 레일이다)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는 금속 부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장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무브먼트에 자성이 생기면 엄청난 오차가 생겨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오메가는 이 문제를 케이스백을 이중으로 덧대서 자기장이 무브먼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레일마스터는 아쿠아 테라라는 이름으로 바뀌며 씨마스터 서브 브랜드로 소속이 바뀌었지만, 이번 바젤월드에서 새로운 레일마스터 모델이 나오기도 했다.
다이버용 시계인 씨마스터 라인은 사실 1948년부터 존재했지만, 씨마스터 300은 그 이름에 걸맞은 방수 성능을 처음으로 갖췄다. 남은 산소량을 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다이버 베젤이 달려 있었고, 최대 200미터까지 방수가 가능했다. 300이라는 이름은 물론 ‘300미터 방수’를 의미한 거였지만, 오메가에 따르면 당시 실험장비의 한계로 인해 실제로 300미터까지 버틸 수 있는지 확실한 실험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씨마스터라는 이름은 플래닛 오션, 300M 다이버, 아쿠아 테라 등의 서브 브랜드를 통해 여전히 건재하고, 지난 2004년 현대적인 재해석이 들어간 새로운 씨마스터 300 마스터 코액시얼로 부활한 바 있다. 1995년 <골든아이> 때부터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꾸준히 차고 나오는 시계가 씨마스터 라인이다. 차세대 무한 한정판 생성기
이번 트릴로지 한정판이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점이라면 바로 1957년에 나왔던 각각의 모델을 거의 완벽히 재창조했다는 점이겠다. 오메가는 기존에 소장하고 있었던 샘플의 3D 스캔과 기존 설계도 등을 통해 1957년에 나왔던 모델들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브레이슬릿도 클래스프 부분의 현대화를 제외하면 기존 브레이슬릿의 모습을 재현했다.
물론 내부 부품은 신형으로 다 갈아치웠다. 특히 레일마스터나 씨마스터 300은 최신형 무브먼트인 칼리버 8806을 쓰고 있는데, 이 무브먼트는 15,000가우스 이상의 자기장을 버틸 수 있는 항자기력을 가지고 있다. 이게 얼마나 강한 거냐고 묻는다면, MRI 안에 들어가도 버틸 수 있을 정도다. 레일마스터 입장에서는 딱 어울리는 무브먼트인 셈. 거기에 사파이어 글라스와 슈퍼루미노바 등의 최신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스피드마스터의 경우는 약간 다른데, 커버 글라스는 사파이어 대신 오리지널이 그랬던 것처럼 헤잘라이트 크리스털로 만들었고, 칼리버는 매뉴얼 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1861을 사용한다. 좀 더 옛날의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을 선택한 셈. 아마 최신 무브먼트를 사용하면 케이스 크기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구형 무브먼트를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세 모델은 각각 3,557점의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레일마스터가 가장 저렴한 6,300 스위스 프랑(약 710만 원), 씨마스터 300이 6,500 스위스 프랑(약 733만 원), 그리고 스피드마스터가 6,700 스위스 프랑(약 755만 원)으로 책정됐다. 또한, 이 세 모델을 하나의 세트로 살 수 있는 트릴로지 세트가 있는데, 557세트 한정에 가격은 20,000 스위스 프랑(약 2,254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