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마블도 디즈니 거였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제작진은 확실히 1편 때보다 부담을 덜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1편은 사실 많은 부담이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훨씬 안 알려진 히어로들이다. 일단 인지도에서 밀리기 때문에 관객들을 영화를 보러 오게 홍보할 수 있는 무기 하나가 없어진다. (출연 히어로의 인지도가 관객 수에 특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우리나라에서 기본 300만은 넘는 MCU 영화 중에서도 얘는 130만 명을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것만 봐도…) 하지만 이 문제를 1편은 B급 유머와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린 스토리, 그리고 어썸 믹스로 대표되는 복고 감성으로 잘 넘겼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이하 Vol.2)>는 그래서 1편이 잘 된 이유에 초점을 맞췄다. B급 유머는 시종일관 사람들의 웃음을 터지게 만들고, 베이비 그루트는 예상대로 씬 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베이비 그루트의 목소리를 맡은 빈 디젤은 어떠한 후처리 없이 직접 아기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썸 믹스 Vol.2는 1편과 비교해 훨씬 다양한 음악으로 (노래를 안다면) 귀가 즐거워진다. RED의 최신 8K 카메라와 최신 컴퓨터 그래픽이 버무려진 비주얼도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잘 된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다. 너무 과도한 유머는 스토리의 페이스에 계속 찬물을 끼얹는다. (누구는 ‘한국인이 이해 못하는 유머’를 단점으로 꼽던데 이게 무슨 한국 영화인가?) 거기에, 애초에 스토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아이언맨 2>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차기작 떡밥 놓기’ 문제가 여기서 또 튀어나오면서 스토리 구성이 억지스러운 전개로 흘러간다. (<아이언맨 2> 때와 달리 그렇다고 해서 확실한 떡밥을 잘 깔아놓는 것도 아니다. 당장 내년에 가디언즈가 합류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대한 떡밥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알고 보니 얘가 최종 보스였어”라는 전개도 다른 MCU 영화(특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비교해 훨씬 부자연스럽다. 애초에 뻔해 보이기도 하고. 이렇게 스토리 구성이 난잡하다 보니 영화가 강조하려는 ‘진정한 가족’이라는 테마도 끝에 그냥 욱여넣은 느낌이라 그다지 잘 와 닿지가 않는다.
그리고 캐릭터의 잘못된 소모도 문제다. 특히 1편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캐릭터 개그를 선보였던 드랙스는 <Vol.2>에서는 잘못된 개그 선택으로 인해 순진함을 넘어 무지한 캐릭터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번 영화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베이비 그루트는 단연 눈에 띄지만, 영화를 보면서 “얘는 굿즈를 팔려고 미는 캐릭터인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누가 디즈니 영화 아니랄까봐. 그리고 약간 과도한 카메오도 스토리 진행에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얼굴도 전혀 안 보이는 스톰트루퍼로 분한 대니얼 크레이그처럼 잘 안 보이게 해놓던가... (1편에 이어 이번에도 네이선 필리언이 카메오로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나, 아예 통편집됐다고 한다. 얼마나 카메오가 많았으면...)
다행히도, 모든 캐릭터들이 난장판은 아니다. 이 상황에서 크리스 프랫의 피터 퀼은 이 영화가 얘기하려는 가족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면서 주제의식을 전달하려 애쓴다. 영화 전체가 사실 퀼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프랫의 연기가 가장 잘 빛났던 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클 루커의 욘두도 이 이야기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면서, 끝까지 감동을 연출해낸다. 이 부분이 영화에서 너무 늦게 등장한 점이 매우 아쉬워진다.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이 정도로 까내릴 만한 영화는 아니다. 1편에서 잘 된 점을 잘 활용한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오락 영화라 할 수 있고, 나같이 이런 생각 없이 보면 꽤 재밌게 볼 수 있다. 하지만 1편만큼의 기대는 가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Vol.2>는 수작인 마블 영화이기보단 잘 만든 디즈니 영화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확실한 간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