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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Jun 05. 2015

레티나 맥북 프로 분해기

인생에서 조니 아이브를 이렇게 많이 욕한 건 처음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일단 내 맥북 프로를 분해했단 건 아니고, 친구이자 회사 동료의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말썽이어서 아예 상판 전체를 갈아버리기로 한 것을 도와줬다. 과정 자체는 친구가 직접 하기로 하고, 난 옆에서 나사 정리 및 사진 촬영을 해주기로 했다.

새로 온 상판.

이 글은 이걸 갈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건 아니다. (그건 차라리 iFixit을 참고하자) 나도 중간에 끝내는 걸 못 보고 왔고. 그냥 얼마나 삽질이었는 지에 대한 간단한 기록이다.

일단 뜯기 전에 뭘 하게 될 지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가이드를 읽었는데도 확인 못한 게 있어서 몇 번이나 한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

일단 그나마 제일 쉬운 뒤판을 뜯어냈다. 참고로 위에 두 개 나사는 모양이 다르니 잘 분리해놓아야 한다. 뭐 그건 iFixit에서도 잘 설명해주니까...

삽질의 시작.jpg

태블릿에 띄워놓은 iFixit의 가이드를 확인하면서 하나 둘 조심스럽게 분해해간다. 위 사진을 보면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참고로 왼쪽 위에 있는 게 아무 것도 안 붙인 상판이다) 키보드랑 트랙패드가 붙어있는 상판을 교체하려면 노트북의 모든 부품을 빼야 했기에 난이도가 가장 높은 작업이었다. 그 덕에 시간도 배로 걸렸다.

어휴 먼지
분해하는데 온갖 도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런 기기를 분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난감한 것은 나사들이다. 중간에 얘네들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난감한 일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테이블 위에다가 보드 마커로 모아둔 나사들을 표시해두었다. 덕분에 나중에 조립할 때 남은 나사, 부족한 나사 없이 모두 딱 맞게 조립할 수 있었다.

하나 둘씩 분리가 되면서 중요한 부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팬, 스피커, I/O 보드, 그리고 로직 보드. 나는 먼지 스프레이로 이 부품들에 쌓인 엄청난 양의 먼지를 제거해줬다. (나중에 스프레이가 다 떨어져서 다이소에서 새로 사왔을 정도였다)

모든 부품이 분리되었으면 마지막으로 경첩을 분리해준다.
독점 공개하는 15인치 아이패드 프로! (아냐)
이제 이번 분해에서 가장 큰 문제를 발생시킨 부품 빼고는 전부 분리되었는데...

제일 큰 문제. 바로 배터리였다. 배터리는 접착제로 상판에 붙어있는 형식이었는데, 이 접착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임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외계에서 온 거던지. 다이소에 나가서 접착제거제를 사왔음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 여기서 평생 할 조니 아이브 욕은 다 한 거 같다.


결국 사용한 최후의 수단은 바로 다 쓴 신용카드로 접착제 부분을 긁어내서 떼는 것.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떼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전쟁의 흔적.jpg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 했던가? 모든 부품을 떼어낸 후, 새로운 상판에 그 부품들을 다시 이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로직 보드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연결에 필요한 케이블들이 자꾸 로직 보드 아래로 밀려들어가서 로직 보드를 세 번이나 다시 뺐다 넣었다를 반복했다.  (그중 한 번은 원래 안으로 들어가있어야 하는 것을 잘못 본 실수였다)


이 시점에서 난 지금 안 가면 퇴근이 불가능해서 결국 먼저 퇴근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과연 조립이 가능할까 예상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도착할 때쯤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말도 안 돼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로직 보드 조립 중에 실수로 백라이트 연결부가 손상된 것만 빼고는 전부 정상적으로 작동한단다.


이렇게 수리냐 신형 맥북 프로 구매냐를 두고 한 대수술은 수리 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맥북 프로에 달릴 것을 생각하면 이게 다행인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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