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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Oct 14. 2018

[짧은 영화평] 퍼스트 맨

최초의 달 착륙 뒤에는 한 명의 인간이 있었을 뿐

지인들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전날에 내일 <퍼스트 맨>을 보러 간다 하니까 <인터스텔라>의 머리를 꼬는 플롯이 생각난다며 거부감을 표하는 분들도 많았다. 사실 나도 <인터스텔라>는 1회차 관람 때 최소한의 플롯 진행에 필요한 부분만 이해했었다. (게다가 전 미국에서 봐서 자막이 없었기 때문에 이해가 더 힘들었다) 


하지만 <퍼스트 맨>은 <인터스텔라>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물론 과학적 얘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 자체에서 그 부분을 최소화하려 애썼음을 볼 수 있었다. 사실상 이 영화는 아폴로 11이라는 인류(혹은 미국)의 큰 업적보다는 그 명예 뒤에 있었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다. 아무래도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우주 탐사 작전이었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기를 어느 정도 기대하긴 했지만, 영화는 철저히 암스트롱이 거기까지 가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그 일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룬다. 각종 사고(영화에서는 대표적으로 아폴로 1이 언급된다)로 친구, 이웃과 같았던 동료들을 하나둘씩 잃으면서 그들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에게 돈을 붓는 NASA나 국민들을 위해더라도 아폴로 11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암스트롱이 받는 압박과 거기서 나오는 성공에 대한 집착을 잘 표현해줬다. 



사실 암스트롱 역의 라이언 고슬링도 그렇지만, 더욱 인상 깊었던 건 아내인 자넷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였다. 자신은 보통의 삶을 꿈꾸며 민간인 출신인 닐(실제로 암스트롱은 민간인 자격으로 지구 궤도에 오른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다)과 결혼했건만, 역으로 가장 보통과 먼 삶에 뛰어든 셈이었다. 게다가 남편을 잃고 혼자서 아이를 길러야 하는 이웃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역시 가족의 일은 뒷전으로 몰고 후반부로 갈수록 아폴로 11의 성공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남편과 벌이는 갈등을 멋지게 연기했다. 


일반관에서 보고 나서야 이 영화가 70mm 아이맥스 촬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거 때문이라도 언제 다시 한번 보러 가야겠다 싶었다.


몇 가지 관전 포인트:

최후반부의 달 착륙 장면에서 성조기 꽂는 장면이 안 나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반미영화라며 난리 쳤다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나 스토리 아크 면에서는 훨씬 더 훌륭한 선택이었다. 거기서 냅다 성조기 꽂으면 오히려 더 이상했을 거다.

다른 주제의 영화라고는 했지만, 몇몇 장면에서 <인터스텔라>를 오마주한 장면이 조금씩 눈에 띄었다. 특히 우주에서의 장면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많았다.

코리 스톨(<앤트맨>에서 옐로재킷으로 유명하다)이 맡은 버즈 올드린이 영화에서 상당히 재수 없게 등장하는데, 실제로도 다혈질 성격이었던 모양이다. 달착륙이 음모론이라 주장하는 사람에게 죽빵을 날린 적도 있다고. 결국 정당방위로 인정됐다고 한다. (재밌게도 올드린은 공화당을 지지해서 트럼프와 비슷하게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 없다고 반미영화라는 입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퍼스트 맨>을 스피드마스터와 엮어 홍보 중인 오메가

달착륙 미션에 대한 영화답게 당연히 "문워치"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나온다. 실제로 오메가에서도 상당히 공들여 홍보하고 있었다. 크레이그 시대의 007 영화(가젯으로 나온 <스펙터> 제외)와 비슷하게 그냥 손목에 차진 상태로만 나오지만 시계덕후, 특히 오메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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