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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Jan 01. 2019

사진으로 보는 2018년

올해도 아슬아슬했다

남들이 다 하는 연말정산, 나도 해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2016년 12월 31일. 그렇게 하루 만에 어떤 연말정산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것이 바로 사진으로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그걸 2017년 12월 31일에도 똑같이 했다. 올해는 어쩌다 보니 (최소한 준비는) 12월 25일부터 하게 됐다. 하지만 31일에 끝나겠지.


2018년은 1월의 단 18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계속 미국에서 머물게 됐다. 물론 유학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미국 생활 자체가 낯선 건 아니지만, 미국에서 실제로 돈 벌면서 살기 시작한 건 올해가 처음이었고, 보통 한 학기(보통 16~17주)가 끝나면 한국으로 귀국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미국 밖으로 나가는 게 자유롭지 않은 몸이라 현재 미국에서 최장 체류 기간을 나날이 갱신하고 있다. 아마 이제 내 평생 깨지긴 힘든 기록일 거다. 그래서 1월을 제외하고는 죄다 미국에서 찍은 사진이다.


올해는 월마다 한 장의 사진을 고르는 게 아닌, 그냥 마음에 드는 여러 장의 사진을 모두 선보이는 걸로 바꿨다.



1월

촬영일: 2018년 1월 10일

장소: 서울 건대입구

카메라: 소니 RX1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1월이었다. 이미 3년 전에 잠깐이나마 일했었고, 그 덕분에 직원들과의 친분을 계속 유지해 왔었다. (물론 그중에는 입사 전에도 알았던 사람들도 있지만) 거기에는 매번 내가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한 번씩 식사를 같이 하는 팀이 있었다. 나와 개발팀의 한 사람, 그리고 행정팀의 한 사람이다. 


셋의 공통점은 모두 강북 지역에 산다는 것. 3년 전에 내가 회사를 다녔을 때 메르스 사태가 터졌고, 회사에서는 사무실에서 가장 멀리 살면서 대충 비슷한 지역에 사는 우리 셋에게 지하철 대신 카풀을 해서 출퇴근하는 것을 권고했다. 그중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은 나뿐이라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거의 한 달 반을 차로 출퇴근했었다. 노원에서 강남이라는 사실 쉽지 않은 출퇴근길이었지만,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한 인연은 계속해서 내가 한국에 올 때마다 같이 밥을 먹는 사이로 발전한 것이었다.


이 날은 마침 내가 입사를 결정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그래서 뭔가 더 의미 있던 날이었다. 이날은 평소 더치페이였던 것을 깨고 그냥 내가 계산을 했다. 나름 취업턱이었다. (당시 여기저기 취업턱을 내고 다니느라 잔고가 좀 위험하긴 했었다)


위의 사진에 있는 친구는 우리 개발팀의 부사장(VP)이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어딘지 모르는 회사에서 일하던 중 대표님의 눈에 띄어 창업 멤버로 영입됐다. 그렇게 살다가 지금의 아내분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그렇게 뭔가 회사에는 영원히 있을 거 같았던 친구였다. 하지만 1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실제로 입사한 이후로는 생각해보면 한 번도 실제로 보지도 못했다 보니 그런 게 더욱 아쉽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기를.


촬영일: 2018년 1월 11일

장소: 서울 애플 가로수길

카메라: 소니 RX1


“한국 애플 스토어”라는 떡밥은 정말 지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로수길에 들어온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루머에도 끝이 보이는 것일까라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반가워요”라는 유리 가림막 배너와 함께 애플 스토어의 전면이 공개됐다. 이날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를 뚫고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애플 가로수길은 1월 27일에 오픈했다. 내가 미국으로 오고 나서 고작 9일 후였다. 그 덕분에 나는 한국의 첫 애플 스토어를 여태까지 가본 적이 없다.



2월

촬영일: 2018년 2월 7일

장소: 뉴욕시 상공

카메라: 소니 RX1


2월에는 회사 관련 일로 3년 만에 처음으로 뉴욕으로 향했다. 일정이 조금은 여유로웠던지라 하루 정도는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곤 했다.


하지만 내가 고른 샷은 비행기에서 뉴욕에 접근하고 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 정도 높이에서 스카이 뷰를 찍는 건 흔치 않은 기회였지만, 착륙 직전의 비행기는 계속 흔들렸고, 손떨림 방지가 없는 소니 RX1은 계속 흔들린 사진을 뽑았다. 끊임없는 시도 끝에 겨우 한 장을 건졌다.


이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내 기나긴 뉴욕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3월

촬영일: 2018년 3월 10일

장소: 텍사스 주 어딘가

카메라: 소니 a7RII


3월의 메인 하이라이트는 역시 봄방학 동안 진행한 루트 66 로드트립이었다. 5일 동안 3,800km 이상을 혼자서 달렸다. 작년에 하고 싶었다는 것을 거의 바로 이룬 것이었다.


루트 66은 미국의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길을 처음으로 하나의 길로 연결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물론 하나의 길을 만든 건 아니고, 해당 지역의 여러 길들을 하나로 연결한 것에 불과해서 중간에 열심히 틀어줘야 한다. (그러다 길도 잃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미국 국토를 횡단하는 길이였기 때문에 그 주변에 상권이 형성된 것은 물론이다.


시간은 흘렀고, 루트 66을 인터스테이트(주 경계를 넘는 고속도로)가, 그리고 인터스테이트를 비행기가 대체하면서 이러한 상권은 죽어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이렇게 폐허뿐. 특히 텍사스 주를 횡단할 때 이런 폐허가 많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는 길을 멈추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한때는 손님을 받는 호텔과 음식점이었고, 열심히 돌아가는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고 남겨진 건물들을.


촬영일: 2018년 3월 11일

장소: 뉴 멕시코주 산타 로사

카메라: 소니 a7RII


이번 루트 66 로드트립에서 빌린 차는 포드 포커스였다. 해치백 중에서는 가장 운동성능이 좋다고 탑기어에서 늘 극찬하는 그 차다. 고성능 버전인 RS는 고사하고, 가장 기본 트림인 SE다. 보통 우리가 몰고 다니길 바라는 그런 특별한 차는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나의 발이 돼준 동지였다. 마지막에 얘를 반납하고 나서는 순간은 좀 찡하기도 했다.


촬영일: 2018년 3월 12일

장소: 뉴 멕시코주 그랜드 캐년

카메라: 소니 RX100V


루트 66이 지나가는 길에 그랜드 캐년이 있는 것은 여행의 계획 단계에서 알았다. 그랜드 캐년은 정말 어렸을 때 잠깐 방문해보고 언젠가는 다시 가봐야지 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원래는 반나절 정도만 할애하고 갈 길을 가려고 했었지만, 정작 가고 나니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차피 방학의 나머지는 캘리포니아에 머무는 김에 하루를 더 쓰기로 했다.


사진은 줄 서고 있던 사람에게 부탁하고 절벽 중 하나에서 앉고 찍은 사진.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는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4월

촬영일: 2018년 4월 7일

장소: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카메라: 소니 RX1


나는 학교 생활 내내 한국인 밴드와 상당히 친분이 많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동기였던 녀석이 리더였고, 그 이후로 리더를 맡은 녀석도 나보다 한 살 어린 친한 후배였다. 그래서 연습하는 곳에 가끔씩 놀러 가 사진도 찍어주곤 했다.


이 사진도 그때 나온 것이다.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일 때 방문했는데, 이런 걸 찍는 것에는 전혀 최적화가 안된 RX1으로 겨우 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밴드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는 샷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촬영일: 2018년 4월 9일

장소: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카메라: 소니 RX1


우리 학교 한국어 학과의 초대로 누추한 도시에 장진 감독님이 오셨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하는 행사이기에 동시통역이 필요했고, 당시에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었던 내가 자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겁대가리 없는 행동이었는데, 난 그때까지 동시통역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옆에서 누가 하는 말 옮겨주는 것만 해봤지, 이렇게 (작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동시통역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잘 넘겼다. 장진 감독님은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과 모두 사진도 찍어주시고, 예정에 없던 도시락 저녁식사도 같이 하면서 학생들과 얘기도 나누셨다.


5월

촬영일: 2018년 5월 20일

장소: 시카고

카메라: 소니 RX1


지난 3월에 했던 루트 66 로드 트립은 사실 완전한 건 아니었다. 시카고에서 출발해서 세인트루이스까지 오는 부분은 빼고 세인트루이스에서 출발했기 때문. 사실 그래도 됐던 것이, 시카고-세인트루이스 부분은 2017년 10월에 이미 클리어를 했었다. 하지만 실제 시작 지점에 다시 돌아와 이 사진을 찍은 건 아마 이 여행의 마침표를 찍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5년 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을 마무리했으니까.


촬영일: 2018년 5월 30일

장소: 뉴욕

카메라: 소니 RX100V


아직 뉴욕에 온 지 고작 2주 정도 됐을 때 찍은 사진이다. 물론 이때쯤 되면 뉴욕은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고, 이제는 여기서 살 것이라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던 때였다. 하지만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낯설었다. 그래서 이런 것이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곤 했다.


사진 제목을 굳이 붙이자면 “촌놈의 시각에서 본 뉴욕”이랄까.


6월

촬영일: 2018년 6월 2일

장소: 뉴욕

카메라: 소니 RX1


새 집으로 이사하고 다음 날인 토요일 아침. 아마 첫날밤이 어색했던 건지 일찍 일어났다. 마침 일출 직전이길래 옷을 주섬주섬 입고 이스트 강 쪽으로 나갔다. 마침 브루클린 다리에 다다르니  명이 꽤 밝아왔고, 말없이 들고 온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이제 이 광경은 출퇴근할 때, 운동 나갈 때 늘 보지만 늘 새롭다.


촬영일: 2018년 6월 17일

장소: 뉴욕 타임스 스퀘어

카메라: 소니 RX1


6월은 드라이브에 심취했었을 때였다. 지금은 미국 면허를 따 보기도 전에 국제면허가 만료돼서 못 하고 있지만, 주말마다 차를 빌려서 장거리 드라이브를 나가곤 했다.


이 날 빌린 차는 무려 포르쉐 카이맨. 가장 깡통 엔진 모델이지만 그래도 내가 여태껏 몰아본 차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단 차였다. 그것도 수동이었다. 너무나도 흥분돼서 빌린 날 밤은 잠을 자지도 못했고, 결국 새벽 4시에 차를 끌고 나왔다.


이 시간에 나왔으니 뭘 해볼까 하다가 맨해튼을 종단해보기로 했다. 이때 말곤 뻥 뚫린 맨해튼을 운전해볼 기회가 언제 있을까. 그렇게 브로드웨이를 북쪽으로 달리려다가 남쪽으로 일방통행이었음을 깨닫고 다른 길로 올라가고 있는데, 타임스 스퀘어가 보였다. 그래서 난 굳이 가던 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브로드웨이를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새벽 4시 반의 타임스 스퀘어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하셨던 그 광고판들만큼은 아직도 번쩍이고 있었다. 그래서 잠깐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운전석의 관점에서 사진을 찍었다.

7월

촬영일: 2018년 7월 14일

장소: 세인트루이스 과학박물관

카메라: 소니 RX1RII


7월에는 최종적인 짐 정리를 위해 세인트루이스에 잠깐 돌아갔다. 그러다 과학박물관에서 아폴로 11호에 대한 전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짬을 내 방문했다. 물론 다른 전시품도 모두 좋았지만 나에게 개인적인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였다.


위의 사진은 사령선 조종사인 마이클 콜린스가 찬 스피드마스터다. 즉, 달에 내려가 본 녀석은 아니다. 하지만 달을 다녀온 시계다. 새턴 V 로켓의 엄청난 가속도를 버텼고, 무중력을 체험했으며, 간접적으로나마 달의 모습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뭔가 그런 생각을 하면 약간 소름이 돋기도 한달까. 


다음에 시계를 산다면 스피드마스터로 정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촬영일: 2018년 7월 19일

장소: 뉴욕

카메라: 애플 아이폰 X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면 바로 쿠도캐스트를 다시 시작한 일을 뽑고 싶다. 쿠도캐스트를 녹음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일련의 과정은 나에겐 또 다른 취미가 되었다. 어쩌다 보니 메인 취미(?)인 글 쓰는 일을 제쳐두고 할 정도였다. (백투더맥이 썰렁했던 건 그 이유에서다) 내년에도 이 쿠도캐스트가 계속되면 좋겠다. 그리고 청취자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진은 쿠도캐스트를 다시 시작하고 난 후의 내 책상 셋업인데, 마이크를 놓을 자리가 없어 마이크 암에 내거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이 편이 생각보다 좋은 것이, 책상을 칠 때의 진동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촬영일: 2018년 7월 28일

장소: 뉴욕 록펠러 센터 전망대 (Top of the Rock)

카메라: 소니 RX1RII


가끔씩 한국에서 사람이 오면 다시 관광객 모드가 되곤 한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출장차 온 사람들이었는데, 이 때도 평소에도 친한 개발팀의 두 사람이 서부에서 컨퍼런스를 참가하고 미국에 온 김에 뉴욕 사무실도 방문할 겸해서 왔다. 주말에는 어딜 갈까 고민하면서 걷다가 센트럴 파크도 가보고, 전망대도 하나 올라가보자 해서 아직 나도 올라가본 적이 없었던 록펠러 센터의 전망대를 올라갔다.


좋은 선택이었다. 날은 더웠지만 맑은 뉴욕시의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찍은 사진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이런 모습이 아닌, 그 모습을 눈으로, 혹은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다. 말 그대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찍었습니다.”


8월

촬영일: 2018년 8월 20일

장소: 시애틀

카메라: 소니 RX1RII


8월에 시애틀에 갔을 때 테슬라 모델 3를 몰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난 이 차를 상당히 굴렸다. 1박 2일 동안 무려 480km 넘게 운전을 했다. 모델 3를 운전한 느낌은 “일반 차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르다”라고 함축할 수 있을 거 같다. 솔직히 머스크가 테슬라를 지금의 그 지경으로 내몰지만 않았더라도, 정말 추천해줄 수 있는 차였을 것이다.


모델 3에 대한 글도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언제쯤 선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촬영일: 2018년 8월 23일

장소: 시애틀 대중문화 박물관

카메라: 소니 RX1RII


마블 관련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시애틀의 대중문화 박물관(MoPOP)에 다녀왔다. 아마 MCU의 10주년과 어느 정도 겹친 전시라 그런지 영화 소품도 상당한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은 영화와는 상관이 없는 만화 스파이더맨의 모습이다. 그냥 그 분위기가 너무 스파이더맨답다고 할까.


올해는 스파이더맨이 꽤 흥했던 한 해였다 할 수 있겠다. PS4용 스파이더맨 게임도 있었고, 12월에는 애니메이션 영화인 “뉴 유니버스”가 성공적으로 개봉하기도 했다.


9월

촬영일: 2018년 9월 11일

장소: 저지 시티

카메라: 소니 RX1RII


9.11 테러 기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때의 뉴욕은 어떨까 싶은 호기심이 들었다. 낮에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지만, 해가 지고 나니까 달라졌다. 두 개의 빛이 쏘아 올라가는데, 이 빛은 비행기의 공격을 받고 무너진 구 세계무역센터, 즉 쌍둥이 빌딩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이 스포트라이트가 전체 스카이라인에 어떤 영향을 주나 궁금해서 뉴저지로 넘어가 허드슨 강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쌍둥이 빌딩이 마치 거기 있었던 것만 같다.


10월

촬영일: 2018년 10월 4일

장소: 뉴욕 코믹콘

카메라: 소니 RX1RII


나름 덕후라면서 사는 인생이지만, 사실 코믹콘은 생전 처음 가봤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던 서울 코믹콘은 두 번 다 해외 체류(2017년에는 가족과 일본 휴가, 2018년에는 뉴욕 체류)로 가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패널이나 이런 건 전혀 기대를 안 했고, (물론 거기에는 사람 많은 건 질색하는 성격도 한몫했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코스플레이어들 사진이나 찍을 요량으로 카메라를 챙겼다. 물론 관련 에티켓은 서울 코믹콘의 자문위원이시기도 한 티떱님께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사실 RX1RII는 이런 사진을 찍는 데는 젬병이다. 일단 35mm라는 화각이 인물을 찍기에 쉽지 않은 화각이었고, 게다가 물론 RX1보다 낫기는 해도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에는 불리하다. (특히 개들이 힘들었다) 하지만 끈기 끝에 첫 코믹콘 치고는 꽤 괜찮은 사진들을 많이 건졌다.


문제는 보정은 전부 완료해놓고 아직도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 이 포스트를 마무리하고 보내겠지 싶다. 여기의 사람들은 곧 세 달 늦은 코믹콘 사진을 받게 될 것이다. (…)

촬영일: 2018년 10월 17일

장소: 뉴욕

카메라: 소니 RX1RII


아이폰 XS의 리뷰용 사진은 새로운 방식으로 촬영됐다. 예전 같았으면 자연광에 의존해 사진을 찍었지만, 이번엔 아예 주변 조명을 죄다 끄고 하나의 LED 조명만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맥북 프로용 가죽 슬리브를 깔아서 조금이나마 부드러운 느낌을 더했다.


리뷰는? 음… 나올 순 있으려나.

촬영일: 2018년 10월 27일

장소: 올랜도 디즈니 월드 매직 킹덤

카메라: 캐논 EOS R


어쩌다 어느 단톡 방에서 의기투합(?)해서 디즈니 월드를 생전 처음으로 가보게 됐다. 원래 놀이공원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릴 때 놀이기구를 그렇게도 무서워했었다) 그래도 재밌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한 건 밤의 불꽃놀이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정말 입장료의 대부분이 여기에 들어간다 해도 믿겠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의 입장료가 터지고 있습니다!”


이때 가져간 카메라는 캐논의 EOS R이었는데, 이러한 저조도 상황에서는 캐논의 약점인 고감도 노이즈가 그대로 드러난다. 고작 ISO가 6,400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이즈마저도 불꽃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이 사진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는 한다.


11월

촬영일: 2018년 11월 2일

장소: 버지니아주 애넌데일

카메라: 캐논 EOS R

친구를 잠깐 보러 버지니아에 내려간 일이 있었다. 친구 사진을 찍어주러 간 거였지만, (그걸 공개하기는 힘들고) 오랜만에 단풍이 이쁘게 든 길을 보았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해, 세인트루이스 단풍은 별로 안 이쁘다) 한 40분 동안 걸으면서 하염없이 단풍 사진을 찍었다. 보정 단계에서도 이런 색들을 살리는데 초점을 뒀다.


12월

촬영일: 2018년 12월 16일

장소: 뉴욕

카메라: 소니 RX1RII


키보드를 바꿨다. 애플 키보드 중에 가장 명작이라는 애플 확장 키보드 II. 상당한 무게에 색은 예전 맥이 생각나게 하는 스노우 화이트, 그리고 위에는 무지개 애플 로고까지. 이걸 현대 맥에서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먼저 이베이에서 ADB를 USB로 변환해주는 어댑터를 샀고, 거기에 Karabiner로 몇 가지 커스텀 매핑을 해주니 바로 쓸만해진다. 특이한 점이라면, 두 개의 커맨드 키가 같은 키로 인식된다는 점, 그리고 보통은 F와 J에 있는 손가락 기준 표시가 D랑 K에 있다는 점. 적응이 좀 필요했다.

촬영일: 2018년 12월 28일

장소: 뉴욕 공립 도서관

카메라: 애플 아이폰 XS 맥스


부모님이 오셨을 때 공립 도서관을 방문했다. 밖은 비도 오고, 딱히 갈 곳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서관 안을 돌아보는 동안(사실 나도 사진 아카이브 방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은 도서실 중 하나에서 책을 읽으셨다. 위의 사진은 나름의 기념사진이다. 부모님이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셨다는 인증샷.


마무리하며

이 포스트를 쓰면서 마침 메신저로 대화하고 싶은 친구에게 물었다. “새해 다짐은 뭔가요?” 그러면서 나도 생각해본다. 뭘까.


이제 학교도 끝났고, 구체적으로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생각해볼 때가 됐다. 현실은, 지금을 살기도 바빠서 미래를 계획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은 하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계속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 미래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뭔가에 착실히 준비해 간다면, 나쁘진 않을 거 같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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