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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Jun 24. 2015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딜레마

그리고 애플마저도 못 고쳤다

지난 주말은 애플의 인터넷 서비스 수석 부사장인 에디 큐에게는 최악의 주말이었을 것이다. 애플 뮤직의 기나긴 3개월의 무료 트라이얼동안 아티스트들에게 지불되는 돈이 없다는 것이 알려지자, 애플 뮤직에 음원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인디 아티스트들(이들 중에는 아델도 있었다)에 이어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애플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썼다. 결국 애플은 17시간 만에 입장을 완전히 뒤바꿔 아티스트들에게 무료 트라이얼 기간 중에도 아티스트들에게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애플의 공식 보도자료가 아닌 큐의 트위터를 통해서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 밤에 올라와 모든 저널리스트들의 불평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29살짜리 소녀 (...) (출처: MTV)

어찌됐던 이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애플이라는 거대 기업에 맞서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어느 매체는 “애플 뮤직이라는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한 소녀”라는 자극적 제목까지 달았는가. 일단 테일러 스위프트가 29세라는 건 제쳐놓자 하지만 이것이 비단 애플 뮤직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의 모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몇 년째 앓고 있는 문제가 애플 뮤직에 와서 곪아터졌을 뿐이다.


당장 작년으로만 돌아가도 알 수 있다. 모두에게 구세주로 추앙받는 이 같은 테일러 스위프트는 역시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 대해서도 거의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리고 3개월 뒤에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의 전곡을 빼버렸다. 그 당시 “모든 아티스트들이여 나를 따르라”라는 뉘앙스의 스위프트의 기고문은 논란이 많이 됐었다. 스위프트가 한 이 행동은 앨범을 새 앨범을 100만 장 넘게 팔아먹은 그녀였기에 할 수 있는 스턴트였지, 아직 이름을 알리지도 못하고 있는 인디 아티스트들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위험 부담을 안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위의 저 기사의 비유를 빌리자면, 만약에 애플이 골리앗이었다면 작년에 이미 스위프트는 다윗을 돌팔매질해서 반쯤 죽여놨었던 셈이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스위프트의 지적은 옳은 부분도 있다. 음악 스트리밍은 모두 정액제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아무리 해당 아티스트의 곡을 많이 들어도 사용자가 직접 곡을 개별적으로 사는 것보다 수익이 훨씬 안 나오는 구조다. 애플 뮤직이 한 달에 10달러임을 감안할 때, 애플 뮤직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얻는 수익 배분이 다운로드와 같다고 가정하면 아티스트들이 다운로드만큼의 수익을 얻으려면 이용자가 한 달동안 10곡만 계속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실제 계약상에는 약간 다르게 계산하겠지만 그만큼 스트리밍을 통해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얼마나 적은 지 대충 감이 온다. (추가: 애플이 무료 트라이얼 기간동안 아티스트들에게 스트림 1건당 0.0247센트 정도를 지불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스트리밍도 모자라 다운로드까지 정액제로 돌려놨다. 이미 이 문제로 홍역을 꽤나 치렀으며, 역시 미해결 상태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뮤직이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인 지는 다음주 런칭을 지켜봐야할 것이다. (애플 WWDC 2015 키노트 캡쳐)

그나마 이번 뒤집기로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치고는' 아티스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하지만 이게 해결책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밑 빠진 독을 애플의 거대한 현금 보유고로 메꾸는 형태일 뿐, 이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결국 음악 스트리밍을 재발명하고자 나선 애플도 결국 “약간”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일 뿐,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애플이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음반 산업을 디지털 다운로드의 시대로 인도할 수 있었던 것은 편하게 다운을 받기를 원하는 사용자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합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음악을 팔기를 원하는 아티스트들까지 만족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양쪽을 다 만족시켰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애플 뮤직은?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지는 다음주를 봐야 알겠지만, 이미 아티스트들에게서는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음반 산업은 어떻게 보면 인터넷이 도래하면서 가장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산업이다. 불법 다운로드가 흥하면서 사장 위기까지 갔다가 아이튠즈 스토어가 이끄는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 덕분에 다시 살아났고, 이제는 음악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스포티파이를 까내릴 때 “스포티파이 같은 서비스들은 나에게는 거대한 실험 같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 동안 작업한 것들을 작곡가, 작사가, 가수들에게 제대로 수익을 나눠주지도 않는 실험에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내가 봤을 때 이 실험은 끝나려면 멀었다. 그리고 더 버지의 편집장 닐레이 파텔이 쓴 말을 빌리자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당분간 계속 삐친 상태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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