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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본질

취업준비생, 아름다운 청춘들의 치열한 이야기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에 찾아오는 취업준비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왜 나는 취업이 되지 않는가?"이다.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 보니 "혹시 이대로 영영 취업을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기도 하고 "난 지지리도 운이 없나 봐."라며 스스로를 불신하기도 한다.   


이렇게 힘들어 지쳐버린 취업준비생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취업할 수 있다."며 희망을 들려주고 "자신의 실력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취업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도 여전히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런 취업준비생들에게 내가 꼭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취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취업', 직장을 구한 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취업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그리 많지 않다. "취업이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 것."이라고 답변하거나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는 멋진 생각을 이야기한다. 모두 맞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난 취업준비생에게 취업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취업이란 기업에게 나란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기업은 급여와 복지라는 대가를 가지고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바로 채용이다. 취업준비생은 급여와 복지의 대가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계약하는 것이 바로 취업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바로 자신이란 상품을 파는 것이다. 취업이란. 


그래서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곰곰이 살펴보면 우리가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절차와 놀라우리만큼 닮아 있다. 대부분 기업은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전형 등 체계화된 채용절차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인 우리는 우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입할 디지털카메라를 검색한다. 하지만 시중에는 너무 많은 디지털카메라들이 있다. 쉽게 고르기 힘들다. 그래서 소비자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구매 대상을 압축해 나간다. 유명 제조사를 기준으로 고르기도 하고 줌 배율과 렌즈의 F값 등과 같은 하드웨어의 사양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마치 기업이 서류전형에서 스펙을 가지고 지원자를 걸러내는 과정, 즉 스펙 필터링과 비슷하다. 제품의 하드웨어 사양을 서로 비교해서 제품을 고르는 것처럼, 기업 역시 지원자의 스펙이란 하드웨어를 계량화해서 쉽게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된 디지털카메라에 대해 하나씩 조사를 해 나간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아마 앞서 이야기한 제품의 하드웨어 사양(Specification) 일 것이다.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의 하드웨어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다. 어떤 소비자는 이미 제품의 사양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으니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바로 제품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모든 회사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상품설명을 통해 제품 판매를 홍보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라면 홍보 팸플릿이 그것이고 온라인에서라면 제품 상세 설명 페이지가 될 것이다. 바로 제품에 대한 소프트웨어이다.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장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 이야기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떤 회사는 제품에 대한 사양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멋진 모델과 디자인을 곁들인 제품 설명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마치 취업을 위해 지원자들이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와 같다. 


제품의 사양과 상세 설명을 꼼꼼히 검토하고 고민했던 우리는 이제 디지털카메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테스트해보고 싶어 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달려가, 자신이 골라 놓은 제품을 중심으로 직접 사진을 찍어보고 화질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제품의 사양대로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는지 살펴본다. 기업이 지원자를 필기시험, 인적성검사 등으로 테스트해보는 것과 흡사하다. 디지털카메라를 직접 잡아보고 그립감이 좋은지, 휴대성은 좋은지, 작동은 얼마나 편리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본다. 기업이 면접을 통해 지원자에게 질문하거나 지원자를 관찰하면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한정된 구입자금으로 최고의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한정된 급여와 복지 범위 내에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이렇게 복잡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취업의 본질인 '나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있는 증거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 "왜 나는 취업이 되지 않는가?"는 잘못된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왜 나를 팔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피동적인 질문이 아니라 능동적인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바꾸면 어떻게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다  명쾌해진다. 


만일, 스펙이 좋지 않아서 서류전형조차 계속 통과하지 못하고 서류광탈의 아픔을 겪고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제조사가 제품의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를 늘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취업 눈높이를 낮추어 유망한 중소기업을 선택하라고들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젊은 이들에게 그 결과는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당장 급여가 적더라도 가능성만 있다면 과감히 선택할 수 있지만,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만드는 기업에게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해 주기 힘들다.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려면 스펙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스펙은 한정적이고 그 역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 힘든 과정임에 틀림없다. 


제품 자체의 사양은 조금 부족해도 남다른 이미지를 구축해서 잘 팔리는 제품들이 있다. 아이폰이 그렇다. 화면 크기가 작아도, 카메라 화소수가 낮아도, 배터리가 일체형 이어도 아이폰은 잘 팔린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남다른 강점이 있고 편리함과 효용성 그리고 아이폰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아이폰의 상세 설명 페이지에는 제품의 하드웨어 사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이폰을 쓰면 얼마나 쉽고 편리하며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조금 스펙이 부족한 취업준비생들이라면 반드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비록 스펙은 조금 부족하지만 자기소개서에 남들과 차별화된 스토리,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장점이 얼마나 기업에게 도움이 될지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에 실패하는 지원자들도 많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어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펙이 실제 업무역량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원자라면 자신이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홍보 팸플릿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저 그런 홍보 팸플릿으로 나를 팔기에는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남들보다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다시 던져 보자. 


"왜 나를 팔지 못하고 있는가?"

"나를 팔기 위해서는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는가?"

"내가 지원하는 기업에서는 어떤 사람을 구입하고 싶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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