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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원국 Jun 10. 2016

시집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는?

어느 시인에게 이런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 시인이 3만 명이다.

한국에서 매년 출간되는 시집 수가 전 세계에서 나오는 시집 숫자와 맞먹는다."


우리나라 사람의 시적 갈망의 합이 전 세계인의 그것과 무게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게 사실이라면 이런 욕망은 어디서 온 것일까.     

가장 큰 것은 한(恨)의 표출 아닐까.

맺혀 있는 게 그만큼 많다는 뜻이 아닐까.

말 못 하고 담아두고 있는 게 많은 국민이어서 그렇지 싶다.

한을 토해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르시시즘의 표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자기를 표현하는 걸 억제하고 산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미덕이란 허위를 벗어던지고 싶은 충동의 발로 아닐까.     


우리 민족은 흥이 많다.

예부터 가무를 즐겼다.

노래방 좋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는 글에 곡조를 붙인 것이다.

운율이 있는 글이 시다.

노래다.

우리 국민은 저항적이다.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잘났다.

사촌이 밭을 사면 배 아픈 게 우리다.

잘 난 것들에게 반항하고 거스른다.

순응하지 않는다.

시는 일상을 거부하고 거역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핏줄 속에는 공동체적인 속성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자기 아내도 '우리' 아내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약한 사람 편에 서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정의감에서 비롯된 시가 많다.     


우리 민족은 노스탤지어가 있다.

인간 본성이나 근본 문제에 관한 성찰은 부족하지만 막연한 향수 같은 정서가 있다.

서정적이다.

주체 못 하는 그리움이 시로 나온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시를 안 읽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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