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유치원.네 살 친구들의 성장기

by 이혜영

한 달에 한 번 부산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는 숲체험장을 간다.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10시에 출발한다. 어린이대공원까지 20~30분 걸린다. 대공원 입구에서 숲체험장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오르막길도 있고 평지도 있다.

네 살 아이들이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3월. 첫 숲유치원 날이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바깥구경 하는 것이 즐겁다. 이때만 해도 아이들은 신났다. 하지만 공원에 도착해서 오르막길을 오르고,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걸어가고, 알 수 없는 길을 계속 걷다 보니 아이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그러다 점점 얼굴에 먹구름이 끼다가 짜증으로 변한다. 다행히 간식을 먹는 자리에 도착했다. 자기가 준비해온 과자도 먹고 물도 마시면서 지친 숨을 돌린다.


숲체험장에 설치되어 있는 밧줄놀이 앞에 연령별로 선다. 5세 6세 친구들은 순서대로 신나게 밧줄놀이를 한다. 하지만 4세는 다르다. 흔들 거리는 밧줄에 몸을 맡기며 발을 떼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이 얼음이 된다. 멈칫!! 흔들거리는 몸에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첫 회에는 밧줄놀이를 2개 정도 했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았다.

12시쯤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다. 아이들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힘들지만 잘 내녀온 아이가 있는 반면 털썩 주저 앉은 아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다. 난감했다. 아직 20분은 내려가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소용이 없다. 어쩔수 없이 선생님들이 번갈아 가며 아이를 업으면서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 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앞으로 네 살 친구들이 숲유치원을 잘 할 수 있을까.


살랑살랑 봄에도 숲유치원을 갔다왔다. 더운 여름에도 땀을 흘리며 갔다왔다. 한달에 한번씩 아이들은 갈 때 마다 숲체험장으로 올라가는 길을 제법 잘 걸었다. 밧줄놀이 하는 갯수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10월 숲유치원을 갔다. 오르막길도 거뜬히 올랐다. 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선생님이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주변의 나뭇잎이나 도토리도 줍고 만져보았다. 체험장까지 네 살 친구들이 기분좋게 스스로 올라왔다.

' 그동안 참 많이 자랐구나. 몸도 단단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체험장에 있는 밧줄놀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체험했다. 흔들 거리는 밧줄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중심 잡기가 어려워지면 스스로 안전한 자세로 바꾸기도 한다. 무서울때 울음을 터트리거나 안하려고 금방 내려왔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새로운 놀이에 도전한다. 밧줄로 발을 옮길 때 마다 아이들 표정은 진지했다. 성공했을 때 소리를 지르고 박수도 친다. 스스로 해낸 성취감에 아이들 표정에 자신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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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맡고 있는 반은 네 살, 발달이 느리거나 자폐 아이들이다. 도조 겐이치가 쓴 '아이는 느려도 성장한다.' 책 제목처럼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성정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배움은 학교를 벗어나 밖에 나왔을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운것을 숲유치원 통해 일반화 할 수 있었다.

2. 목표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

3. 순서에 따라 밧줄놀이 하기

4. 차례 지키기

5. 화장실에서 소변하기, 손 씻기

6. 자리에 앉아서 자기가 가지고 온 간식 먹기


네 살 친구들의 성장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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