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by 구봉선



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은 존재한다.


아니 한 가지가 아니라 몇 가지가 될수도 있다.

어느 신이 나타나 나에게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한 가지를 들어주마."


했을때 우리는 어떤 소원을 빌까...


어린아이들의 인터뷰에서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물론 환경이 아이들이 비는 소원의 척도가 될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시대 유행하는 캐릭터,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그러다 가고 싶은 학교의 높은 성적이나, 가고 싶은 대학을 소원으로 빈다.

또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들은

멋진 반려자를 만나는 소원, 진급하는 소원.

그리고 로또 1등 하는 소원을 갖고 있다.

(보편화되지 않는 말이지만, 요즘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얘기다.)


집 근처에 높지 않은 산이 있다.

둘레길도 지정이 돼서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가득찰 정도로 인기도 있다.

집 뒷산이라 정상도 가보고, 둘레길도 가봤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길이다.

그 산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탑이 있다.

종교적으로 쌓은 탑이 아닌 지나는 길에 하나, 둘 돌멩이를 쌓아 만든 탑이 있다.

누가 뭘 위해 쌓은 탑인지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이 아닌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올려놓은 돌이 쌓여 탑이 된것이다.

그 돌을 쌓은 사람들은 주위에 모나지 않은,

비, 바람에도 잘 견뎌줄 돌을 골라 그 위에 쌓는다.

뭘 위해?


돌 하나를 놓을 때도,

기도를 한다.

소원을 빌고,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빈다.




길가에 걸리는 돌이 그곳 탑위에 놓일때는 신성시된다.



그 돌을 놓는 사람의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을 지날 때는 혹여 건드려서 그 돌들이 흘러내리지 않을까 조심스레 비켜서 간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쌓은 돌들을 놓을때

그 마음의 간절함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에...


12년 전인가,

한가지 소원은 이뤄진다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기도를 한적이 있다.

너무 먼 거리라, 전주에 일이 있어 겸사겸사 스케줄을 맞춰 가기로 했다.

늦은 시간 도착해 숙소를 잡고, 아침 일어나 준비를 할때 tv에 뉴스 속보가 떴다.

"대통령 서거"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누가? 어떤 대통령이? 죽었다고?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뉴스 속보로 뜨고 있었다.

남편과 아침 식사를 대충하고 팔공산 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은 그저 숲을 지나는 정도였지만, 점점 강도가 높아졌다.

우리 둘은 아침 속보에 충격을 먹은 터라 출발부터 말이 없었는데, 그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에는 거의 따로따로 갔다.

정상이 가까워 지자 서로 예민해서 별거 아닌 것에 싸우기까지 했다.

가파른 길에 거의 기다시피 해서 정상을 올라갔다.

이렇게 힘든 정상에 얼마나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왜 그렇게 힘들다며 투덜거리고 왔나 싶었다.


대통령의 서거...

한 나라의 왕이었던, 수장(首長)이었던 분의 죽음이 충격이었을까...

기도를 하려 자리를 잡는데, 뭘 빌어야 할지 잠깐 주춤했다.

나는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

한 가지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데... 뭘 빌어야 할까..,

나이드신 부모님의 건강을 빌어야 할까.

내 안위를 빌어야 할까,

남편의 사업을 빌어야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건강, 만수무강을 빌었다.

쉴 새 없이 기도를 하고 난뒤,

앞쪽에 가서 초를 사 초를 켰다. 그 초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도를 했다.

'대통령님 부디 좋은 곳에 가싶시요.'

그때 머리 위로 한 두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곳에서 무리 지어 올라오는 사람들의 무리...


'이런...'


케이블카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올라갔던 자리는 내려올 때는 힘든지 모르게 내려왔다.

남편은 다음 스케줄의 내비를 전주 주소로 찍고 있을때,

"여보, 봉하마을 여기서 얼마나 걸려?"

"왜?"

"아니 마음이 무겁네. 가까우면 갔다 가면 안될까?"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해..2시간 정도 돌아가면 될거 같은데.."

"에? 2시간이나? 됐어 그냥 가자."

전주로 향했던 그 길은 비가 계속 내렸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기에 여러 일을 겪고 있다.

그중에 우린 소원이란 단어에 빌고 빈다.

내 자리가 힘겹거나 어려울때

그 소원은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냥,

한가지라 하지말고, '지금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게 쉬울거 같다.

지금,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것...

그것을 해결하는것...


소원에 순위를 붙여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를 만드는 것보다는 났지 않겠나.

어떻게 부모님의 건강을 뒤로 미룰 수가 있으며,

가족의 건강을

남편의 사업을

자식의 학업을

생각하지 않을수 있겠나...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앞에 서니 막상 뭘 빌어야 할지...

어떤 소원이 일순인지를 머리 굴리는 나를 볼때,

'참 못됐구나.'라고 생각하고

그저 부모님의 건강만을 빌고 빌었다.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 한 가지만 얘기하거라."

한다면 우린 뭘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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