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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un 13. 2021

삼장법사와 손오공

  


"잘 들어 내 이름은

제천대성 손.오.공 이다."


영화 '손오공'에서 손오공이 복수를 위해 싸우기전 적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장면이다.


하늘을 날려고 "근두운"하면 어디선가 구름이 날아와 손오공을 태우고 쏜살같이 날아간다.

적들과 싸우려들면 "여의봉"은 길어졌다 작아졌다를 하며 한번에 적을 쓰러뜨린다.

털을 한움쿰 뽑아 "후"하고 바람을 불면 그 털만큼 손오공이 생기는 둔갑술을 부리기도 한다.


우린 손오공을 동화책으로 배웠고,

일본 만화책 '드래곤볼'로 그 상상력을 키워 나갔다.

손오공이 우마왕만 싸우는게 아니라 우주로 나가 우주의 악당과도 싸우는 손오공을 보고, 보고, 또 보고

그 시리즈는 아직도 어디선가 연재를 하는듯하다.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각성시켜 같이 천축으로 가서 불경을 가져오게 하며,

항상 바른길로만 가려해 손오공과 잦은 마찰이 있다.

손오공과 마찬가지로 삼장법사도 가상의 인물인줄 알았지만,

서유기의 본래 주인공은 손오공이 아닌 삼장법사였다.

다른 인물들은 다 작가의 가상인물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외 요괴들이 그렇다.

하지만, 삼장법사는 '현장'이란 승려를 빌려 태어난 인물이다.

삼장이란. 경, 율, 논 / 불경의 3요소를 통달한 사람을 일컫는데 그 3장을 통달한 이가 '현장'이었다.

실제로 살아오지 못한다는 인도로 넘어가 경전을 구해 다시 돌아왔고, 그리고 그 경전을 다 해석한이가 '현장'이었다. 이 실존인물에 모험을 입히고, 거기에 3제자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탄생시키고 이들이 서역으로 가는 길에 악을 만나 싸움을 하는 이야기가 '서유기'였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멀고도 먼 옛적에 이 소설은 탄생했고, 100회를 거듭하며 모험을 써내려간 작가 또한 그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리 long time ago 라지만

인간과 원숭이, 돼지와 하천의 괴물이 함께 다니며 천축으로 가는 모험을 머릿속에 그린 다는건 천재의 작품이 아닐까... 지금껏 많은 영화와 패러디를 하는 것을 보면 그 짐작은 틀리지 않은거 같다.


무적의 손오공이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머리에 쓰고 있는 '금고아'

삼장은 손오공이 통제가 안되거나 벌을 주려하면 주문을 외워 금고아가 머리를 압박해 손오공에게 고통을 준다.

제천대성 천하의 손오공이 한낱 머리띠에 굴복하다니...

벗고 싶어도 벗을수 없는 족쇄와 같은 '금고아'로 손오공은 삼장법사를 따르게 된다.



많은 패러디 중 제일 기억에 남는건 홍콩 주성치 영화 '월광보합.

그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영화는 얇게 보였지만, 삼장법사를 수다쟁이로 표현하는걸 보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삼장은 손오공에게 항상 훈계를 한다.

"오공아! 손오공!"

그러다 말을 듣지 않으면 금고아를 이용한다.

그런 삼장을 '월광보합'에선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하루 종일 떠드는 수다쟁이로 표현했다.

시대를 거쳐 변화된 사회에서 손오공은 주인공이 되고, 악을 응징하는 화끈한 원숭이 왕이 되었다.


정도를 걷는 삼장법사와 앞뒤를 보지 않고 주먹부터 나가는 손오공.

앞에서 힘든 일처리 다해 놓으면 뒤에서 불경을 외며 모든걸 용서하는 삼장법사.

서유기는 손오공이 요괴를 혼내주면 무릎을 꿇고, 삼장법사의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며 죄를 뉘우친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건 뒤에서 불경을 구구절절 외는 삼장보다 시원하게 악을 응징하는 손오공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

법을 잘 지키는 이보다, 법을 잘아는 이를 이기기 힘들다.

그들은 사기를 치며, 법을 잘 알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간다. 그렇게 법을 잘 지키는 이만 다치게 된다.


백범 김구 선생을 살해한 '안두희'

그는 왜 김구 선생을 살해했을까...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6.25가 발발하면서 그는 복권된다. 그리고 호의호식을 누리며 살게 된다.

법은 그를 징벌하지 않았다.

곽태영의 칼에 맞고, 권중희에게 맞아 머리가 깨지고, 노송구에게 각목으로 얻어맞으며,

배후를 말하고, 김구 선생님의 묘소에 가서 용서를 빌었다.

그가 정말 죄를 뉘우치고 눈물로 용서를 구한 걸까...

몽둥이가 무섭고 그 몽둥이를 휘두르는 그들이 무서웠을 것이다.

1996년 10월 23일 박기서의'정의봉'에 맞아 안두희는 피살된다.

법보다 몽둥이가 그를 처단했다.


법보다 가까운 폭력이라지만,

법보다 가까운 폭력으로 응징을 해야 하는 이들이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앞세워 자신의 안위를 내세우는 이들을 법은 보호하고 있다.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둘러 나쁜 악인들을 처단하는게

불경을 외며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것보다 빠르다.


손오공의 여의봉을 떠올리니

박기서의 정의봉이 떠올랐다.


폭주하는 손오공에겐 금고아가 있다.

삼장법사의 불경이 금고아를 이용해 손오공을 고통으로 밀어 넣는다.

딱. 거기까지다.

삼장법사의 미주알 고주알은

폭주하는 손오공을 잠깐이나마 숨 고르기를 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주성치도 영화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삼장법사를 그냥 수다쟁이로 칭했는도 모른다.

법률만 내세우는 말 많은 수다쟁이.


소설이라지만,

지금 현실이 당나라 시대 지어진 '서유기'와 비교하게 되는건 왜일까...








나무 위키 '박기서' 발췌 /안두희를 죽인 후 인천 중부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용기란 내가 내고 싶다고 나오는게 아닌듯 싶습니다.

쓸데없는 용기는 '객기'라고 하지만,

나를 버린 용기는 '정의'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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