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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un 10. 2021

오월의 어떤 기억...

 


'오월의 청춘'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5월 3일 방송 시작으로 6월 8일 12부작으로 끝을 맺었다.


제목부터 드라마는 광주 5.18일 연상하게 하는 끝을 알수 있는 드라마였다.


서울대 의과대학생 황희태와

광주 병원 간호사 김명희.

우연이 필연이 되어 사랑하게 되는 두 남녀를 두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광주사태에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드라마 시작부터 흥미가 있었다. 

항상 5월이면 5.18의 희생된 이들의 아픔이 기억되는 그런 달이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가정이 무참히 깨지는 5월이었다.

드라마는 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이 부각되면서 왜 헤어져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장소가 광주.

그리고 남자 주인공 황희태의 아버지가 보안부대 대공수사관이라는것. 그리고 그가 김명희 아버지를 모함하고 고문으로 죽기 직전까지 몰아갔다는것.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착각할뻔...)

초반 이 드라마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흥미진진했지만,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었다.

못된 아버지는 계속 악당이 되고, 남녀는 울면서 헤어지고, 김명희 친구 법학과 부잣집 딸 이수련은 아픈 아버지를 두고 데모하고...

끝을 보고자 기다렸다. 여기서 누가 죽을까?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새드엔딩이다. 

그럼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남녀 주인공일까.. 아님 모두의 죽음일까...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죽어가야 했는지를 넘겨버린 드라마.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찾아 시내를 다닐때,

뜬금없이 주먹밥을 주는 아줌마. 그걸 받아 들고 주위를 한번 보는 남주인공. 

좀 아쉬운 부분이 아닐수 없다.


'오월의 청춘'은 평범했던 남녀가 만나 사랑하지만, 주위의 환경에 부딪쳐 이별을 택하고

5.18이란 사건 앞에 다시 맺어지나, 비극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총을 맞고 죽는 드라마다. 

그 많은 죽음들중 시신조차도 찾을수 없었던 아픔은

김명희 아버지가 갖고 있던 회중시계가 아들에게 그리고, 김명희가 갖고 죽게 되며 그렇게 김명희를 찾으려 했던 황희태는 그 시계로 인해 41년 만에 시신 김명희를 찾게 된다.

그렇게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1980년 5월.

그 5월의 하늘에 총성이 울리고, 가족이 죽어가고, 이웃이 실종됐다.

아무도 그 영문을 모른체 당했다.


2017년 5.18 기념식이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을때,

한 여인이 나와 기념식 낭독을 했다.

자신은 37살. 자신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에 다니는 아버지는 일을 일찍 끝내고 옆동네서 광주로 갓 태어난 아이를 보러 산부인과로 향했다한다. 하지만, 기다려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죽은 체로 발견됐다고.  자신이 태어나, 그날 자신을 보러 아버지가 오시는 바람에 돌아가신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자책으로 지금껏 살았다고 한다.

'자신의 생일은 아버지의 제삿날이다.'

생일이라고 한번도 웃어본적 없고, 축하도 받지 못했을 그분의 낭독.

TV를 통해 보고 있던 나는 그분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분의 아픔이 가슴 아팠을까... 낭독을 마치고 돌아가던 여인을 붙잡은 이는 대통령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안기듯 대통령께 기댔다. 

대통령께서는 가만히 그녀의 울음을 다독였다.

그녀에겐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5.18은 아픔이 된다.



(2017년 5.18 기념식) 



5.18에 대한 영화, 드라마는 계속 나온다. 그 이유가 뭘까...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늘에 가려진 역사라 해도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기억하고, 내가 기억하고, 내 자손들이 또 그 자식들이 기억해야 하는 역사...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역사.


오월은 찬란히 빛나는 계절이다.

오월의 행복일지를 작성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오월의 기억은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괴로운 달이 될수 있다.

청춘은 떠나갔어도, 기억은 남게 되어 있다.

37살의 여인은 아버지 얘기를 하지만 아버지를 보지 못했듯,

왜 죽어야 하는지 몰라도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죽음의 증거가 회중시계였다.

그것으로 그녀가 확실하다는 믿음으로 41년의 체한듯 숨 고르기 쉽지 않았던 이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아직도,

찾지 못한 이들이 있다.

어디에 어떻게 죽었을지 모르는 이들을 우리는 가슴에 묻고, 추모하고 있다.


그들의 찬란했던, 찬란해야 했던

오월의 어느날...







5월이 지나 6월이 되었지만,

5월은 매년 돌아오게 되어있습니다.

언젠가 그 아픔이 사그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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