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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구봉선
Aug 09. 2024
그 밤에 나타난 아이는 누구? 2편
악몽에 잠을 못 자던 남편 친구 아내는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미동이 없었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도 몇 시간이 남아 나도 잤던 이불에 다시 누웠다.
리모컨으로 TV를 끄고선 눈을 감았다.
잠이 올 거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 누워 있는데 나만 멀뚱이 앉아 있는 것도 우스워 누 워시 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 밤에 깨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어두운 밤.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비는 내리 붓듯이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헤헤헤헤"
"아~ 좋아!!"
아이의 웃음소리에 잠에 깼다.
어디서 나는 소린지... 아이는 연신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까~하하하하"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방 모서리에 한 남자아이가 앉아 나를 보고 있고 있었다.
'저 아이는 언제 들어온 거야?'
주위를 보니 각자 자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이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아이는 내가 자기를 알아보자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그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4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이곳이 자기 놀이터인 양 여기저기를 뒹굴며 웃고 다녔다.
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이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그리곤 내 앞에 앉아 박수를 치는 것이다.
"짝! 짝짝!! 짝짝짝!!"
갑자기 나타난 아이는 나를 보며 섬뜩하게 웃었다.
이 아이를 말리려 말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흰 티에 큰 줄무늬가 있는 카라티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수없이 박수를 치다 갑자기 생각난 듯이 겨우 잠든 남편친구 아내에게 다가가서는 잠든 얼굴을 쳐다봤다.
이리저리 얼굴을 내다보던 아이는 갑자기 웃더니,
손가락으로 그 아내 머리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헤헤헤헤 까~~~~ 헤헤헤"
'하지 마!'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머리를 찌르던 아이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고선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지 마!'
왠지 아이가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아이가 정말 아이일까?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작은 아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어떻게 이방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렇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 이리저리 뒹굴고 다니는지...
점점 아이는 내게 다가왔다.
숨이 멎을 정도의 공포가 다가왔다.
아이는 이상한 것을 보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지가 움직이지 않았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 눈이 번쩍 떠졌다.
방 안을 둘러보니 나만 누워서 눈만을 뜨고 있는 듯했다.
역시나 밖은 세찬 비가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창밖으로 해는 뜨지 않았고 핸드폰에 찍힌 시간은 4시 10분...
다시 잠들 거 같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깼어?"
깨어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이 같이 일어나 앉았다.
"왜 벌써 일어났어?"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는 남편에게 물었다.
"깊은 잠이 안 오네."
남편은 습관처럼 리모컨을 들어 TV를 켠 다음 채널을 돌렸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나?
아침 9시에 그곳을 나왔다.
밤새 세차게 내렸던 비는 그쳐있었고, 하늘은 아직도 뭔가에 화가 난 것처럼 잔뜩 찌푸려있었다.
그 여관을 빠져나와 온전히 그 건물을 보게 되었다.
밤에는 비에 앞이 잘 보이지 않던 건물은,
아침이 되어서 보니 뒤에 산을 두고 있던 건물이었다.
그 건물이 그 자리에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도로에 빠져나오니 건물 자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 밤에 어떻게 저 건물을 찾아 들어갔는지,
뒤 돌아 그 건물을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건물...
"아침이나 먹고 가자. 이 시간에 연 식당이 있으려나?"
차 안에서 우리 4명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잠을 뒤척인 이유도 있었지만, 뭔가 떠들며 갈 기분이 아니었다.
운전을 하던 남편은 허름한 가계 앞에 차를 세웠다.
"이 근처에 이 가계 밖에 없는데."
"먹고 서울로 출발하자."
단층짜리 가계에는 할머니 한분이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다.
"청국장"
메뉴는 그리 많지 않았고 빨리 먹을려는 생각에 청국장으로 통일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밤새 뭐에 시달린 사람들처럼 우린 지쳐 있었다.
"언니 그러고 잠 좀 잤어?"
남편 친구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그러고 어떻게 자. 자도 잠깐이지. 너무 무서워서."
그때를 생각하는지 그 언니는 소름 끼친다는둣이 몸소리를 쳤다.
"막 피가 여기저기 튀었어?"
"밤이라 무서워서 얘기 안 했는데, 팔, 다리가 잘린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고, 피는 흥건하고
그런 사람들이 일어나서 나한테 걸어오는 거야."
꿈 얘길 하면서도 무서운지 자신의 팔을 쓰다듬었다.
"무슨 그런 꿈이 있냐. 진짜 거기 뭐가 있는 거 아냐?"
우리 둘의 얘기에 남자 둘은 가만히 청국장만을 먹었다.
"출발하자."
남자 둘은 담배를 피운다며 밖으로 먼저 나갔고, 우린 아직도 그 무서운 여운에 몸서리쳤다.
난 그날 새벽에 꾼 꿈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 꿈까지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저 건물에 뭔가가 있다는 직감을 느낄 거 같아 그냥 내 꿈은 내 꿈으로만 남겨 뒀다.
음식을 다 먹고 밖으로 나온 네 명은 찌푸린 하늘을 봤다.
"건어물 살 거 있어?"
언니가 물었고, 난 고개를 저었다.
이 기분으로 건어물 산다고 돌아다닐게 아니었다.
"아~~ 오랜만에 속초 왔는데 비만 맞고 가네."
우리 넷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가끔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생각난다.
그 밤 쏟아붓던 장대비를 피해 겨우 찾은 모텔에서 난 무슨 꿈을 꾼 것이고, 그 언니는 무슨 꿈을 꾼 것일까...
문을 두드리며 나가라고 소리소리치던 그 할머니는 왜 그렇게 무작정 나가라고 소리치고,
우리가 잠든 밤 모서리에 앉아 괴기하게 연신 웃던 그 남자아이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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