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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Dec 04. 2021

아버님의 세례명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지 10년.

아버님은 표현은 않하시지만 가끔 어머님 얘길 하곤 하신다.

"아직은 오지 말라고 한다. 니 어머니가."

"나도 어여 가야 하는데, 가는게 쉽지 않네."

흘리듯 하시는 얘기에 자식된 입장에서는 흘려들을수 없는 얘기다.

제삿날이라도 다가오면 차려진 상에 술 한잔 올리시며 한참을 그냥 앉아 계시는 모습도, 10년이 지났어도 마음 한편이 아프다.


어느 날은

"근처 절이 있는데, 거기에 가볼까 한다. 스님이야 어디 나쁜 말하겠냐. 거기 가면 붓글씨고 가르쳐 준단다."

그렇게 말씀하신곤, 항상 tv에 불교방송을 라디오처럼 틀어놓으셨다.


코로나로 노인회관에도 갈수 없다고 심심해하시던 아버님.

'동네 정자에 앉아 있으면 초등학교 할머니들이 애들 데리러 많이 와.. 와~ 혼자 사는 노인들이 어찌 그리 많으냐."


"천주교 다니는데 이번에 성탄반이 됐다."

"네? 성탄반이요?"

"아직 세례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반이야."

"아버님 그럼 언제 세례 받으세요?"

"허허허 12월이라고 하긴 하는데..."

"세례명은 지어놓으셨어요?"

"어? 그건 신부님이 하시니깐."

"그래도 이왕 맘에 드는 걸로 하면 좋잖아요."

"허허허 나중에..."

말을 흘리시는건,

며느리가 불교인데,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는다고 얘기하는게 좀 쑥스러우셨나 보다.

"아버님 제가 좋은 세례명 있나 한번 봐볼게요. 좋은 뜻의 이름이 좋지요."

"그럴래?"

"네, 저도 잘 모르는데 어떤게 좋은지 3개 정도 알아보고 세례 받기 전에 알려 드릴게요."

"그래라. 거~ 누가 그 십자가에 예수님 있는 것도 줬는데.... 흠... 흠..."

"그럼 보기 좋은 거실 tv위에 거시면 좋겠어요. 아버님 새벽에도 일어나시니 보면서 새벽기도도 좀 하세요."

"허 허 허.... 거기 가니깐 코로나 때문에 못 나왔던 사람들이 많이 나왔더라. 노인들도 많아."

"네. 가서 친구 많이 사귀시면 좋죠."


80이 넘으신 아버님은 종교에 대해 며느리 눈치를 보신다.

나이를 먹으면 외로움을 타는게 아니다.

외로워서 외로움을 타는 것이다.

젊을땐, 바쁘게 일하니 주위에 나를 찾는 이가 많았는데,

이젠 늙었다고 찾질 않으니 할수 있는게, 하는게 없어진 것이다.

어릴적 부터 시 할머니가 절에 가서 공들이고 하는걸 본 아버님은 종교에 대해 크게 가져야 한다, 갖지 말아야 한다가 없으셨다. 그저 가족을 위해 사는것 뿐.

그러다 자식들이 하나, 둘 가정을 이뤄 떠나고, 옆에 있던 반려자도 떠나고 나니

아무것도 할것이 없다. 뭘 하려고 해도 '그러다 실수한다.' 거나 '돈 벌려다가 오히려 돈 물어주니 가만히 있어라.'다.

나이가 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위의 시선도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뭘 해야 할지, 뭘 하면 좋을지, 뭘 해야 하루가 갈지를 생각한다.


아버님과의 통화에 웃음이 저절로 났다.

쑥스러운듯 하며 하실 말씀은 다 하시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친구 따라 종교를 갖게 되셨다니 너무나 좋았다.


"신부님 말씀이 틀린 말은 없더라.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 하시는데, 얼마나 좋은 말이냐."













세례명은 성년은 자신이 짓기도 하지만, 신부님이 태어난 달, 날에 맞는 세례명을 지어 주신다고 한다.

"12월 성탄반! 스테파노 어떠세요?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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