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by 구봉선






기분 좋을 때 듣는 잔소리는 그런대로 넘길수 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때 듣는 잔소리는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국어사전

"잔소리 / 필요 없이 듣기 싫게 늘어놓는 말"

이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잔소리는 그렇지 않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행동을 고치게 하기 위한 소리로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잔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편식하지마. 골고루 먹어."

"일찍 자야지. 일찍 일어날 수 있어."

"손가락 빨지마!"


그게 잔소린 줄 모르고 우린 성장한다.

그러다 말하는 재주가 늘면서 '잔소리'로 인정해 버린다.

듣기 싫은 말...

왜 듣기 싫은 걸까.


"공부해라."

"밥 먹어라."

"그만해라."


내 행동에 대해 부정을 하는 느낌이어서 일까...


그런 적이 있다.

놀다 '그만 공부해야겠다.' 하고 공부하려 할 때 왜!! 하필 그때 그런 말을 하실까.'


"그만 놀아! 공부 안하니!"


그럼 난 공부하기 싫어지고 책을 펼쳤던걸 다시 덮어버린다.

반항...이다.


그렇게 사춘기를 보내고.


"결혼 언제 할꺼야?"

"일찍 일찍 들어와"

"술 먹지마."


그렇게 마지막 솔로를 보내고 가정을 만들고, 잔소리를 듣던 나는


잔소리꾼이 되었다.


"양말을 아무 데나 놓지 말라고!"

"언제까지 잘 꺼야?"

"물건은 제자리 놔야지."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내가 하지 않아도 엄마나 아빠가 해주신다.

그냥 잔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물건이 제자리 가있고, 양말은 세탁이 되어 말려 내 서랍에 이쁘게 개어져 있으며, 청소를 하지 않아도 퇴근해서 집으로 오면 아침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그 모든게 내가 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남편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 되는 일이 되고 만다.

그렇게 나는 잔소리를 하게 된다.

살림을 하는 엄마는 집안 정리를 함에 좀 더 도와줬으면 하는 표현이였는지도 모른다.

집안 가족이 다 와야 잠이 들고, 가족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기에 음식에 대한 정성을 다 하고,

깨끗한 가정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세탁을 하고 청소를 한다.

그래서, "일찍 일찍 들어와라. 밥 먹어라. 씻어라. 청소해라."를 말하신다.


중3병이란 말이 있지만, 예전엔 고3병이란 말이 더 많았다.

대학을 가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해야 했던, 고등학교 3학년을 둔 가정은 그 가족 모두가 고3이 돼야 했다.

왜 자식이 고3이면 부모님도 고3이 돼야 했을까...

하루에 3시간 자고 공부하면 대학에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잠도 자지 않고 공부해야 했다. 그럼 엄마도 잠을 자지 못한다. 자식보다 한 시간 뒤에 자고, 한 시간 먼저 일어나야 했다.


'잔소리 / 필요 없이 듣기 싫게 늘어놓는 말'이 아닌

'잔소리/ 나를 위한 소리'다.


나를 위한 소리를 듣기 싫다며 귀를 막아버리고, 대들기도 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늦은 귀가로 인해 잠도 자지 않고 남편, 아내, 딸, 아들의 귀가에 촉각을 세우며 기다리는 사람은 세상에서 몇이나 될까...





잔소리는 듣기 싫은 말이 아니다.


내가 들어야 하고, 내가 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고, 하기 싫은 '걱정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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