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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an 28. 2023

내 이름 석자...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이름이 생긴다.

부모님이 성공하라고, 이쁘게 커야 한다며 심사숙고하며 지어준 이름을 우리는 갖고 있다.


그 어떤 시절의 이름은 그저 구분에 가까운 작명이었다.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이름을 보면 그렇듯 집안의 내력에 의해 그 이름이 싫든 좋든 평생 불리며 대답하고 봐야 했다.

내리 딸만 낳은 집안은 아들 낳으라고 막내딸 이름이 지어져 버리고,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 강아지 이름 짓듯이 그렇게 지어졌던 시절.

그래도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버리지 못하고, 아니 버릴 생각도 못해 평생,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불려져야 했던 이름이다.


시대가 좋아져 이쁜 이름, 불리기 좋은 이름, 사주에 영향을 주는 이름을 찾으며 돈을 주며 작명소에서 짖기도 한다.

오행을 찾으며 사주에 보조가 될 수 있게끔, 이름을 지어 고이고이 크라고, 큰 사람 되라고 짓는다.

또한, 태어나기 전 뱃속의 아기와 교감을 위해 태명을 짓기도 한다. 그렇듯 그저 생기니 낳아 알아서 커야지 하던 분위기에서 기적,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키울 준비를 한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름도 유행을 탄다.

유명스타, 스포츠 선수, 정치인에서 그 사람과 닮았으면 하는 염원으로 아기 이름을 짓기도 한다.

2007년 황금돼지띠에 태어나면 좋다는 미디어 광고에 황금돼지해는 출산율이 높았다.


내게도 이름이 있다.


'이름 이쁘다.'

'좋은 이름이다.'라고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1남 2녀인 집에서 내 뒤에 남자아이 하나 더 낳으라고 할아버지는 본인 맘대로 이름을 지어 출생신고를 했다고 한다.

학교 다닐 적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마다 출석부에 적힌 이름을 불렀을 때, 항상 생소하다고 생각했던 이름이다.

다른 아이들의 이름이 이뻐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내 이름 불리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시절...


남자아이 같은 이름에 친근하게 불리지 못한다고 생각도 했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이름...


그러다 그 이름이 좋은 흐름을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작명소를 갔다.

이름 하나 짓는 게 무슨 어려운 일인 양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주와 음양오행에 음의 파동을 이야기하며 지어준 이름이 있었다.

45년 가까이 불렸던 이름이 어색해도 지금 막 지어온 이름에 비하랴...

그저 나한테 좋을 거 같으니 좋았던 거지...


작명한 그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처음엔 그러려니 하더니 다시 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입에 달고 있던 이름이 편했던지라, 내 사주에 좋지 않은 이름을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결심을 했다.

'개명'


정말 많이 망설이고 깊게 생각하고, 한참을 시간을 보내던 때...


내 머릿속에는...

'부모님이 주신 이름 하나, 죽을 때까지 간직하지 못하고 이렇게 내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가?'였다.



하지만, 또

내가 인식하지 못할 때 만들어진 이름이지만,

'내가 원하니 앞으로 불리어질 이름은 내가 결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였다.


그렇게 둘을 고민 고민 하다.

결정했다.

45년을 부모님이 주신 이름으로 살았으니,

남은 인생 내가 원하는 이름으로 살아가보리라.


부모님께 간략하게 상황 설명을 하고서 법원으로 갔다.

내 이름을 내가 정하기 위해서...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가며 결정 나기를 기다리기를 한 달 남짓하니 법원에서 등기우편이 왔다.


앞으로 불릴 이름은 내가 정하는 게 좋다는 법원의 간단한 정리 요약.


또 한번 그 시간에 멈짓했다.

법원의 허가가 났으니 내가 일사처리로 하면 되는 일인데, 왜 그렇게 망설여졌는지...


접수를 하고, 주민증, 여권, 은행권, 통신사 등등.... 각종 앱에 들어간 내 이름을 다 바꿔야 했다.



누구에게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번째,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내 맘대로 바꿔도 되는가.


두번째, 이렇게 바꾼 이름이 정말 나에게 좋은 징조로 다가올까.


세 번째,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였다.


모든 일에 대한 책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예전 어느 다큐에서 작명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다.


'사주를 보러 갔는데, 이름이 좋지 못하다 하여 바꿨다.'

그 사람들의 그 후.... 였다.


어떤 사람은 이름을 바꾼 뒤 크게 성공했고,

어떤 사람은 이름을 바꾼 뒤 더 망했으며,

어떤 사람은 이름을 바꾸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름은...

부르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불리는 사람 또한 중요한다.


나를 부르는 이름... 석자.

그 석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려진다.

나를 찾는 이들에게서...














"이름을 바꾸고 지금 난 행복한가?"


처음 개명을 하고 수없이 되뇌인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난 행복합니다.

이름으로 잘되고, 못되고를 따지지 않고 그저 내가 정한 이름으로 살고 있고,

이름에 대한 원망이나 부끄러움이 없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6시 내 고향'을 가끔 보면 나이 80 넘으신 어르신들에게 이름을 물어보면

'창피해 말 안 할거야.'

'이름이 좀 이상해서.'

'그때는 우리 아버지가 그냥 막 지어 불렀지.'

라며 그 나이에도 이름에 대해 부끄러워하신 어르신들을 보면 '그 이름에 얼마나 마음을 다쳤었나'였습니다.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이름이 부끄러워 숨는 일은 이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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