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봉선 Aug 28. 2022

길가에 피는 들꽃도 꽃이다.





꽃은 이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향을 내뿜으며, 자신을 뽐내며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도 하지만,

숨겨진 가시를 숨겨 자신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도 하는 도도함 또한 갖고 있다.


꽃은 의미를 부여한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서, 기억하고 싶은 날이라서, 보고 싶어서, 사랑해서...

선물할 때는 받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느라 설레는 두근거림이 있다.

받는 사람은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좋고 자신을 생각하는 상대의 마음에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꽃을 사랑한다.


꽃은 각자 꽃말을 갖고 있다.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표현하기도 하는가 하면, 경고를 날리기도 한다.

선물을 할 때 꽃말 또한 생각해서 줘야 오해를 사지 않게 된다.


결혼하는 신부손에 들린 꽃을 부케라고 한다.

일생을 함께할 사람에게 가는 길, 그 길에 부케는 함께한다.

웨딩드레스만큼 신경 쓰며 고르는 꽃...

그 꽃을 신부 들러리 중 한 친구는 신부가 던진 부케를 받는다.

단순히 친구 아무나 받는게 아니다.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결혼을 못하면 6년 동안 결혼을 못하는다는 무시무시한 저주도 있다.

또 부케를 받고 끝나는게 아니라 부케 던진 친구가 잘 살길 바라면 잘 말려서 100일째 다시 주인에게 전달해야 잘 산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꽃은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 부여는 사람이 만든 것이겠지만...


우리는 꽃을 사랑할때,

향기가 좋아서,

이뻐서,

꽃말이 좋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꽃을 가까이하고 좋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좋아서,

내가 좋아하고 잘생기고, 이뻐서,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따뜻해서...


각자 좋아하는 이유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지만, 꽃을 사랑하는건 변함없다.


향이 좋고, 이고, 매력적이여야 부케로도 쓰이고, 청혼할 때도 쓰이고 의미가 좋아야 부모님 선물로도 쓰이고, 감사의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쁜 꽃이 사랑받지만,

이쁘지 않은 꽃도 사랑받아 마땅하다.


얼마전 날도 선선해져 운동이라고 걷기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걷는 길이 조금 힘들고 지쳐 있을때,

길가에 노란 꽃을 발견했다.

단 한송이만 피어 있었지만,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걷는 길에 잠시 멈춰 서서 그 꽃을 눈에 담았다.

길게 목을 느려 뜨리고, 바람에 맞서지 않고 그저 부는 데로 살랑살랑 몸을 움직이는 꽃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어디에서건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화려하지 않으며, 남의 이목을 끌지는 못해도

그 자리에서 바람을 역행하지 않으며, 내 할일을 다 할뿐이다.

이 세상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로 인해 움직인다.

향기가 나지 않아도, 아름답지 않아도, 품고 있는 이름이 감동을 주지 않아도,

꽃은 꽃이다.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지 못해도,

길가에 바람, 비를 맞으며 자라 누구의 이목을 끌지 못해도,

감동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해도,

이름조차 갖지 못한 꽃이라도 꽃이면 된것이다.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건 당연할 것이다.

내 이름 석자 세상에 알려지고, 찬사를 받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그런 삶도 있고, 이런 삶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 내놓지 못할 이름 석자라도 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산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들꽃이 있어 온실의 꽃이 이쁜 것이다.

조연이 있어 주연이 빛을 발하듯...


내 삶의 주인공은 나지만

세상 속에 나는 조연이다.

세상을 밝힐 수많은 조연 중의 하나.




장미가 아니여도 좋다.

길가에 눈길 한번 받지 않는 꽃이라도 좋다.

들꽃이라서 좋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눈물을 흘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