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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Feb 26. 2023

머리를 염색했다.





젊어서 나는 흰머리는 새치라고 한다.

나이 먹어 흰머리가 나면 늙었다고 한다.



젊음은 모든 것이 활기차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머리에 흰머리가 하나라도 섞여 있으면 나이 든 표시가 나는 것처럼 뽑아 버리게 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하지만,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 하나둘씩 흰머리가 나며 머리숱이 얇아지고 빠져 그 흰머리 하나라도 뽑기 망설여진다. 그래서 염색을 하게 된다.


동양인들은 피부색에 따라 머리색을 잘 선택해야 한다.

예전엔 머리 염색하면 일본제가 좋다고 일본제를 썼던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선택사항이 많이 없고, 염색약 하나 사려면 약국에서나 사야 했던 염색약.

고등학교 때 유행했던 머리 염색은 아주 단순했다.


과산화수소를 머리에 바르거나,

맥주로 머리를 담가 검은색의 머리를 갈색으로 바꾸는 방법.


교복에 머리는 단발머리, 귀밑 3cm.

학주(학생 주임 선생님)는 몽둥이와 자를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감시하던 때라.

( 1995년 시대 이야기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길어 보이기 위해 등교할 적엔 고개를 기린처럼 쭉~~ 빼고 교문을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등교하다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인 걸 들킨다면 바로 교무실로 호출을 당하게 되어 있다.


머리칼을 물들여 교실에 앉아 있을 때는 창문가에 앉으면 안 된다.

교실 창가에 비치는 햇살에 머리는 더욱더 밝은 빛을 보이기 때문에 확~~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맨뒤,  교실 뒷문옆에 앉아 음침하게 몸을 숙여야 했던, 내 첫 염색은 어설펐지만 나름 만족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별의별 머리색이 나오고 계절 따라 머리 염색을 했다. 

그러다 보니 두피도 상하게 되고, 어릴 적엔 머리숱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얇아져 머리숱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침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칼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고,

머리를 감을 때 하수망에 모여 있는 머리칼을 보면 쉽게 모아 버리지 못했다. 한번 머리 감을 때마다 쑥쑥 빠지는 머리칼이 얼마나 아깝던지...



이제는 흰 머리칼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다.

드문 드문 보였던 흰색이 이젠, 반이 상을 차지하지 않나 걱정도 된다.

머리 염색을 한번 할 적마다 두피는 예민해지고, 머리칼은 뻣뻣해졌다.


예전엔 흰 머리칼만 보이면 염색하거나 뽑기 바빴는데,

지금은 


'여기도 났네. 와~~ 여긴 뭉터기네'


이러면서 거울에 비친 흰 머리칼을 이리저리 들춰 보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는


'야~ 흰머리 많이 났네. 염색하지 말고 한번 길러봐. 거 패티김 씨도 머리가 하얗잖아. 흰색으로 염색한 거처럼...'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다. 

'백발 마녀 전'의 마녀(임청하)는 큰 고통으로 갑자기 검은 머리가 흰색으로 바뀌며 흑화 되는데,

임청하의 미모는 흰 머리칼을 가져도 아름다웠다. 




임청하 주연의 '백발마녀전'中



영화는 주인공은 뭘~해도 주인공이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나이 들어 색이 빠진 흰 머리칼에 지나지 않으니...



홈쇼핑 방송 중 자극이 적은 염색약에 빠져 주문한 적도 있었다.

생수에 가루만 넣고 머리에 묻혀주기만 하면 염색이 된다는 호스트의 말에 나도 저렇게 되겠지... 하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곧 따뜻한 봄이 오면 무거운 검은 머리를 탈피해 밝고 가벼운 색으로 염색하고 싶다고.

하지만, 원하는 색을 고르는 게 아니라, '멋 내기 인지, 새치염색 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염색을 했다.

얼마 없는 머리에 흰머리가 정수리를 넘어 나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모자로 가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지름신으로 저질렀던 효험을 한번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셀프염색이 어디 전문점에서 하는 것과 같겠나.


예전에 머리 염색을 하게 되면 하고 난 후 말려진 머리 색에 내 인상이 바뀌는 경험을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다른 색으로 염색을 하면 한동안은 머리색 때문에 즐거웠던 적도 있었다. 또 다른 내가 서 있는 거 같아서... 이색도 해보고, 저색도 해 보고 나와 맞는 색을 찾는 것도 나름 즐거움이었다.

전문가와 상의하며 2~3시간을 샾에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던 때...




지금은 그저 흰 머리칼만 가려주길를...

그렇게 거울 속의 나는 주문을 외고 있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저 

두피 자극 없이, 

머리 빠지지 않고,

흰머리칼만 가려 주길....










너무나 소중해진 머리칼...

잘 끊어지고, 얇아져 머리 감고 드라이만 하면 얼굴에 달라붙어 더욱 초라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방송에서 잠깐 빗질 몇 번에 머리에 볼륨이 생긴다는 말에 혹해 산 미용기기가 벌써 10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인물의 반이라고 했습니다. 

머리숱만으로 사람의 인상이 달라진다는 걸...

왜 엄마들은 머리가 똑같이 짧은 머리에 얇은 파마를 하는지 지금 서서히 이해가 되고 있습니다.

한결같은 머리 패션


'나도 머리 자르고 얇은 파마를 해야 하나?'

거울을 보며 충동이 일 때도 있습니다. 

'백발'을 가지는 것보다는 '보통의 엄마 패션'이 더 대중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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