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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Mar 26. 2023

열쇠와 자물쇠





문을 열고, 잠글 땐

자물쇠가 있고 그곳을 열쇠가 있어야 문이 잠기고 열렸다.

이방 저 방 문을 열라치면 한 무게 하는 열쇠를 넣었다 뺐다를 연신 해야 한다.

아무리 비슷한 모양이라도 정확하게 일치해야만 문이 열린다.


그러다 열쇠 없이 번호만 치면 문이 열리는 시대에서 손가락 지문을 갖다 대거나, 얼굴을 갖다 대면 문이 

스스륵 열리는 세상.

한 손의 핸드폰으로 전자제품의 전원을 on/off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던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홍채인식으로 문이 열리니 대단한 세상이 왔다.


예전 영화에 먼 미래를 그리며 촬영했던 장면들이 지금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절대 이뤄질 것 같지 않던 과학은 지금 현실로 다가온다.


스스로 운전을 하는 자동차,

집안일을 하는 로봇,

그림 그리는 AI,


그리고 그토록 무섭게 생각이 드는 생각하는 AI...


예전 영화에 미래에는 로봇이 지구를 움직이고,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지배하려는 영화가 많았다.

그때는,

'저게 가능하다고?'를 연신 외치며 생각만으로도 무서운 영화에 몸서리를 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런 영화의 무서운 상황은 지금 현실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점점 기계화되며,

인간의 노동은 점점 사라지고,

인구는 줄어든다.

그리고, 생각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고, 그 인간을 지배하는 건 로봇이 된다.


더 무서운 건,

그런 미래를 봤던 영화 중 자연재해에 관해 나왔던 영화는 많았다.


빙하가 녹으며 바다 수면이 높아지고 지면은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지구의 절반이 바다에 잠겨 많은 이들이 죽고 세상은 많은 것을 잃는다.


과학의 발전은 미래 세상의 편리함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아는 분이 보이스피싱을 당하셨다.

그저 핸드폰을 보다 아는 사람이 보낸 문자에 태그를 하자마자 핸드폰의 전원이 꺼지면서 핸드폰이 먹통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계좌의 돈이 빠져나가고,

언제 적인지 모를 카드에 대출을 받아 가고,

그렇게 피해액은 몇 천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경찰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며 빨리 피해액을 알아보라는 말뿐.

죽고 싶은 심정으로 몇 날 며칠을 보냈던 가족이 있었다.


우리 주위에 이런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아끼고 저축했던 돈이 한순간에 빠져나가고,

알지 못하는 곳에서 대출했다는 문자.

숨이 막힐 거 같다.


무서운 세상이 온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세상.

문자, 0 톡이 오면 진짜 그 사람이 맞는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

어렵게 모은 돈이 한순간에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누굴 믿어야 하고, 누굴 믿지 말아야 할까...


열쇠와 자물쇠는

딱 하나다.

그 자물쇠에 들어가는 열쇠는 하나다.

아무리 다른 열쇠로 열어보려 해도 절대 열릴 수가 없다.

열쇠를 하나 더 만들려면 그걸 들고 전문가에게 가서 복사본을 하나 만드는 수밖에 없다.

누가 열 수 없고, 나만 열 수 있는 열쇠...

불편했지만, 믿을 수는 있었다.


손가락 하나 잘못 눌러 재산을 잃을 일은 없었다.


'레트로'


옛것을 그리워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것이다.

우린 빠른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느림의 생활을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손가락 하나로

택시를 집 앞으로 부를 수 있고,

버스, 지하철을 탈 때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입금, 출금, 이체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일이 손가락에서 이뤄진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도와주지만,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점점 줄어들게 하고 있다.

편리하지만,

우린 그 편리함에 점점 잠식되어 간다.


이미 AI는 인간을 이기고 있으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과학은 지금 내 손 안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과학영화는 미래를 알고 만든 것인지,

영화를 보고 미래가 만들어진 것인지.



이제껏 나온 많은 영화는 지금의 미래를 내다보듯이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나는 타노스가 아니기에 손가락 하나로 행성을 파괴하지 못한다.

파괴당할지 모를 그 행성에 살아가고 있을 뿐.


언제 손가락이 튕겨 행성이 파괴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몸이 편한 것보다는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열쇠와 자물쇠처럼 딱 맞아야 열리는 믿음처럼...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 신랑의 핸드폰으로 문자 하나와 태그주소가 찍히며 왔습니다.

"저희 딸이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와주셔서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면 핸드폰 번호로.

무심결에 '누가 결혼하나?'라며 누를 뻔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건 누가 모르고서, 멍청해서 당하는 게 아닌 거 같다.

그저 인식이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습관적으로 손가락이 핸드폰을 누르게 되는 행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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