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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ul 07. 2023

엄마 손맛







식당도 하셨던 엄마는 '뚝! 딱!' 하면 음식이 되는 마법의 손을 갖고 계셨다.


모든 음식이 금세 이뤄지고 맛 또한 기가 막히게 좋았다.

어릴 적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터라 집안 식구들은 밖보다는 집밥을 더 좋아했다.

계란말이 하나도 파, 당근등을 넣고 간이 딱 맞아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자식은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다.

엄마의 음식이 자신의 입맛이 된다.


엄마의 음식 맛은 평균이상을 넘어 밖에서 식사를 할 때도 기준은 엄마의 음식이 기준이 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간단하고 맛있게 만들까...

이웃에게 김치 담근걸 좀 드리면

'여기에 뭘 넣어 이렇게 맛있어요? 색깔도 어쩜.'

이라며 음식맛에 푹빠지시곤 한다.


10년 전 다리관절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셨었던 엄마는 지금은 돌아가신 아빠의 밥이 걱정이었다.

나도 나름 음식에 맛을 부여하곤 해서 맛없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아빠 밥이 걱정이다."

"엄마 걱정마. 내가 닭볶음탕 해서 차려 드렸어."


병원과 친정을 왔다 갔다 하느라 좀 힘이 들었었다.

그리고 엄마가 퇴원하시고 집으로 모셔갔는데 엄마를 본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뭐 음식을 해도 맛이 있어야 먹지."

얼마나 서운하던지...


어느 날은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배추 겉절이를 하고 계셨다.

"엄마 내가 무칠게."

정말, 정말로

엄마가 양념을 뿌리고 난 살살 무치기만 했다.

그릇에 이쁘게 담고 쇼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빠가 오셨다.

"겉절이네."

하시며 식탁 의자에 앉으시곤 식사를 시작하셨다. 그런데 그때

"이거 당신이 무친 거 아니지? 00가 했지?"

하시는 거다.

엄마랑 나는 눈이 마주쳤고 그 상황이 웃겨 막 웃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양념에 엄마가 넣고 난 무치기만 했는데 어떻게 내가 한지 아셨을까...


엄마는 나이가 드시고 서서히 입맛도 변한다며 김치를 담궈도 간을 못 보겠다고 하신다.

"너 좀 엄마 김치 담는 것 좀 배워라."

"엄마가 있는데 뭘 배워. 엄마가 해 주면 되지."

"엄마가 천년만년 사냐."


위로 언니는 엄마 솜씨를 닮아서 깔끔하고 맛있게 음식을 한다. 일주일치 반찬을 만들어 놓고 사진 찍어 보내는데 어쩜 점점 엄마를 닮아간다.

그에 비해 난 그런 정성이 좀 부족하다.

그런 부분이 엄마는 걱정이신 것 같다. 김치 하나를 담궈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시지만 솔직히 담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엄마 김치가 있어서...


엄마의 음식 맛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음식이 떠오르면 그때 상황이 같이 떠오른다.

맛과 함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돌아가신 지 11년이 된 시어머니를 신랑은 음식으로 생각한다.

"엄마가 해물탕을 정말 잘 끓이셨는데."

가끔 엄마가 보고 싶으면 저 말을 한다.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는 신랑은 그렇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어제는 고구마순을 한 아름 사다 엄마 갖다 드렸다.

"엄마 고구마순 김치 먹고 싶어."

아침에 가보니 손질 다 해놓고 양념준비를 하고 계셨다.

"다 했어?"

"너 좀 배워. 네가 비벼봐."

솜씨 없다는 핑계로 엄마를 오늘도 괴롭히고 있다.














음식이 맛있건 맛이 없건 엄마의 밥은 정성입니다.

자식이 해달라는 음식은 주저 없이 해주십니다.

자식입에 들어가는 음식만 봐도 배가 부르듯,

말만 하면 자식을 위해 한껏 솜씨를 내 한상 '뚝! 딱' 하고 만들어내는 알라딘의 램프와 같습니다.  

우린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왜 나중에 알게 되는 걸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받는 상보다는

엄마이기에 내줄 수 있다는 걸 지금이라도 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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