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봉선 Jan 16. 2021

영감 밥은 누워먹고,

아들 밥은 앉아 먹고, 딸 밥은 서서 먹는다.




-영감밥은 누워먹고, 아들밥은 앉아 먹고, 딸밥은 서서 먹는다.

옛 속담입니다. 


여자는 딸에 의지하여 사는 것보다 아들한테 의지하여 사는 것이 낫고, 아들보다는 남편에게 의지하여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


이 속담을 듣고, 왜 영감 밥은 누워먹고, 딸 밥은 서서 먹는지 이해를 못했다.

지금과 옛속담이 시대착오적인 것도 있지만,

옛사람들은 왜 영감밥은 누워서 먹는지, 딸밥은 서서 먹는지...


할머니는 9남매의 어머니로써 원하는 생활, 환경에 키우진 못했지만, 손가락 받지않게 키웠고, 다들 효자다.

가정에서도 할아버지한테 큰 소리 내며 싸운적 없이 다 감내하면서 사셨다.

밖으로만 돌아다니셔도, 외도를 하셔도,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다며 속으로 삭혔던 분이 나이가 드시면서 할아버지께 화도 내시고, 짜증도 종종 내셨다.

큰 아들이 내려와 부모님을 모신다고 했을때 할머니는 좋아하셨고, 큰 아들을 의지하며 산다고 할 정도로 아들이 곁에있어 든든해 하셨고, 남편인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눈에 가시처럼 보며 역정을 내실 때도 있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미워하실까 생각했지만, 젊은시절 속썩힌 얘길 들으며 이해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그렇게 미워서 짜증을 내도 허허 웃으며 아무 말 없으시던 할아버지가 지금도 생각이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눈물 않나 온다고 하신 할머니는 제일 많이 우셨고, 돌아가신 후 몇년이 지나도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고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말씀하셨다. 


네명의 아들을 두었어도 큰아들, 그 큰아들의 아들을 제일 먼저 챙기셨고, 이뻐했다.

언젠가 한번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할머니 그많은 손자, 손녀가 있는데, 왜 큰삼촌 아들만 챙기세요? 그럼 다른 손자, 손녀가 질투해요."

"어째, 그래도 그놈이 장손 아니냐. 난중에 제사 지낼 놈이 그놈이니 그렇지."

"난중에 그놈이 제사를 지낼지 않지낼지 어떻게 알아요? 만약 제사 모른 척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했더니,,, 허허허 웃으시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그렇기야 하겠냐...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다. 집안의 큰 딸인 엄마는 할머니를 도와 살림이며, 논, 밭일을 다했다. 거기에 어린 동생들까지 다 엄마차지였다. 그렇게 살다 결혼해, 아들 하나낳고 아빠 때문에 힘들어 친정 할머니 댁을 방문한 엄마를 죽어도 거기서 죽으라며 돌려보냈던 일이 있었다. 왜 그렇게 모질게 했을까...엄마는 가끔 그때 많이 서운했다 하신다. 

할머니의 기준은 그랬다.

남편은 같은 기준이고, 같이 갈 사람이고, 가족을 이뤄낸 구성원.

아들은 내 뒤처리해주며 제사 지낼 줄 자손이고,

또 그 아들은 그 대를 이어 제사를 지내줄 거라고.

여자는 결혼하면 그쪽 집안 사람. 출가외인이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제일 편한건 영감인지라, 소리도 지르고 짜증도 부리며 밥반찬도 밥상에 있는거 하나 놔도 미안하지 않은데,

아들이 오며 그렇지 않다. 있는거 없는거 다꺼내 밥을 차려야 했다.


남과여가 만나 자식을 낳고,

부부 죽어 묏자리 잘 잡아, 자손 손에 제삿밥을 먹는게 자연의 흐름이라고 생각하신 분이다.


요즘은 간단하게 가족간 묘에 가서 지내거나, 합치거나, 지내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할머니의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자기 자식 제사 지내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내대에서 제사를 마무리 짓겠다하며 큰삼촌은 몇않되는 제사를 할머니 돌아가신 그해에 합쳐 버렸다. 지극 정성으로 살피던, 있는거 없는거 다 내어주신 할머니의 수고가 공허해 혀를 차게 했다.

배신감도 있을 것이다.

제사 차릴 놈이라고 다른 자식보다 더 챙기고, 더 주고, 더 참았던 사랑에...

자기 대에서 제사를 끝내버린다고 한다면...


출가외인으로 취급당하며 집안일은 배제되었던 시대에 

딸이 차려준 밥을 서서 먹어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이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서 먹는 딸 밥에, 앉아먹는 아들 밥 보다 누워먹는 영감 밥이 최고인 듯,

아들놈 손자놈 찾아도, 

부대끼며 지지고 볶고 사는 

영감, 할멈이 최고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삶의 가치는 같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