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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an 19. 2021

앨범 속에 사진은 더 이상 없다






방 정리를 하다 한 켠에 세워져 있던 앨범을 발견했다.


그 자리에 앉아 한장 한장을 넘기며 다시 옛 추억에 빠졌다.

태어날 때부터 모아 정리했던 사진첩은 3개 정도.

많지 않은 사진이지만 이리저리 정리해 놓으니 내 역사가 됐다.

흑백사진으로 시작된 역사는 8년 전 찍은 사진이 마지막이 됐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모든걸 스마트 폰으로 해결한다.

인터넷은 기본이고, 사진, 다이어리, 메모, 음악 듣기... 등등

많은 정보를 핸드폰에서 얻고 핸드폰으로 해결하고, 핸드폰에 저장한다.

통화보다 정보, 소통의 장으로 핸드폰을 이용하고, 필요에 따라 사진을 찍기도 한다.

화질도 기존 디지털카메라보다 좋다.

어플을 이용하면 좀 더 나은 화질로 내 단점을 가리기도 한다.

내 손 안에서 모든 게 이뤄지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추억이 없다.


사진 한장 찍으려 해도 카메라에 필름을 준비해야 했고,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겨 3일 정도 시간이 흘러 찾으러 가는 수고가 있었다.

지금은 사진을 찍으며 바로 볼 수 있었지만, 필름 사진은 잘 나오고 못 나온 것을 구별할 수 없었다.

사진을 찾기 전까지 어떤 사진이 나올까 알 수 없었으니, 사진을 찾을 때 얼마나 기대가 많았겠나.


나는 백일사진, 돌사진이 없다.

"나는 왜 돌사진이 없어?" 하고 물으니

엄마는 "집에 불이 나서 다 타버렸어." 하신다.

알고 있다. 불이 나서 사진이 없는 게 아니라 밥 한끼 먹을 수 없는 가난으로 사진 한장 기념으로 찍을 수 없었다는 것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내 어릴 적 사진 한장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그렇게 힘들게 살며 자식을 건사한 것이 대단한것을...


예전에는 리어카에 작은 스튜디오처럼 꾸며 사진을 찍어주는 아저씨도 계셨다.

그때 그렇게 찍은 사진이 있다.

스튜디오라지만 합판에 그림을 그려 놓고,  그 중앙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양갈래 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은 사진이 내 어릴적 돌 사진 처럼 남아 있다.


그런 흑백 사진은 발전되어 칼라가 되었다.

사진첩의 사진을 보니 커 가는 순간 순간, 찰나가 보였다.

자식을 위해 한장 한장 찍은 사진을 사진첩에 간직해온 세월을 보고 있자니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들고 오셨을까...


찍는 게 남는 거다.


언제부터였을까 보니...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부터 앨범에 꽂을 사진이 사라졌다.

핸드폰으로 찍고 보고, 그리고 잊어버리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간직할 생각을 못했다. 나중에 한꺼번에 해야지... 가 이제껏 쓰지 않는 오래된 핸드폰에 그대로 들어 있다.

그러다 그렇게 핸드폰과 함께 사진도 사라진다.

물론 클라우드가 있어 자동으로 저장된다고는 하지만, 그곳에서 한장 한장 골라 인화를 하는이가 몇이나 될까...

예전에 사진을 찍는 이유는 자신이 갖고 있을 추억의 필요에 의한 소장용이 었다면,

지금은 인스타용, 프로필용으로 많이 찍는 걸 알수 있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

내 기억은 한정되어 있는데, 추억은 넘쳐나서 그 기억을 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없을까 봐...


우린 사진을 보며 추억을 소환한다.


사진을 보며

"맞다. 그때 여기 갔었지. 그때 이렇게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이 소중해졌다. 

그땐 있는데, 지금은 없다.

시간과 함께 추억이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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