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봉선 Dec 17. 2020

달의 여신 셀레네





하늘에는 해와 달이 하루하루를 번갈아 뜨고 진다.

해가 뜰 때면,

세상의 모든 것이 일어나고 분주하게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해는 들어가고 달이 나오는 시간은 고요와 함께 어둠이 찾아와 세상은 멈춘 듯 조용하다.


우리 고전 동화에 '햇님과 달님'이 있다.

자신의 어머니를 잡아먹고,

엄마 옷을 입고서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러 온 호랑이를 피해 나무위에 올라가 살려달라 기도한다.

그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그 줄을 타고 올라간 남매는 해와 달님이 되었는데, 어둠을 무서워한 동생이 햇님이 되고 오빠는 달님이 된다.


서양에도 해와 달은 존재하고, 그에 맞는 신화도 존재한다.

신화인 만큼 큰 상상력을 이용해 그럴듯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달의 여신은 아르테미스, 태양의 신은 아폴론이다.

제우스의 딸, 달의 여신, 처녀의 상징...


하지만 아르테미스 이전 달의 여신은 셀레나,

태양의 신은 헬리오스,

새벽의 신은 에오스가 있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금마차를 타고 사라지면 달의 여신 셀레네가 검은 은마차를 몰고 밤을 장막을 치면 그때부터 밤이 찾아온다. 


아르테미스가 평생 처녀로 살기를 제우스에게 청할 정도로 남성을 싫어하는 반면, 

셀레네는 연하의 남자 엔디미온을 사랑하게 된다.

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가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걸 걱정한 셀레네는 그를 잠들게 한다.

잠들게 함으로써 죽음을 피하기 위해...


디즈니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공주가 15살이 되면 물레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마녀의 저주를 피해 그녀를 100년 동안 잠을 재워 죽음을 피하게 했다.


왜 그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잠을 택했을까?


 셀레네가 잠으로 그 연인의 죽음을 지켰고,

숲속의 공주는 100년 잠으로 죽음을 비껴갔다.


자의에서이건, 타의에서건

수면으로 몇년, 몇십년을 잠으로 보낸 세월에서 깨어났을 때 과연 살아있음을 기뻐할까?


내 가족,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더 나아가 죽음을 맞이할 것인데, 본인은 예전 모습으로 다시 새로운 삶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오지 않을까?




내 삶에 오롯이 상대의 삶을 받아들이는 게 이 세상 자연의 이치이다. 




수면상태로 몇년을 더 살면 뭐할 것인가...

자연과 함께 동화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것이 산다는 것임을...

사람이 산다는 건, 혼자가 아니다.

내 부모가 있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한 살, 한 살 커 가는 것이고,

내 자식의 커가는 모습에 내 주름이 늘어나는 것에 아쉬움이 없다.


달의 여신 셀레네는 신적인 능력으로 자신의 연인을 지켰지만,

잠만 자는 엔디미온은 과연 행복했을까?


사람의  필요에 의해 과학은 발전한다.

캡슐에 들어가면 바로 잠이 들고, 캡슐이 열리면 바로 잠에서 깨는 그런 발명품이 개발되면

잠은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으로 잠에 정복당하지 않고, 잠을 정복할수도 있을 것이다.



밤의 여신 셀레나는 깜깜한 밤을 지켜내며

조용한 온 세상을 내려다 봤을것이다.

모든것이 멈춰있을 세상.

셀레나는 그곳에서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외로움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 행복해 했지만,

그 행복이 빼앗길까 그를 잠으로 시간을 멈춰 버렸을 지도...


신은 신의 영역으로

인간은 인간의 영역으로

그렇게 살아가야 행복하다.


엔디미온은 인간이다.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나이를 먹어 죽음에 이뤄야 하거늘,

시간의 멈춤으로 엔디미온도 삶이 멈춰 버렸다.


어둠은,

외로움을 만든다.


신도 외롭게 만들었으니....



 









작가의 이전글 아까워 못 먹는 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