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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an 03. 2021

허수아비의 생각







시내를 벗어나면 농번기 때 종종 보이는 허수아비가 있다.


사람처럼 옷을 입고서 자로 팔을 벌려 하루 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

짚으로 만들어 새나 짐승을 쫓아내는데 유용했지만, 요즘은 새들도 허수아비를 허수아비로 생각한다.

나날이 발전해야 허수아비도 새 쫓을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도로시와 함께 여행하는 허수아비가 나온다.

짚으로 만들어 힘도 없고, 비실 비실하며 불에 약해 겁도 있다.

하지만 그런 허수아비는 뇌를 가지고 싶어 도로시와 함께 에메랄드 시티의 오즈 마법사를 찾으려 여행을 시작한다.


왜 허수아비는 뇌를 갖고 싶어 할까?


나무에 꽂혀 그 자리를 지키는 그는, 그곳에서 까마귀들과 싸워야 했고, 옥수수밭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가만히 서 있던 허수아비는 까마귀에게 위협의 존재가 되지 못했고 오히려 놀림을 받기까지 한다.

자신의 존재가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느껴졌을 것이다.

거기에 늙은 까마귀의 그럴듯한 속삼임에

 '옳다구나!' 뇌가 있으면 생각을 할 수 있고, 생각을 하면 똑똑한 사람 될수 있을꺼야.

그럼 저 까마귀들도 나를 무시할수 없을거야.'


도로시,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그리고 토토의 여행이 시작된다.


에메랄드 도시를 찾아가는 여정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허수아비의 지혜로 그 난관을 잘 넘겨 겨우 도착하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뇌를 줄 수 없다는 말에 그는 실망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뇌는 아니더다도 자루에 톱밥과 바늘을 고루 섞어 허수아비의 머릿속에 넣어준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수학공식을 얘기한다.

뇌라는 것이 없어도 허수아비는 충분히 똑똑했다.

상징적으로 머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똑똑한 지혜를 가진 허수아비는,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 도로시와 허수아비의 대화가 있다.


도로시: 뇌가 없는데 어떻게 말할 수 있는 거야?

허수아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사람들도 생각 없이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사람이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이를 볼 때 '허수아비'라 부른다.

일상에서 우리는 허수아비 같단 소리를 듣기 좋은 말로 여기지 않는다.


제구실을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

주관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이를 부를 때 비유적으로 '허수아비'로 표현한다.


하루 종일 그렇게 서 있으라고 만들어 놓고서, 생각 없이 서 있는 이를 '허수아비'라 부르게 한다.

그렇게 서 있는 게 허수아비의 일인데 말이다.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생각이 없기 마련인데, 뇌를 가진다고 똑똑해 질까?




있고 없고 인식의 차이일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덩그러니 서 있는 거 같지만,

생각을 한다.


생각을 입고서 행동이 시작이 된다.


생각에서만 멈추지 말고

행동으로 움직여 내 거를 만든다면 거기서부터 시작이 된다.


간절함은 도로시를 만나게 됐고, 모험의 끝에 뇌를 가지게 됐으며,
까마귀에게 무시만 당하던 허수아비는 똑똑한 허수아비가 된다.

에메랄드 왕은 허수아비에게 왕위를 물려 주고 떠나게 되며 허수아비는 왕이 된다.

그것도 에메랄드 시티의 왕이다.


들판에 버려질뻔한 허수아비는 왕이 됐다.

빛나는 에메랄드 보석이 됐다.


내게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을 보게 될,

나 자신이 보석이 될 수 있다.

남이 빛나는 것만 보지 말고

나도 빛이 난다는 걸 보여주길...

생각만으로 멈추지 말고, 행동으로 나 자신을 보여준다면

에메랄드는 아니더라도 큐빅은 되지 않을까...


아니 빛나는 다야몬드가 되기 위해 깎고 깎아 부서지지 않는 보석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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