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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Feb 02. 2021

여보, 여기 보시오.



당신은 반려자(伴侶者)에게 뭐라고 부릅니까?


요즘 젊은 세대에겐 태어나기 전 아기를 태명으로 부르며, 친숙함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태어나면 주민등록상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반려자를 만나

서로가 서로를 부를때 뭐라고 부르고 있습니까?


자기야?

오빠?

00 씨?


예전엔 여보, 부인이라고 불렀다.

얼굴도 못보고 혼인했던 시절에 이름 부르면서도 낯설어

'여보', '여보쇼', '이봐'...

그리고 자식이 태어나면 '00구 엄마, 00 아빠' 이렇게 서서히 자신을 이름을 버리고, 서로간의 이름을 버리고,

자식의 이름으로 불려졌다.

'동네서 00이네 말이야..' 하며 자식 이름이 그 집안의 이름이 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면 '몇 동, 몇 호' 이렇게 불려지기도 한다.


자식이 귀할수록 잘되라고 빌고 비는게 부모인데,

하루에도 몇십번씩 불리는 이름이야 오죽할까.

아들을 낳으면 귀하게 되라는 이름을 집안의 어른이 옥편을 뒤지며 지어주곤 했고,

딸이면 그까이거 하며 미자, 정자, 순이. 말순이, 덕자 등등...

아무렇게나 지어 붙였던 적이 있다.

그분들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살며 결혼해 남편을 만나, 

'00 엄마'. 이렇게 불리며 자식을 키웠고,

정작 자신의 이름은 부모를 떠나 가정을 이루며 점점 사라졌다.


시대가 변해 요즘은 어찌 부를까?


각자 애정으로 호칭을 써가며 "뿌잉뿌잉" "이쁜 도야지" 뭐 이루다 말할수 없을 손가락, 발가락이 오그라질 정도의 표현으로 상대를 부르고 있다.


결혼한지 17년이 되가는 시점에서 호칭에 대해 생각을 여러번 한적이 있다.

연예할때는 "오빠"하고 불렀고, 그렇게 부르는게 습관이 되서 결혼을 해도 그렇게 불렀더니

시댁 어르신들이 남편을 무슨 오빠라고 부르냐고 하실때... 곰곰이 생각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해?'

그러다 "자기야"가 됐고, 지금은 "여보"라고 부르고 있다.

남편은 무슨 70년대 사람처럼 '자기야'도 아니고, '여보'도 아니고, 

이름을 부르다 남이 있으면 ' 저기. 이봐'라고 부른다. 어쩔땐 기분이 나쁘고 '왜저래?'하는 생각도 할때도 있지만, 성격상 그럴수 있다라고 포장을 하며 그런 자잘한 걸로 싸울까 넘어가길 17년이 되어간다.


옛 집안의 어른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이름을 함부로 불렀다.

혹시나 다칠까. 신들이 샘을 내, 자식이 잘못되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대표적인 "개똥이" 아무데나 있고, 다치지 말고 명(命)을 이으라고 불렀던 개똥이...

고모아들도 어릴적부터 귀한 아들이라고 "개똥이"라고 불렀고, 지금도 입에붙어 "개똥이 오빠"가 편하다. 그럴때면 고모가 흘긴 눈으로 쳐다보긴 하지만 입에 붙은 이름을 한순간에 고치기는 어렵다.


귀한 자식일수록 흔한 이름으로 불러라 했는데,

부부는 어떨까...


서로의 호칭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나?

그리고 불려졌으면 하는 호칭은 뭘까?




여기, 보시오.




에서 "여보"가 나왔다 하는데, 참 담긴 뜻이 좋다.

"여기봐."

"여봐."

"여기."

"여~" 도 아니고

"여기 보시오."

어떻게 생각하면 딱딱한 느낌도 주지만,

여기를 봐달란 얘기다.

부부는 마주 보는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는데,

마주 보고 있으면 '여기 좀봐'라고 하지 않겠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자신을 봐달란 소리가 "여기 보시오."

젊은 사람이 반려자에게 "여보"라고 하면 조금 느끼한 감도 있지만 지금은 습관이 되서 어디를 가도 

"여보"소리를 한다. 남편도 처음엔 쑥스러워하더니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여보"하는걸 봤다.


가족간에 불리는 호칭은 평생을 가는것 같다.

내가 원하는 호칭을 불러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불려지는 이름이 더 많이 불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겠지...

내 마음대로 부르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호칭은 어렵지 않다. 입에서 나오는 이름, 그가 원하는 그 이름으로 행복하다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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