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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Mar 08. 2021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면 명품가방을 든다.




 


백화점으로 쇼핑을 갈땐 옷은 츄리닝을 입어도

가방은 '명품가방'을 든다.


모두 그런건 아니지만, 백화점 매장에 들어서면 보는 시선이 있다. 


'저 사람은 물건을 살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차림새만으로 평가를 할수 있을까?

하지만 하루에도 몇십 몇백의 사람을 상대하면 그런 노하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혹 물건만 보고 가는 경우가 있어도 다시 올꺼란 기대가 있다. 



쇼핑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발품 팔아 좋은 물건을 사는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일부러 돌아다니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마트나, 시장을 가도 살 물건을 메모해 그것만 사온다.

혹 특가 세일로 잘 사용했던 것이 나오면 사오는 경우가 있지만 목록에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 편이다.


백화점을 가서 물건을 구매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옷은 편한걸 입는 편이다.

돌아다녀야 하기에 운동화는 기본이 되다 보니 운동화에 맞는 편한 옷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방은 좋은 가방을 든다.


사람의 시선 때문이다.

남의 시선에 해방되지 않아 옷은 그렇더라도 가방은 좋은 가방을 든다.


대학 다닐 적에 용돈벌이로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다. 

영등포에 있는 백화점인데, 나는 양산 코너에서 양산을 판매했다.

양산에도 여러 브랜드가 있는데 그 중 한곳, 알만한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2평 정도 남짓의 작은 공간에 여러 브랜드가 서로 경쟁을 해야 했다.


하루 종일 서서 손님만을 바라 보고, 손님이 오길 기다렸다.

여기도 나름 규칙이 있었다.

양산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있으면 바로 먼저 말을 하지 말고 그 손님이 우리 물건을 손을 대면 그때 상품을 설명해야 했다.

그런걸 몰라 손님이 오면 먼저 인사하고 물건을 설명했더니 바로


"너 좀 배워야겠다. 어디서 그런 버릇을 배웠니"


라며 다른 브랜드 직원 언니의 눈물 쏙 빼게 훈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어떤 손님은 살것처럼 이것저것 물어보며 양산을 20개 넘게 펴게 하고 맘에 안 든다며 돌아갔던 손님도 있었다.


그때부터 물건을 살 손님인지, 아이쇼핑을 온 손님인지를 살피게 된다.


무슨 생각에 그렇게 살것처럼 해놓고, 20개가 넘는 양산을 일일이 펴보게 하고서는 아무일 없는것 처럼

'다음에 올게요.'

하고 가는 손님을 허무하게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것이다.

물건을 살것만 물어보고 혼자 가만히 보다 살생각이 나면 입어보고 사는 습관이 생긴게...


넷플렉스에 나오는 "겨우, 서른"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있다.


여자 셋, 나이 30살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그중 명품샾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공감이 갔다.


'만니' 

그녀는 명품샾에서 손님에게 물건을 조언하고 구매를 돕는다. 


어느날 평범한 여자가 그 샾에 들어선다.

시장을 갔다 온 것처럼 큰 가방에는 장본것도 있었다.

그녀의 등장에 그 어느 직원도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궁금해서 잠깐 들렸나 보지...'


그녀의 행색은 그런 고급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알아서 보다 나가겠지...'


직원들의 행동에 주인공 만니는 그녀에게 다가가 뭘 원하는지, 그녀가 잡은 물건을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그러자 그 손님은


'여기 물건보다 더 비싼건 없나요?'

라고 했다.


만니는 그녀를 VIP룸으로 안내했고,

반신반의지만 그녀에게 제품 리스트를 주고서 일일이 설명을 했다.

다이아몬드 세트를 본 여인은 


"이거 이쁜가요? 직접 봤어요?"

"이렇게 비싼건 보지 못했고 사원 교육때 화면으로 봤어요."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사실 다이아몬나 보석은 모든 여성의 꿈을 나타내는 거잖아요. 어떤 삶을 사는 여자든 모두 꿈을 꿀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우리 이거 같이봐요. 얼마나 이쁜지..."


그 손님은 그 보석 세트를 사기로 한다. 

3년만에 그 명품샾에 찾아온 큰 손님이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남편과 결혼하면서부터 고생 고생며 살았는데, 좀 살다 싶으니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외도녀는 명품을로 자신을 치장했지만 그 여자 손님은 그저 초라하게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끼고 아꼈던 여자였다.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위자료로 겨우 받은 돈으로 그 명품샾을 들렸던 것이다. 

그녀의 행색에 직원들은 무시했지만, 만니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대했던 것이다. 

그 손님의 결재로 만니는 승진까지 거머쥐게 된다.


사람을 행색으로 평가하는건 나쁜 일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다.





이 사람을 위해 내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즉, 물건을 구매할 사람인지, 그저 아이쇼핑을 즐기러 온 사람인지...

열정만 앞세웠던 내 아르바이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그들과 같이 사람을 평가하게 됐다.


물건을 구매할 사람인지, 그저 보러 온 사람인지...


하루에 몇백개의 양산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서,

나도 어느 순간에 사람을 평가하게 됐다. 


그러다 잘못된 평가도 있었지만, 

매출로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기에 매출이 최우선일수 밖에 없다.


쇼핑을 하지만,

편하게 입고 싶어 운동화에 츄리닝을 입고 있지만,

난, 오늘 물건을 정말 사러 온 사람이고, 그 돈도 있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명품을 갖고 있다고 사람은 명품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명품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명품을 알아보지 못한다.

보이는 것이 우선인 세상에서...



그래서 난 명품가방으로 가면을 씌워 나를 숨기고 다닌다. 

그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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