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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Mar 18. 2021

수련원 그 밤에 귀신을 느꼈다.




수련원에서 잠깐 교관을 하며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잠깐이였지만, 지금도 느껴지는 한기는 그때 그 공포때문인거 같다.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는 깨끗한 수련원에 처음 교관으로 있을때 일이다.

수련장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산을 깎아 만들어서 아이들 숙소에 올라가는 길은 경사로로 되어 있었다. 수영장을 지나 주차장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아이들이 내리면 바로 숙소였다. 주위는 아무것도 없는 숲.

 

2박3일 일정으로 초, 중, 고 아이들의 스케줄 달력은 가득 찼고,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며 아이들을 맞이하고 배웅했다. 그러다 주말 텀이 생겨 금요일 나가는 고등학생을 마지막으로 그주 일정이 마무리에 들어갈때, 팀장님과 과장님은 다음주 방문할 아이들 초랑 작은 폭죽, 교관들 고생했다고 음식을 사러 나가셨다.

오후 5시경, 일주일 동안 전쟁 같던 수련원은 조용했다. 


주말에 집에 갈 요량으로 짐 정리를 할때, 같은 여 교관이 팀장님이 오실 때가까지 고스톱을 치자고 제안을 했고, 짐 정리가 끝나면 옆 숙소로 가겠다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 있었던 교관들의 나이가 비슷비슷해 좀 친했다. 그리고 교관들 숙소는 학생들이 있는 숙소와 좀 떨어져 수련장 초입으로 컨테이너 박스에 있고 수영장지나야 아이들이 있는 수련장이 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밤에 잘때 이상한 동물소리에 무서워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 상대를 하다 보니 그냥 죽은 듯 잠이 쏟아져 그런 무서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렇게 짐 정리를 하다 잠깐 누워 있는다는게 깜빡하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떠 작은 창문으로 밖을 보니 아까와는 달리 깜깜했다. 40여분은 잔거 같았다. 옆 숙소로 가려고 일어나 앉아 머리 정리하려 작은 거울을 봤다.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온몸을 움직일수 없었다.

거울을 보고 있지만, 거울을 보지 않았다.

거울 속 있는이가 내가 아니었다. 

정확히 내 얼굴이 없었다. 얼굴은 뭉개져서 보이고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자다 일어나서 그런가?'

눈을 비비고 다시 거울을 봤다. 그때부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 보고 다시 봐도 거울속의 보이는 건 정확히 내 얼굴이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의 얼굴이 그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사색이 된 나는 옆 숙소에 다른 교관한테 가려고 일어났다. 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손이 떨렸다. 

'내가 잘못 본걸꺼야. 괜찮아. 자다 일어나서 그래.' 무서움을 이겨내려 아무것도 아닌냥 되네였다. 

한발 한발 문을 닫고 돌아서려는데,


'여긴 숲이니 잠깐 어디 갈때는 항상 문을 잠궈야합니다.'라는 과장님의 당부가 생각이 났다.


문 앞에서 망설여졌다. '문을 열어 열쇠를 갖고 오기는 무서우니 안쪽 버튼을 눌러 문을 닫으면 문이 잠기니 그렇게라고 하자.' 그래도 무서웠다. 문을 열었을때 문 앞에 서 있으면 어쩌나.

잠시 망설이며 동그란 손 잡이를 잡고 있을때,

그 문 손잡이가 내 손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스르르 오른쪽으로 한번, 다시 스르르 왼쪽으로 한번.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서 뒤 돌아 거의 기다시피 옆 숙소로 들어갔다. 그곳에 남자 교관 한명과 여자 교관 둘이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왜 이제와?"나를 보던 한 교관이 놀라서 내게 왔다.

"왜 그래? 얼굴이, 얼굴이 너무 하애"

숨이 쉬어지지 않아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그때까지 상태가 이상함을 느꼈던 교관들은 내 옆으로 다 왔다. "왜 무슨일 있어?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

"나... 나... 말이야. 귀신 본거 같아."

내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교관들은 서로를 바라봤고, 다시 나를 봤다.

"아~~ 그러지마!" 한 여자 교관이 소리쳤다. 

장난인가 생각하지만, 그때 내 얼굴을 보고서는 119신고 할뻔 했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들도 무서워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지금 올라가자, 거기에 매점 사장님도 계시지?"

"음, 주방 이모님도 계신다 했어. 가자."

다리에 힘이 빠진 나를 부축하며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고 남자 교관을 앞세워 넷이 딱 붙어 아이들 숙소에 있는 교관 회의실로 갔다. 평소에 하루에도 몇번을 왕복했던 길이지만, 그 넷이 가는 길은 왜 그리도 먼건지...





교관 회의실 의자에 앉아 매점 사장님과, 주방 이모님께 얘기를 했다. 다른 교관들은 내 얘기를 다시 듣고 아무말 못하고 그저 매점 사장님을 봤다. 

"허허허, 힘들어서 헛것을 봤군. 힘들어서 그래. 이제껏 그런일 없었는데 무슨..."

라며 말끝을 흘리셨다. 그때 팀장님과 과장님 일행이 돌아와 북적거리며 짐 정리에 음식을 먹기 시작하며 그 일은 묻히듯 그렇게 넘어갔다. 

아까 그 생각에 아직도 한기가 남아 있어 회의실밖 마당에 있는 큰 바위에 앉았다. 도저히 그때 일이 잊혀지지 않는데 정말 내가 헛것을 본 것일까...

내 기분을 알았는지 다른 교관이 같이 나와 그 바위에 앉았다. 밤공기가 시원하게 불어 올때쯤,

매점 사장님이 밖으로 나오셨다.

"가시게요.?"

사장님 집은 산 아래턱에 있는, 수련원으로 들어오는 마을 입구쪽에 있었다. 차로 10분 정도에 위치해 있다. 

"음. 잘 먹었어. 가봐야지."

사장님의 차는 큰 바위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었고, 왼쪽 핸들을 조금 돌리면 나가는 길이라 교관들은 다 사장님께 인사했다.

"들어가세요."

차 문이 닫히고 시동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도 좀 가서 쉬자." 교관들은 사장님의 차가 빠지면 우리도 가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사장님의 차는 왼쪽으로 돌지 않고 바로 우리 큰 바위쪽으로 '끼익~~~!!!'소리를 내며 돌진했다. 


다행히 바위에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바위 옆에 작게 흐르는 냇가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차가 박혔다.

다들 놀래 차문을 열고 사장님을 부축해 밖으로 이동시키고, 모두 힘을 합해 차를 뒤로 조금 뺐다. 


물 한잔을 마시며 놀랬을 사장님을 과장님이 진정시켰다. 

"아니 사장님 깜짝 놀랐어요. 왜 갑자기 이쪽으로 오신 거래요?"

"아니.. 난... 그게..." 아직도 그 충격이 있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큰일 나실뻔 하셨어요."

그러더니 사장님은 나를 봤다. 

"차를 시동 걸고 핸들을 잡았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어. 귀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정신을 차리니 차가 박혀 있었어."

"무슨 소리요?"

"귀에서 누가 막 소리를 엄청 크게 지르는 거야.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상한 소리가 막 섞어서..."

그 말에 다들 놀래 일제히 나를 봤다.

"거 봐요. 나 이상한거 아니잖아요. 아무도 안믿어주고, 나도 봤다니까요."

내 말이 끝나고 서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정적만.... 흘렀다.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야겠어. 이 상태로 집에 못가."






 




그날 이후 들은 얘기는 있다. 

원래 수련장에 귀신은 많다고, 강화도에서 온 교관이 자신이 들은 얘기를 했다. 

거기 수련장은 조금만 나가면 강이 있어 낚시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 밤에 가끔 그곳에 빠져 죽은 귀신들이 수련장에 찾아온다고...







20년이 넘는 얘기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때 그 수련장은 아직도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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