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렇게 재미있게 물장구를 치며 놀았던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그 계곡은 스산함마저 쏟아내고 있었다.
"여기서 빨리 나가자."
전화를 하러갔던 세미가 인상을 쓰며 왔다.
"왜? 무슨 일이야? 경화네 그 친척 식당에 전화해봤어? 어디래?"
"여기 아니래."경화가 심각하게 얘기했다.
"무슨 소리야?"
"이쪽이 아니라 두블럭 더 가야 텐트치는 곳이 있고, 그 근처에 식당이 있대."
갔다온 둘은 연신 빠르게 텐트 정리를 도왔고 그덕에 금방 정리를 끝내고서 그곳을 나올수 있었다.
뒤에서 오던 세미랑 연희는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기다려 그들이 무슨 얘길 하는지 들어봤다.
"무슨 얘기야?"
"아까 전화하러 갔을때, 슈퍼 아줌마한테 물어봤어. 텐트치고 자는데, 사람들이 왔다갔다해서 잠을 잘못 잤다고."
"그랬더니 뭐래?"
"얘기하는데, 우리가 친텐트 자리에는 누구도 거기에 텐트를 치지 않고 밤에도 그곳에 가는 사람이 없대. 우리가 거기서 잤다니깐 놀라는 거야."
"왜?"
"그 위쪽으로 가며 보신탕집이 즐비해 있어서 개가 많이 죽었대. 그래서 전화하고 텐트로 내려가는 길에 계곡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와~ 개 머리가 잘려서..."
"엑!! 그럼 뭐야. 우리가 어제 거기서 놀았는데..."상상도 하기 싫었는데 머리가 띵~하고 아팠다.
"그리고 우리가 텐트친 그 큰나무 있잖아. 그 나무에서... 몇년전에 사람이 목메달아 죽었대."
"뭐?!!!"
"미안하다. 난 왜 여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얘기를 듣던 경화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슈퍼가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우리는 아무말 없이 걸었다.
각자의 생각을 하면서...
부모님께 근처 친척분이 계시니 걱정 말라며 겨우 허락을 얻어 처음으로 친구들과 캠핑을 간 장소는 지금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밤 텐트 안에서 우리에게 나오라고 이상한 신호를 보낸 그 소리와 공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낮에 계곡서 놀던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보던 아저씨, 아무도 다니지 않던 그 계곡에서 우리는 죽어가던 개들의 신음을 모르고 놀았던 죄책감이 아직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