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이들을 다 내보내고 회식한 자리에서 매점 사장님과 내가 귀신을 느낀 그날 이후 수련원은 뭔가 좀더 수수께끼처럼 으스스한 분위를 냈다.
조금만 소리에도 놀라고, 이상한 기운이 나면 서로들 쳐다보기 바빴다. 그런 우리들에게 팀장님의 그 얘기는 더 충격이였다.
저수지, 강은 아니더라도 수련원 입구에 수영장이 있고, 온통 주위가 산인데...
금요일 아이들이 다 퇴소를 하고 집 가까운 교관들은 집에 갔다오기를 했다.
집에서 1박을 하고 다시 수련원으로 집합을한 교관들은 그중 한명에게 집중이 됐다.
교관들 중에서 제일 활발하고 분위기 메이커인 용재.
근데 그가 조금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집에 갔다온 교관들에게 장난도 칠만한데, 너무나 가만히 있고,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는 것이다.
"팀장님, 용재 왜 저래요?"
같은 또래 민규가 물어봤다. 하루새 180도 바뀐 그가 이상했다.
"놔둬라. 며칠있다 집으로 보내야지."
그러구 보던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우린 너무나 달라진 용재가 걱정스러워 그와 같이 있었던 교관에게 물어봤다.
"야. 니들 금요일에 집에 않갔지?"
"어."
"너랑 용재 둘이 여기 있었어?"
용재는 집이 버스로 2시간 거리라 귀찮다고 않갔고, 그런 용재와 같이 있으려고 선철이도 수련원에 있었다고 한다. 이 남자 3명은 다 동갑이라 친했다.
"팀장님도 계셨어."
풀이죽은거 같은 선철이의 대답이였다.
"근데, 용재 쟤 왜 저래? 이상해 졌어.'
"아니 그게... 아..."
말을 하려다 말고, 다시 하려다 말고를 반복하던 선철이는 작정을 한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인즉은 이랬다.
.
.
각자 집으로간 금요일 오후 비어있는 수련원에 팀장님과 용재, 선철이 그리고 과장님이 계셨고 과장님은 수련원 모임에 갔다 오신다고 가시고, 팀장님은 수련원 교관실에서 맥주한잔 하고 계셨다.
용재는 선철이에게 그 여름밤 덥다고, 수영장에서 수영하자고 했다.
아무리 작은 수영장이라고 해도 수심이 1m에서 점점 높아지는 수영장이였다. 제일 높은 높이는 2m가 넘었다. 선철이는 선뜻 내키지 않아했고, 그런 선철이를 용재는 꼬셔서 여름밤의 수영을 즐기자고 했다.
7시경 라면을 나눠먹고 둘은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지고 선철이는 그만 들어가자고 수영장 끝에 있는 용재에게 말했고, 용재는 '알았어' 하며 가슴팍에 차는 정도의 높이에서 선철이 한테 다가왔다. 선철이는 그런 용재를 보고 돌아서서 물 밖으로 나와 몸을 털고서 뒤를 돌아보니 용재가 수영장 물속에서 들어갔다 나왔다는 반복하고 있는것이다.
"야. 뭐해. 그만하고 나와!"
선철이는 용재를 향해 소리쳤고, 용재는 대답없이 아까와 같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하는 순간, 뒤에서 팀장님이 수영장으로 뛰어 들어가 용재를 들어 올렸다.
숨을 컥컥거리는 용재를 수영장 밖으로 꺼내고, 팀장님은 응급처치를 했다.
"이 새끼들이 죽으려고 환장했어!"
용재가 겨우 숨을 쉬자 소리쳤다. 용재는 팀장님한테 업혀서 숙소에 눕혀졌고, 선철이는 팀장님한테 잘못했다고 빌었는데, 팀장님의 말이 더 충격이였다.
"야. 저 새끼 죽을뻔했어."
"네?"
"니들 이 밤에 수영장에 왜 간거야?"
"용재가 애들 없을 때, 덥다고 수영하자고 해서. 근데 팀장님은 어떻게 아시고."
"순찰 도는데, 너 용재 눈 않봤지?"
"눈이요?'
"멀리서 보는데, 용재눈에 불이 튀듯이 눈밖에 않보여서 가까이 가봤더니, 용재는 이미 기절했는데, 검은물체 같은게 수영장 밑에서 용재를 잡아당기는거 같아서 얼른 꺼냈지."
선철이는 놀래서 아무말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듯이 서 있었다.
"내가 니들 여기 처음 왔을때 얘기했지. 산이 있고, 물이 있으면 그곳은 음으로 가득해서 밤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고."
그렇게 선철이는 밤새 용재를 간호하고, 용재는 다음날 기운을 차려 일어났다.
.
.
선철 교관의 말에 다들 아무말 못했다.
"그럼 그게 뭐야? 수영장에 귀신이 용재를 잡아당겼다는 거야?"
수련원에서 제일 활달하고, 장난치며 매일 웃던 용재가 저렇게 축쳐져 있는 모습에 우리모두 축쳐지게 되었다.
그날 저녁, 월요일 도착할 아이들을 위해 수련원 뒷산 운동장에 가서 준비를 해야했다.
용재만 수련원 사무실에 앉혀놓고 다들 뒷산으로 갔다.
"팀장님 용재 어떻게 돼요?"
"뭘 어떻게 돼? 집에 가서 며칠 쉬면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들 하지마."
"그래도..."
"기가 약해져서 그래. 맨날 웃고 있지만, 기가 약해."
선철이는 괜히 자신과 같이 있다 용재가 그렇게 된거같아 죄책감이 더 들었다.
그런 선철이 기분을 아는지 민규가 등을 툭툭 쳐 줬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마. 얼릉하고 용재한테 가보자."
밑으로 보이는 수련원의 불빛을 보고 둘을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맡은 일을 거의 끝낼무렵 팀장님은
"다 됐어?"
"네."
"그럼 내려가자."
그때 수련원 사무실에서 소리치는 사람 소리가 들렸다.
"뭔소리 들리지 않았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수련원 사무실밖 큰 바위 옆에서 용재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용재 아냐?"
민규는 용재가 큰 바위 옆에 앉아서 귀를 막고있는 모습을 봤다.
선철이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뛰어내려갔고, 우리도 선철이 뒤를 따라 내려갔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용재는 주저앉아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선철이는 안절부절못하며 용재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왜그래? 무슨 일이야?" 뒤늦게 내려온 팀장님은 그런 용재를 살피려 용재옆에 앉았다.
뭔가에 겁에 질린듯한 용재는 아무말 없이 계속 자신의 얼굴만 감싸고 있었다.
"애들아 용재 사무실로 옮겨."
팀장님의 말에 우린 용재를 사무실로 옮겼고, 팀장님과 선철이 민규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해 무서워." 같이 있던 다른 여자 교관이 무서운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게 한참후 민규가 나왔다.
"어때? 용재교관 괜찮아?"
물음에 민규는 뭔가 생각하듯이 가만히 있었다.
"아니. 뭐라고 말좀 해봐. 무서워 죽겠어."
민규는 우리를 돌아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이게 믿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뭐!!!" 답답해 내가 소리쳤다.
"우리가 뒷산 운동장으로 가고서 용재 혼자 사무실에 있는데, 사무실밖 복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었더니."
(사무실 문은 4짝 미닫이 문이였고, 4짝문중 두짝만 열고 닫기를 한다.)
"열었더니 뭐!!" 다른 여자 교관이 빨리 말하라는듯 재촉했다.
"아무도 없었대. 근데, 복도끝에 소화기 있잖아. 그게 눈에 들어오더래. 그리고 문을 닫고 있는데,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더니 그 복도끝에 있던 소화기가 중간쯤에 놓여 있더래,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문을 닫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래."
그러더니 민규는 가만히 한숨을 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쩔수 없이 문을 열었는데, 아까 중간쯤에 있던 소화기가 문앞에 있었대. 누가 갔다놨나 싶어서 밖으로 나와 우릴 기다렸대."
"뭐야. 그 소화기? 복도 끝에 있는거? 잘못본거야? 뭐야? 그 소화기 지금 어딨어?"
"문앞."
우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래 복도마다 소화기 2대를 놓는데, 사무실에 하나가 있어 그층은 복도 끝에 하나를 놓는다. 누가 그 소화기를 만질사람도 없고, 그걸 왜 굳이 사무실 앞에 놓겠나...
"근데, 우릴 기다리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래. 용재는 길을 잃거나 동네 사람인가 했대. 근데 그사람이 용재한테 다가오더니 담뱃불좀 빌려달라했대."
거긴 산속이라해도 조금만 내려가면 드문 드문 농사짓는 주민분들이 가끔 수련원을 지나 산으로 갈때도 있었다. 용재도 그 남자가 그런 지나는 사람이겠거니 했었다.
"용재가 보니 담배를 물고 서 있어서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찾아 붙여주려고 남자쪽으로 다가갔는데, 용재가 라이터 불을 켜고 그남자를 봤는데..."
민규는 자신이 얘기하고선 불안한지 주위를 다시한번 봤다.
"봤는데? 왜? 동네 사람이 아냐?"
"라이터불을 켜고 남자얼굴에 가까이 갖다 대니깐 남자가 입에서 담배를 빼더래... 근데, 남자 입이."
다른 여자교관은 무서운듯 내 팔을 어느새 잡고 있었다.
"남자 입이 왜?"
"담배를 빼고 담배를 손에 쥐었는데, 용재가 그 라이터 불빛에 그 얼굴을 봤는데, 입이 담배개피 모양으로 그 구멍만 있대. 그걸 보고 용재가 놀란거야."
"남자 얼굴은 봤대?"
"아니 그냥 얼굴은 검은색이고, 입만 담배개피 모양으로 동그라미만 있었대."
너무나 무섭고, 충격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집으로 가야하나?
그때, 안에서 팀장님의 부르는 소리에 모두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소파에 아직도 겁에 질린듯 있는 용재가 너무나 가여웠다. 왜 갑자기 용재한테 이런일이 생기는 거지?
"다들 동요하지 말고, 용재가 지금 좀 충격을 받은듯 하니깐, 내일 용재 부모님이 오시게끔 전화했다."
우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어떤말도 지금 용재에겐 들리지 않을테니...
"선철이는 용재 숙소에 데려가 같이 있어주고."
"네."
선철이와 용재가 빠진 사무실엔 적막이 흘렀다. 과장님도 커피 한잔을 하며 아무말 없었고, 팀장님도 책상에 앉아 머리가 지끈거리듯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팀장님. 귀신인 거예요?"
정적을 깨고 나는 팀장님께 물었다.
"어? 글쎄..."
"그럼 용재가 본게 뭐예요.?"
"그게 내가 생각할 때는 금요일 수영장에서부터 용재가 홀린거 같아. 거기서 끝날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저러니..."
"그럼 귀신 맞아요?"
옆에 있는 교관이 소리쳤다.
"내가 니들한테 얘기했잖니. 산이 있고, 물이 있는 곳에는 밤에 가까이 가는거 아니라고, 근데, 밤에 수영장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놀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