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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억중 Jan 10. 2021

난공불락(難攻不落) 1

건축은 그림이 아닌데...

많은이들이 건축외관을 멋진 그림처럼 믿고 집착한다. 그런가하면 집은 이래야 된다는 고정 관념이나 이미지에 갇혀지내시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영화 '맘마미아'에서 산토리니 섬 쪽빛 바다와 하얀 테라스 하우스에 필이 꽂힌 이후로 그에게 꿈속의 집으로 자리 잡은 겉모습 이미지는 지우기도 버리기도 힘든 고정관념으로 딱딱하게 굳어가기 십상이다. 스스로 쌓은 난공불락의 성!


일러스트 김억중


1.

언젠가 유명 건축가가 색연필 몇 자루를 손에 들고 자신이 설계한 고층 빌딩 위에 색깔을 폼 나게 입히며 커피 마시는 TV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까칠한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수준급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렇게 대중매체를 통해 건축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할 만큼 예술가의 반열 위에 올려놓은 점은 건축계를 대신하여 참으로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칫 건축가를 ‘그림 그리는 멋진 사람’ 정도로 비쳐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2.


참 그림 한 번 좋긴 하다. 많은 이들이 저 집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담긴 그림 아닌가? 하지만 꿈 깨시라. ‘저 푸른 초원 위에 구름 같은 집’에 집착하는 분들께 옷깃을 바로하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정중 모드로 드리는 말씀이다. 2m 가까이 폭설이 쏟아진데다 지하수는 얼어 터졌고 전기는 툭 끊겨 오도 가도 못할 판이다. 


밤이면 어디선가 승냥이는 울어대고 구름이 잔뜩 낀 날은 왜 그리도 까마귀 떼들이 기승을 부리는지, 혹시라도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영화 ‘조난자들’에 나오는 으스스한 장면들이 예라서 연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조금만 생각을 해보아도, 아니 단 10초 만에라도 저 그림 같은 집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허망한 일인지, 그 진면목을 바라보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림 같은 집이면 무엇 하는가? 아예 그림 속에서 산다면 모를까. 분명한 것은 건축은 회화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3.

외관은 건축이 다루어야 할 수많은 본령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정말로 좋은 집을 얻으시려면 머리와 가슴 속에 자리 잡은 난공불락의 고집,  

그 "그림같은 집"부터 부셔 버리시길! 

"껍데기여 가라!"고 외치며 단호하게 걸어 나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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