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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맘 은지 Sep 21. 2024

엄마냄새

짠한 엄마잠옷

내 딸 다온이를 안았을 때 다온이가 내 가슴에 코를 박고 있는 게 좋다.

딸아이를 바라보며 늘 생각한다.


‘엄마냄새를 맡으며 안정감을 느끼겠지?

엄마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평온하겠지?’


딸이 내 품 안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서서히 알아가고,

엄마 품 속의 푸근함을 느끼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길 바란다.


딸을 안고 있으면 두 세 살배기였던 내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때가 아직도 기억나는 건 어린 나이에 느꼈을 엄마 품의 그리움이, 작은 가슴에 우주처럼 크게 자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우유병을 잡고 빨며 아장아장 걸을 수 있는 나이.

엄마 품에서 엄마냄새를 맡으며 포근히 자고 싶었지만, 엄마가 일하러 나가신 동안에 느꼈던 공허함은 마흔이 된 지금까지도 진하게 남아 있다.

엄마가 일찍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어린 나이에도 직감했는지 엄마를 대신해 줄 존재로 할머니도 이모도 아닌, ‘엄마의 잠옷’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옷장 문을 열어 녹색깔의 엄마 잠옷을 찾아 뒤졌다.

엄마가 매일 입는 잠옷. 그 잠옷에는 엄마가 갓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 발랐던 샤워코롱 향기가 엄마살 냄새와 섞여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한 쪽 손에는 맘마통을 들고 한 쪽 손에는 엄마 잠옷을 목에다 둘러멨다. 그러고는 잠옷을 코에 박아 킁킁 거리며 마치 엄마 품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잠옷으로 대리만족했다.

엄마 잠옷이 없으면 아쉬움에 아빠 잠옷을 찾아 나섰다.

아빠 잠옷에는 좋은 향이 나지 않았다. 아빠살 냄새와 무명천 냄새, 그리고 공중에 날린 담배 냄새가 뒤엉켜 냄새가 썩 좋지 않았지만 아빠 잠옷이라도 안고 있어야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에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한 때 나를 봐 주셨던 이모들이 내 어렸을 때를 이야기할 때면 잠옷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하신다.


“ 은지는 꼭 엄마잠옷을 끌어안고 잤었다.”


이모들은 조카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웃으시며 이야기를 하시지만, 나에게는 찡한 기억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라는 말처럼 엄마가 없으니 엄마잠옷으로 대체해 스스로 마음의 안정감을 가지려는

두 세 살배기 여자아이. 엄마를 찾으며 울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엄마잠옷으로 안정감을 느끼려 했던 그때의 내가, 한때는 대견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영특한 여자아이의 모습보다는 엄마라는 큰 존재를 어린 가슴에 품고 그리워하는 작고 여린 아이의 모습으로 짠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내 딸 다온이만큼은 엄마 품이 그립지 않게, 내 품 안에서 스르르 마음을 녹이며 편안하게 쉴 수 있게 꼬옥 안아주고 있다. 그리고 귓가에 대고 속삭여 준다.


“다온아, 엄마가 있어~~, 엄마가 다온이 많이 사랑해~~알지?”


딸을 안고 있지만 어쩌면 어렸을 적의 나를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내가 느꼈던 공허함과 엄마 품의 그리움을 딸아이를 안으며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 딸이 외롭지 않게,

더이상 엄마 품이 그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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