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한 달에 한 번, 꼭 미용실을 찾는다.
하늘을 나는 듯 기분이 설레는 날에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울음이 톡 터질 것 같은 날에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감정에 휘둘려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떠돌 때도 있지만,
미용실만큼은 나에게 고정된 장소이다.
변덕스러운 내 감정과는 달리,
미용실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그리고 커트를 마치고 미용실 문을 나설 때면,
나의 감정은 하나로 통일된다.
우리 동네 JM미용실은 아주 작은 1인 미용실이다.
하루는 오픈 시간에 맞춰 첫 손님으로 예약을 해두고 찾아갔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문은 잠겨 있고 내부는 깜깜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밤사이 도착한 택배 박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혹시 날짜를 착각이라도 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달력을 몇 번이고 보더라도 오늘이 분명했다.
냉큼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주인 없는 가게에는 외로운 벨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런데 때 마침,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내 미용사님과 눈이 마주쳤고, "오셨어요?!"라는 한 마디가 나를 반겼다.
"세상에.. 뭐지!? 이 쿨함은"
우리는 그렇게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불이 환하게 켜지고, 내부에는 어제 사용한 듯한 종이컵 하나가 선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쾌적하다는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1인 미용실답게 오히려 그 인간적인 모습이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겼다.
청담동 출신이라는 미용사님의 프로필에 걸맞게, 커트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특히, 나의 뜨는 머리는 늘 골칫덩이였는데, 이토록 저주받은 머리도 잘 다듬어주시는 걸 보면,
안심하고 맡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더군다나 미용사님은 나와 비슷한 또래라서 그런지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고, 나나 미용사님이나 말이 많은 스타일은 아닌 것 같지만 나름 진지한 대화가 잘 통하는 느낌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고객응대 서비스는 중요하니까)
어찌 됐든 머리를 자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은 금세 훅 지나버리고,
눈앞에는 둥글둥글하게 잘 다듬어진 내 두상만이 거울 속에 비친다.
그리고 내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살며시 떠오른다.
어떤 감정 상태로 미용실에 가든 상관없이, 마칠 때가 되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는 건,
어찌 보면 참 행복한 일이다.
특히나 단돈 2만 원에 이러한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니,
미용실은 나에게 지친 하루 속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작은 안식처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저 머리를 자르는 공간을 넘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곳으로 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신에게도 이런 안식이 닿기를.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 괜찮은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