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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뒤처져 있는 것 같아서 초조한 당신께.

국도형의 [인생탐구영역]- 이렇다면 당신은 명백하게 뒤쳐져 있는 겁니다.

내가 창업했던 2013년도 당시, 컨설팅으로 만났던 대구 출신의 한 사업가가 있었다. 거의 한 번도 경상도를 떠나본 적이 없다는 그는 야무진 체구에 수염이 덥수룩이 얼굴을 뒤덮은 상남자 같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목표는 간단했다. 사업적인 성공을 거둬 하루 빨리 서울로 상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화를 해보니 나이도 같았고 하고 있는 일도 비슷하여 통하는 것이 많았다. 장장 4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비록 컨설턴트와 의뢰인의 관계로 만났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우린 친구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뜸하게 연락을 이어나가던중 그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한게 없는 것 같은데 나한테 고맙다고 얘기했다.


초대를 받아 방문했던 그의 사무실은 강남에 위치해 있었고, 대충 가늠해도 당시 우리 사무실의 세배는 되보이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심지어 회사 안에 별도의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그때 한 번 현타가 왔었다. 막상 서울에 있던 나는 그간 뭘 했는가...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업종이 다른 부분도 있었고, 해당 사무실이 다른 용도로 같이 쓰인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지 더욱 열심히 하자 라는 생각을 하며 느껴지는 열등의식을 우리 조직을 위해 발전적인 곳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나는 더욱 쎄게 현타를 맞아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고 동갑에 시작점이 거의 비슷 했던 그 회사가 2년만에 삼성동 한복판에 8층짜리 건물을 쓰게 된 것이다. 직원수도 족히 50명이 넘었던걸로 기억한다. 이쯤되니 사실상 나름 선의의 경쟁의식을 느끼던 사람에게 경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워낙 친했던지라 2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만나서 술한잔씩을 기울였다. 그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부러워했고 열등의식을 뛰어넘어 경외감이 느껴지는 그의 성과에 대해 아낌 없는 인정을 표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암묵적으로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던 우리의 관계는 거의 완벽히 한 배를 타게 되었다. 경쟁을 떠나 조력자 대 조력자의 관계가 형성되어 정말 얘기하기 힘든 개인사까지 다 오픈하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날 위해 자기가 소유하거나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주었다. 대외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던 날,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이 소유한 슈퍼카를 본인 비서를 통해 먼저 보내준다든지 협회 차원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어떤 행사를 할 때면 무슨 행사를 하는건지 묻지도 않고 거기에 필요한 물적, 인적 자원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새벽 2시쯤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남산인데 시간 되면 같이 담배 한 대 태우겠냐며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 한통에 한참 시청하고 있던 영화를 뒤로한 채 한걸음에 달려가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 앞에다다렀다. 꽤 심각한 표정이었던 그는 그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다 오픈할 수는 없지만 당시 들은 얘기들은 매우 충격적인 얘기들이었다. 요약하자면 삶에 회의를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대부분 자신이 이룬것들에 대한 진실에 가까운 얘기들이었다.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나는게 말이 끝날때쯤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저는 진심으로 국대표님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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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처음엔 농담으로 하는 얘기인줄 알았다. 남자 둘이 새벽감성에 취해 대화를 나누다 급발진하며 나온 얘기라고 생각했다.


"어이구 부러워할게 없어서 제가 부럽습니까 세상 사람들 다 물어봐도 누가 더 부러운 사람인지 알껀데요."


머쓱하게 꺼낸 말이긴 했지만 진심이기도 했다. 나는 그만큼 그가 이뤄낸 성공에 대해 같은 처지의 창업 기업인으로서 경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은 지금까지도 너무나 큰 터닝포인트로 다가왔다. 담배 연기를 한참 내뿜으며 그는 내게 조용히 얘기했다.


"일단 대표님은 하고 싶은 일을 하시자나요. 무엇보다 남들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계시니 주변 사람들이 진심으로 대표님을 좋아서 만나는 것이 보여요. 저도 그렇고요." 라며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남아 있는 사람은 국대표님 밖에 없더라고요. 이렇게 실례불구하고 새벽에 연락 드린 이유도 사실 와주실 분이 대표님밖에 없어서 그렇습니다. 배부른 소리인 것 알지만 저는 차라리 대구에 있을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말씀은 안드렸지만 평소에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하며 대표님을 부러워했어요 배우고 싶었고요."


엥?????


이게 무슨소린가. 참으로 의아한 얘기였다. 늘상 사람에 둘러쌓여 사는 사람이, 여러대의 고가 외제차에 으리으리한 강남의 신축빌딩, 무엇을 하든 업계에서 주목 받는 유망한 사업가가 대체 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인가. 쌓아놓은 부로 하고싶은 것은 얼마든 언제든 다 하고 사는 사람이 대체 왜 내가 부럽다는 얘기를 하는 것일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사람인지라 '이 사람은 참 배부른 소리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꾸준히 그런 말들을 반복했다. 술에 취해있든 취해있지 않든 몇 년을 같은 얘길 듣고 나니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 이 사람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 한가지 정도는 내가 가지고 있나 보구나...'


수년이 지나 온전히 그 얘기를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계발서에 적힌 '가진것에 감사하라' 는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다. 대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욱 큰 관심을 둔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나를 보지 못했던 것처럼.


혹시 습관적으로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깍아 내리고 계신 분이 있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생각의 틀을 넓혀보시길 추천드린다.


'그래 그냥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삶이 있을 것이야.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내 방식대로 살면 돼.'

'나는 저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자나. 저 사람도 오히려 나를 부러워 할 수 있어.'

'아 저 사람은 참 잘난 사람이구나. 경쟁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저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내서 내것으로 만들어보자.'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조심스럽게 여쭤본다.

혹시 과거의 나처럼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으면서 그저 보여지는 것만보고 판단하고 그것에 나를 맞추며 정작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에 대해선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닌지 말이다.


만약 아직도 남들에게 뒤쳐져 있는 것 같아 두렵고 초조한 분이 계시다면,

그 감정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시작 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린다.

원래 비교라는 것은 대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어떤 비교를 하든 당신이 늘상 부족한 사람에 속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당신은 생각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미 당신이란 존재와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을 보지 못한 채

결론을 위한 결론을 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로인해 당신의 삶은 다시 한 번 확실히 뒤쳐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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