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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 우리 인생은 진짜 정해져있나.

[국도형의 인생탐구영역] - 용하다는 무당께 사석에서 대놓고 물어봤다

몇년 전, 당시 같이 일하던 우리 회사 마케팅 팀장은 복잡한 개인사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자기 개인사가 몇년 째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찾아갔던 점집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전혀 주지 않았음에도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며 배울 것이 많기에 잘 배우고 (여기까진 기분이 좋았다...) 헤어지라고 했단다.(엉??)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말이다. 


참고로 당시 우리 팀장은 매 주말마다 교회에 다닐만큼 신앙심이 있는 사람이었고, 미신에 대한 의심도 큰 사람이기에 그런 말들이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싶었지만 1주일 뒤에 자신이 생각한 일을 해볼 때가 된 것 같다며 퇴사하겠다고 얘기했다. 사실 직원 사장 관계를 떠나 개인적으로 정도 많이 들고 힘들었던 시기에 만나 서로 등 맞대고 전진하던 사이었는데 무당의 말 한마디에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보고 새삼 말 한마디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나를 떠난 팀장은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진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오히려 나보다 훨씬 큰 사업가가 되어 지금은 역으로 내가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물심양면 도와주고 있다. 잠깐 서운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당시 무당이 얘기했던 것들이 뭔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소름끼쳤다. 뭐 결론적으로 잘 된 일이니까.. 


아마 글을 보시는 분들중에도 이런 경험 있으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당이 얘기한 것처럼 되었던 일들 말이다. 한 번 이런일이 있고나면 무당에 대한 신뢰는 전폭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나는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만약 찾아 온 사람에게 무당이 A로 얘기해야 할 것을 고의적으로 B라고 얘기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A로 흘러가는 것일까 B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늘 이런 궁금증을 안고살던 도중 아주 우연한 계기로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 한 분을 알게 되었다. 오래 활동하신 분이고 젊은데 출중한 외모와 더불어 미디어 활용도 잘하시는 분이라 업계에서도 꽤 유명한 분이다.


사적으로 대화할 시간이 좀 생겼을 때 그분께 넌지시 물어보았다. 

"선생님 정말 만약예요 무당분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말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다른 미래를 가르쳐주었다고 할 때 상대방 운명이 바뀌기도 하나요?"


솔직히 아니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네 그럼요. 무당이 뭐라고 얘기했는지에 따라 운명이 바뀌기도 하죠."


의아했다.

이 분 말인즉슨 운명이 정해져있는 것보단 믿는대로 흘러간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점을 본다는 것도 결국 우리가 직접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당을 통해 말로 전달 받을 뿐 아니겠는가. 궁금한 마음에 몇가지 질문을 더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한 얘기들이었다. 


들은 얘기들을 요약하자면, 운명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큰 틀에 있어 만들어져있긴 하지만 여러 변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운명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만남에 따라 서로에게 주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당이 정말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말로써 저주하게 될 경우 진짜 그 저주가 이뤄진다고 한다. 물론, 아무리 아는 사람이라해도 그 말을 다 믿진 않기에 (개인적으로 미신을 믿지 않는 편) '타인의 운명에 그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이라면 사람 사는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실제로 무당분들 아니냐' 라고 반문하자 '저주 같은 것들도 가능은 하지만 그럴수록 무당도 되돌려 받기에 고의적으로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라는 얘길 들었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운명론자'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데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알량한 지식이지만 아주 얇게 양자역학에 대해 공부해봤는데 이론상 과거를 돌아가거나 미래를 워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순간 삶을 되감기 하거나 빨리감기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되감기야 그렇다쳐도 빨리감기가 가능하다 하다면 뒤에 뭔가 진행되는 일들이 정해져있으니 빨리감기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마치 필름 지나가듯이 말이다. 


여튼 작은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그 날 이후 내 운명론적 관점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운명은 정해져있다. 다만, 내가 무엇을 믿을 것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그래서 나는 얌체같지만 재미로 보는 스마트폰 신년운세 같은 것들을 좋은 얘기가 나올때까지 본다. 

혹시 신년 운세 잘못나와서 걱정하고 고민하고 계신분이 있다면 나처럼 좋은 얘기 나올때까지 스마트폰 무료 운세 같은 걸로 계속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보시는 순간 당신의 운명은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내 의견이 아니라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께서 하신 말씀이니 맞겠지 뭐.


잊지말자 결국 운명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어떻 결과가 정해져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당신이 무엇을 믿을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신년운세 잘못나와 두달째 벌벌 떨며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 친구에게 이 글을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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