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게 만들어주는 치트키 '이것'
요즘 사람들의 표정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피로가 따라붙는다. 일터가 불안하면 마음이 먼저 흔들리고,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내 인생의 방향까지 정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술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유행은 몇 달마다 달라지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몇 년 뒤에도 살아남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직업의 절반 이상이 앞으로 10년 안에 대체 위험군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직업의 평균 유지 기간도 3~4년대로 짧아졌다.
반면 기대수명은 통계상 꾸준히 늘어 83세 안팎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서 보면 이 숫자가 현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체감되는 생의 길이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80세 이전에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많다. 숫자는 길어졌지만, 우리의 시간은 결코 느긋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보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 혼란 속에서도 유독 무너지지 않고 평안하게 자기 갈 길 가는 사람들이 있다. 업종이 바뀌어도 금방 자기 자리를 찾고, 직무가 사라져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역할을 만들고, 변화가 빠를수록 더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사람들. 이들이 남들보다 특별한 기술을 보유한 건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해서도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훨씬 더 근본적인 곳에 있다.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들, 즉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향, MBTI, 취향은 정체성이 아니다. 정체성은 내가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존재의 본질, 내 삶 전체를 통과시키는 중심축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깊은, “나는 어떤 존재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질문에 명확한 문장을 가진 사람은 직업이 흔들려도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다. 역할이 사라져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정체성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고, 관계를 다루는 태도이며, 고통을 견디는 이유가 된다. 어떤 일을 맡든 그 사람에게서 비슷한 결이 느껴지고, 어떤 상황에서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태도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파고들어 본질을 먼저 찾는 방식으로 일한다. 또 어떤 사람은 흐트러진 관계를 안정시키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일한다. 이런 방식은 직무와 직책이 바뀌어도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도 사람들은 성과보다 ‘그 사람은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가’라는 인상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말한다. 업무 능력의 기억보다 태도와 방식의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어떤 사람은 직책을 잊더라도 “그 사람은 맡기면 확실히 해내는 스타일이었어” 같은 인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은 기술보다 존재의 결을 기억한다.
이 점에서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확장된다. 브랜드란 화려한 이미지나 SNS 팔로워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어떤 결로 기억하는가다. 기술은 금방 대체될 수 있고 직업은 금세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존재의 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도, 지금 하던 일이 사라져도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게 기회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분야를 지나왔다. 사회, 정치, 브랜드, 전략, 컨설팅, 공익, 콘텐츠, 조직. 외관상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일을 대하는 기준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해왔다.
“나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문장은 성격이 아니라 존재의 방향이다. 그리고 기술이나 직업보다 먼저 나를 움직여온 힘이었다. 이 정체성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도 결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국도형’이라는 브랜드는 정체성의 외부적 표현일 뿐이다.
정체성은 복잡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래 세 가지 질문만 깊이 있게 던져보면 된다.
첫째,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가?
둘째, 내가 선택을 내릴 때 가장 우선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셋째, 내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나다운 방식’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 답을 하나의 문장으로 묶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정체성이다. 인생 전체를 설명하는 단 한 문장. 직업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그것이 바로 ‘나의 본질’이다.
정체성이 분명해지면 커리어의 기준점이 달라진다. 일이 흔들릴 때도 자신은 흔들리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는 감정의 소모도 줄어든다. 왜냐하면 정체성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심축 위에 시간이 쌓이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된다.
결국 흔들리는 시대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건 직업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기준’, 즉 정체성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사람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지는 순간,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당신의 길은 흐트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