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지도 기피하는 학교의 현실을 극복하려면
얼마 전 학생 생활 지도를 포기했다는 어느 교사의 글을 보았다. 그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욕을 하며 뛰어다녀도 크게 제지할 수 없는 현실을 탓했다. 건조한 목소리로 "조용히 해 주세요."라고 한두 번 타이르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했다. 방과 후에 잘못을 한 학생들을 남겨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받은 아픈 경험을 토로했다. 교사이기 이전에 월급쟁이 직장인으로서 학생들 생활 지도가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힘들다는 점을 피력했다. 아울러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학급에서 성실하고 반듯하게 생활을 잘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 글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럼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에 학생 생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들 중에는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쥐어 패야 교육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다. 실제로 80년대생들은 체벌이 존재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체벌을 통해 당장은 문제 행동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교육적으로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음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오히려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잠재의식만 심어줄 뿐이다. 아무리 목적이 옳더라도 폭력으로 특정 행동을 강제할 수는 없다.
체벌이 아닌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교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교사가 감정에 휘둘려 학생을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수업 시간에 대놓고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한 것은 엎드려 자는 학생을 보며 원래 쟤는 그런 아이라고 생각해 방관하거나 어떻게 감히 내 수업 시간에 엎드려서 잠을 잘 수 있냐고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학생 지도를 하기에 앞서 나의 감정부터 살펴본다. 보통 우리는 특정 상황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한다. 즉, 화의 원인을 내가 아닌 너에게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은 너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이다. 운전 중 누군가가 깜박이 없이 끼어들었을 때 화를 내는 사람이 있고, 화를 나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학생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특히 담임교사는 반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의 학급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았을 때 감정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며 꾸중을 하거나 훈계를 하면 아동폭력으로 신고를 당할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교칙으로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잘못을 했으니 마땅히 벌을 받아라는 마음이 아닌 아직 어린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행동을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명백히 급우들을 괴롭혔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는다면 그 학생은 훗날 더 큰 괴물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위 간부의 자식이 큰 범죄를 저질러 세간에 주목을 받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처음에 작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의 비호 아래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게 될 경우, 그 학생은 앞으로 더 큰 잘못을 저질러도 부모가 막아줄 거라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생활 지도가 어려워졌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잘못했을 때 방관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도리를 버리는 것이고 학생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학생 지도 시 나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느냐?" 얼마 전 반 학생들에게 '담임교사 경시대회'라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서로 더 친해지자는 의미에서 '담임교사'를 주저로 내신 시험 문제의 형식을 차용해 총 스무 문제를 출제했다. 그중에는 나의 교육적 가치관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반 학생들 대부분이 그 문제를 맞혔다. 그 문제는 다음과 같다.
다음 중 선생님이 가장 싫어하는 학생의 행동은?
1. 사복을 입고 등교를 해 교문에서 벌점을 받았다.
2. 방과 후에 쌤이 남으라고 했는데 깜박하고 집에 가버렸다.
3. 지각을 하게 되었는데 미리 선생님께 연락하지 않았다.
4.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급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5. 학교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다가 징계를 받게 되었다.
이 문제의 답은 4번이다. 왜 4번인지 알겠는가? 수업 시간에 졸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교복을 착용하지 않거나 지각을 하는 등의 행위는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다. 그러니 굳이 내가 화를 내면서까지 야단을 치거나 벌을 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화를 내는 순간 학생의 행동이 중심이 아니라 나의 감정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 버린다. 물론 그렇다고 방관하라는 말은 아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은 당연히 깨워야 한다. 그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그 학생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학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교사이다. 그렇다고 자유 의지를 지닌 인격체이기도 한 학생들을 강제로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억지로 먹이면 그것 또한 폭력이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대놓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피곤해서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은 애교 수준이다. 시체처럼 제정신을 못 차리며 엎드려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전날 밤을 새우고 학교에 온 경우이다. 이미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난 경우도 많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수면의 양과 질 모두가 부족한 학생의 성격은 무척 예민하다. 잠을 깨운 교사에게 왜 잠을 깨우냐고 폭력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에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엎드려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수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본다. 최대한 학생의 자율성과 수업을 받을 권리를 존중해 주기 위한 질문이다. 잠을 자다가 혹시라도 수업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지면 언제든 참여해도 좋다는 말을 덧붙인다. 수업 전에 수업에 참가할 의지가 전혀 없는 학생들과 일종의 합의를 하고 나면 나 역시 수업 내내 잠자는 학생과 시름을 하느라 힘을 뺄 이유가 없다. 감정적인 동요 없이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지닌 학생들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아울러 전체 학생들에게도 선생님은 수업에 참가 안 하는 학생들을 방관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학생이 잘못을 했을 때 교사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자. 우선 그들이 좋은 어른으로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의견을 전해준다. 문제 행동이 발생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말해준다. 수업 시간에는 공부를 하고, 건강을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고,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위해 규칙을 지키는 행동이 바람직하다고 알려줘야 한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계속해서 말해준다. 교사는 원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저자인 김혜남 선생님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가 봐도 잘못된 길을 가려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날 수 있지만 화를 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언을 건넬 때는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되,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편이 낫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 145쪽)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사람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지녔다고 본다. 그래서 교육은 어려운 것이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지도를 해야 하니 말이다. 교단에서 내려올 때까지 그 희망을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