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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Feb 24. 2021

감사일기 정말 효과가 있을까?

9개월 동안 꾸준히 감사일기를 써 본 후기



 '127시간'이라는 영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 영화는 '애런 랠스톤'이란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인적이 드문 산을 등반하던 중 최악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한쪽 팔이 거대한 바위 사이에 끼인 것이죠.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팔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는 험난한 산악지대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왔던 터라 구조를 요청할 수도 구조를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팔이 바위에 끼인 상태로 며칠 동안 사람은커녕 동물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번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를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서서히 갖고 있던 물도 떨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정신도 혼미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팔을 스스로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마취 없이 자신의 뼈를 스스로 부러뜨리고, 조잡한 휴대용 칼을 이용해 자신의 근육 조직을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이 장면을 짧게 재연했음에도 많은 관객들이 거북함을 드러냈을 정도로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저 역시 상상하기도 싫은 그 상황에 놓였다고 가정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살아나가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스스로 팔을 자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팔을 스스로 잘라야겠다는 다짐을 하기 전에 생의 의지가 약해져 저체온증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이 인적이 드문 산악지대에서 마감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초인적인 의지로 삶을 이어나가게 해 준 것은 그가 가진 '감사'의 태도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바위에 팔이 끼여있는 동안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즐겁게 살도록 해 준 이 세상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더 머물고 싶다는 강한 갈망이 생겼습니다. 다음에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했을 뿐입니다. 그 실천에 용기를 준 것이 바로 그의 '감사'하는 태도였습니다.



 저는 작년 여름부터 '미라클 모닝' 책을 읽고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인 할 엘로드가 추천한 미라클 모닝의 여섯 가지 과정(명상, 확언, 시각화, 독서, 운동, 감사) 중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침에 빠뜨리지 않았던 것이 바로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 제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9개월 동안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습관이 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다큐 온" ‘감사가 뇌를 바꾼다’ ... 코로나 위기를 감사 습관으로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 (csbn.co.kr)


 첫 번째로 긍정의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감사 일기를 통해 긍정의 언어를 매일 사용하다 보니 긍정의 태도를 갖게 됩니다. 긍정적인 태도는 건강한 삶과도 연결이 됩니다. 세계적으로 '장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곳이 옆 나라인 일본인데요. 많은 석학들이 긍정적인 태도가 건강과 장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최근 하버드 대학에서는 긍정적인 사람의 암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16% 정도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긍정적인 태도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감사는 스트레스를 덜 느끼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참을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미국 UCLA 의대 로버트 마우어 박사는 감사가 행복 호르몬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감사로 인해 활성화된 옥시토핀, 도파민, 세로토닌으로 인해 삶의 긍정성을 넘어 열정까지 가져온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매일 아침 감사일기를 쓰기 위해 평소에도 감사의 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부터 평소 제가 얼마나 부정적이고 거친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를 화나게 하고 짜증 나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엄청 거칠어지죠. 조금씩 저의 나쁜 언어와 사고 습관들을 인지하게 되었고, 고쳐나가게 되었습니다. 멘탈이 흔들릴 만큼 빡치는 상황에서도 그 순간 감사할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감사할 것이 생겨서 감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나의 주변에서 감사할 거리를 항상 찾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놀랍게도 감사의 마음가짐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해소되고, 나의 감정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저의 직업은 교사입니다. 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지요. 제가 사용하는 언어는 저를 만나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 학창 시절에 만났던 담임선생님 한 분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은 늘 저희에게 "혹시라도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선생은 안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애정이 없으셨기에 선생님의 언어는 늘 거칠었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체념하는 태도는 무섭게 우리들에게 전염되었죠. 그래서 부모이자 교사인 저는 특히 부정의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습관입니다. 매일 아침 감사 일기 쓰기를 통해 긍정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제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긍정의 언어 삶을 긍정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할 것입니다.



출처: 픽사 베이


 두 번째로 상황에 덜 지배당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애런처럼 혹독한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는 살다 보면 누구나 말도 안 되게 짜증이 올라오는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는 쉽게 남과 상황 탓을 합니다. 하지만 감사의 태도를 습관화한 뒤로 저는 예전보다 상황에 덜 지배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오늘도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늘 중으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인데 결재권자가 외출을 한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어제 오랜 시간 함께 회의를 했던 동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일을 처리할 줄 몰랐다며 미안해하는 동료에게 오늘 중으로만 처리하면 되니깐 일 천천히 보고 들어오라고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그가 외출을 한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그 상황에서 제가 짜증을 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두 시간 뒤에 결재했다고 연락이 왔고, 저는 순차적으로 다음 일을 처리했으며, 일과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나는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나에게 200%, 300%를 요구하는 아내에게 화가 났습니다. 대화로 풀기보다 감정적으로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육아라는 제로섬 게임이란 상황에 완벽히 지배당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에 지배당하는 경향이 예전보다 확 줄었습니다. 여전히 아내와 티격태격하지만, 아내에게 절대로 험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평소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태도 덕분입니다.




 세 번째로 인상이 좋아졌습니다. 작년부터 동료들에게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연말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사석에서는 반말을 하는 친하게 지내는 경상도 상남자 스타일의 동료와 있었던 일입니다. 성적 처리실에서 기말고사 OMR 카드를 돌리고 있던 그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뭐 좋은 일 있나?"

 "아니. 뭐 평소랑 똑같지."

 "근데 왜 자꾸 실실 웃고 다니노."

 "내가? 아닌데, 그냥 평소랑 똑같은데."

 "지금 이 순간도 웃고 있는데. 뭔데? 혹시 로또 됐나?"

 "아니다. 뭐라 카노. 로또 사지도 않는데 우째 당첨되노."

 "에이~ 아닌데. 로또 당첨된 거 맞는 거 같은데. 내한테만 솔직하게 말해봐라."

(웃으면서) "진짜 아이다. 그냥 오늘 하루가 나에게 주어진 게,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게, 또 직장에서 실없는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니같은 동료가 있는 게 감사해서 웃고 다니는 갑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무슨 개소리고."

(웃으면서) "미안!"


 그때를 떠올려보면 진심으로 저의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마침 그날 감사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날은 따뜻한 햇살과 맑고 깨끗한 공기도 감사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산책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감사했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괜히 나에게 시비를 거는 직장 상사에게도 감사했습니다. 일상에서 감사함을 느끼니 표정이 좋아질 수밖에 없고 저의 인상도 점점 온화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을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봤던 저는 늘 화가 나 있었습니다. 세상 화를 내어야 할 일 투성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현실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분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분노를 단순히 거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학에 불과합니다. 온화한 태도로 세상을 긍정해야 쉽게 실망하지 않고 세상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용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냉소적인 표정이었던 제가 밝고 온화한 인상으로 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감사 일기'를 쓰는 습관입니다.

 

출처: 픽사 베이


 마지막으로 감사 일기 쓰는 것의 최고 장점은 바로 '지금 여기'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잠깐 제 자랑을 하자면 고등학교 모의고사에서 운 좋게 계열 1등을 한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일 때 운 좋게 평점 4.3을 받아 다음 학기 전액 장학금을 받은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정식 교사가 되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모의고사 1등 했다고 자만하지 마라. 수능을 잘 쳐야 진짜다.", "평점 4.3점 받았다고 자만하지 마라. 임용고시가 진짜다.", "정식 교사가 되었다고 자만하지 마라. 다음 스텝을 위해 계속 공부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한 번도 진심으로 그 순간을 만끽하며 기뻐해 보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물론 아버지 입장에서는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쁜 심정을 꾹 참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현재의 긍정적인 감정조차도 숨겨야 했었을까요? 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해야 했을까요? 감사일기를 쓰면서 저는 지금 여기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매 끼니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비록 삼각김밥 하나를 먹더라도 사진을 찍어 두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습니다. 즐거운 식사와 술자리, 지인과의 유쾌한 수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 블로그 이웃들과의 소통, 운동을 하며 땀 흘릴 때의 쾌감, 아들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행복,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드러내는 기쁨, 매일 아침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미라클 모닝까지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게 됩니다. 혹시라도 일상에서 지금의 감사한 마음을 잊을까 봐 사진으로 남겨두거나 메모장에 적어 두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감사 일기를 일기장이 아닌 블로그에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관종'처럼 가식적으로 비칠까 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진심을 믿었습니다. 제 진심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산과의 비교를 통해 삶을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매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의 내가 되는 길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서투르고 낯선 일도 시도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배움이라는 자산을 남기게 됩니다. 감사 일기는 이런 태도를 기르는데 그 무엇보다 효과적이고요.



 앞으로 저는 축하할 일이 있거나 축하받을 일이 있으면, 마음껏 축하받고 축하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 일기에 기록할 것입니다. 대학 시절 술자리에서 늘 외쳤던 그 말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저는 그때부터 감사의 태도가 코로나와 같은 시대의 역경과 개인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어요!"





참고도서

감사의 힘, 데보라 노빌


영천소년의 감사일기

https://blog.naver.com/kukgyo/222254809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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