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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Aug 02. 2021

잘 사는 것과 회복탄력성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출처: 픽사베이


제 삶에 글쓰기와 함께 한 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참 부지런해졌지요. 저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시간 무엇을 하는지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데일리 앱 통계를 살펴보니 글쓰기가 제 삶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글쓰기를 하며 보내더라고요. 하루 중 최소 3시간 가까이를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이웃들의 글을 읽는 것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이면 전날 저녁이나 당일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글을 미리 써 놓을 정도로 1일 1포스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블로거라고 스스로를 칭해도 되겠죠?


1년 넘게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기를 표현하고 나의 삶을 기록함으로써 생산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목표가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던 큰 원동력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존재였습니다. 검색을 통해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들어와 주시는 분들도 고맙지만, 나름 고생해서 작성한 저의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주고 반응을 해주는 이웃들을 통해 오랫동안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 달 동안의 교류로 나름 정이 든 이웃이 블로그에 손을 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서운함과 상실감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반면에 잠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잠시 블로그를 떠났던 이웃이 돌아왔을 때의 반가움은 오프라인에서 오랜만에 친구와 재회했을 때의 기쁨 못지않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와 일상에 대해 공유해 주시는 이웃들의 글을 통해 저도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이웃끼리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시도하는데요. 얼마 전 이웃 중 한 분께서 제가 던져 주신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블로그 코칭 릴레이'이라고 평소 궁금했던 이웃에게 10가지 질문 중 하나를 묻는 이벤트입니다. 매일 오늘은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저에게는 감사한 이벤트이지요. 이웃께서 저에게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질문을 듣고 며칠 동안 저를 관찰했습니다. 제가 주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그리고 최근 들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죠. 그 결과 두 개의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잘 사는 것'과 '회복탄력성'입니다.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는 이 두 가지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저는 '잘 사는 것'에 대해 늘 생각합니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단 한 번뿐인 저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다운 방식으로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하고 놀고 사랑하기 위해 나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나다움은 지금 여기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 내일은 어떤 이벤트로 나의 24시간을 채울지 고민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에게 새로운 하루가 주어졌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 주어졌음을 감사히 여깁니다. 또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떠올리며 오늘 나의 하루가 영원히 되풀이될 수 있음을 상기합니다. 같은 하루가 영원히 반복된다는 끔찍한 가정은 오늘 하루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오늘은 뭘 하고 놀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 내 마음을 전달할지,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로 즐거움과 영감을 주고받을 것인지, 어떤 새로운 경험으로 삶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지, 어떤 글을 씀으로써 세상에 조금이라도 나의 흔적을 남길지, 어떤 맛있는 음식으로 나의 입을 즐겁게 해 줄지, 언제 어떻게 운동을 해 나의 몸과 마음을 기쁘게 할지 등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다음 스텝으로 어젯밤과 새벽에 세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틈나는 대로 '데일리 통계'라는 앱을 통해 저의 24시간을 기록합니다. 나의 매 순간이 기록되고 있음을 의식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멍 때리며 다른 짓을 하더라도 지금 내가 멍하게 쉬고 있음을 인지합니다. 새벽 5시 40분 기상 시간부터 시작해 잠자리에 드는 밤 11시까지 매시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를 기록하다 보면 내가 언제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치열하게 매 순간을 살겠다며 스스로를 옥죄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루 24시간을 아껴서 조금이라도 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로 채우고 싶은 욕심을 내봅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동등하게 주어집니다. 부자인 사람이나 권력이 높은 사람에게도 하루는 24시간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빨리 퇴근 및 하교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월급과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죽은 시간처럼 여기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주어진 환경을 인정한 후 그 시스템 안에서 최대한 나만의 방식으로 매 순간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있습니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잘 살기 위해서는 오늘 나의 하루 24시간을 잘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가장 많이 생각합니다.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합니다. 잘 사는 하루들이 모이면 좋은 삶과 인생이 될 거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를 지내는 방식이 곧 내 삶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잘 사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며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의 하루 중 낭비되는 수많은 틈들을 찾아내 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하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그 순간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기록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남기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둘 다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인들을 만나면 지금의 이 즐거운 순간을 남기자는 의미로 꼭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부모님과 아들의 경우 동영상을 많이 남기려고 애씁니다. 특히 부모님 두 분 모두 정정할 때의 모습을 영상으로 많이 찍어두고 싶습니다. 저보다 먼저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이 꼭 부모님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두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당신들의 목소리와 움직이는 모습까지 듣고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제 삶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는 블로그와 브런치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하루 종일 저는 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며, 그 실천을 글쓰기 매체를 통해 기록합니다. 매일 블로그와 브런치에 저의 이야기를 연재하며 살고 싶습니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그날도 포스팅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세상에 없더라도 제가 남긴 글을 통해 저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이란 단어입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사건을 겪기 전에 본인에게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사건은 이미 발생해 버렸습니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겪었고, 지금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났던 그는 덤덤하게 웃으며 그래도 앞을 향해 나아가야지라는 말을 저에게 건넸습니다. 저 역시 마음속으로 어떤 상황이 우리 앞에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으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할 때마다 가까이에서 그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고요.


예상치 못한 곤경을 겪으며 일상이 깨진 그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드라마에서 봤던 문장과 함께 '회복탄력성'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는 평생 회복탄력성이 불필요한 삶을 살고 싶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운 좋게 넉넉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별 탈 없이 평탄하게 인생을 살아왔거든요. 하지만 위기와 비극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닥칩니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생로병사입니다.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서 피하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저는 요즘 하루하루 행복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평화로운 일상 역시 한순간의 사건으로 무너질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누군가는 곤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폐인처럼 지내지만 누군가는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여겨 평소라면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무언가를 성취하기도 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회복탄력성'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해 제가 많이 하는 생각은 바로 '감사'입니다. 순간적으로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감사한 일과 감사한 사람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갑자기 아내가 올해 대구 집 처분을 위한 의견을 저에게 물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아내와의 협의를 통해 이미 결정을 내린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더라고요. 집을 팔 것인가, 막대한 세금을 감내하며 여러 채를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기로에 다시 섰습니다. 부동산 관련 법은 어찌나 복잡한지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내내 골치가 아팠습니다. 아내가 직장으로 인해 천안으로 이사를 하며 어쩔 수 없이 다주택자가 되었는데, 마치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인양 세금을 가중으로 물린다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내리는 결정으로 큰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 신경이 쓰였고요. 다 끝이 난 문제를 다시 거론한 아내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돈에 민감한 저는 세금을 계산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졌죠.


거실에서 끙끙거리고 있던 그 순간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스케치북에 글자를 쓰고 있던 아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부동산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제가 바보같이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눈망울을 보며 새삼 제 삶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 바로 제 아들이고 가족임을 상기했습니다. 아무리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더라도 가족이 불행해지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아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옆에서 저의 대답을 독촉하는 아내가 여전히 제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또한 대구와 천안에 우리 가족이 지낼 수 있는 집이 각각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했습니다. 집을 팔 경우에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집을 계속 보유하더라도 추후 다시 대구로 이사 갔을 때 살 수 있는 집이 있으니 그것 또한 감사했습니다.


부동산 보유로 인한 세금 문제는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혼 초기에 아내와 경제관이 달라 돈과 관련된 사안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입니다. 그때는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는 아내의 한 마디에도 멘탈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사소한 사건에 짜증을 내고 부정적인 상념에 빠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감사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하는 습관으로 저의 회복탄력성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평소 감사에 대해 자주 생각함으로써 예전보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빠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옷에 김치 국물이 튀거나, 작은 자동차 접촉 사고만으로 멘탈이 털릴 수 있습니다. 회복탄력성이 강하면 작은 위협에도 무너지지 않고 그 순간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인생을 더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또한 글쓰기도 회복탄력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신을 미화하게 됩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단면보다 긍정적인 모습에 더 치중하게 되지요. 매일 나의 일상과 생각을 글로 적는 습관을 키움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지니고 있던 잘못된 망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요.


오늘은 평소에 자주 생각하는 '잘 사는 것'과 '회복탄력성'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항상 '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계획했던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회복탄력성을 통해 뜻대로 되지 않는 제 삶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져주신 이웃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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