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천소년 Oct 31. 2021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살자

코로나 시대, 일상에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면 어느 곳에 가장 먼저 여행 가고 싶으세요?" 얼마 전 책 수다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사회자인 최호진 작가가 참가자들께 던진 질문이다. 지금까지 4번 정도 책 수다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가했지만 지금까지 이 질문만큼 멤버들을 행복하게 하는 질문은 단언컨대 없었다. 대답하는 사람이나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그려졌다. 보통은 집중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경우 심각한 표정일 때가 다수인데, 그 질문만큼은 다른 사람의 발언에 집중하면 할수록 듣는 사람의 표정도 밝아졌다. 다시 한번 느꼈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독서와 글쓰기 등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책 수다 멤버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꼭 반복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 행위를 해야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예컨대 나에게는 그 행위가 음주였다. 한 번씩은 음주에 대한 욕구가 없음에도 이쯤이면 한 번 정도 섭취해야 한다며 의무적으로 마실 때도 있다. 반면 나의 동반자인 G에게 반드시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행위는 바로 여행이다. 얼마 전에 만난 고모께서도 G에게 안부 인사로 요즘 코로나 때문에 여행 못 가서 어떡하냐며 걱정을 하셨을 정도이다. 사실 나도 G 만큼은 아니지만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새로운 곳에서 마시는 술을 좋아한다.) 이렇게 나도 G도 책 수다 멤버들 모두 여행을 좋아한다. 왜 대부분의 인간은 여행을 좋아할까? 인간에게 새롭고 낯선 경험을 좋아하는 DNA라도 있는 것일까?


온라인 모임에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우리는 여행에 대한 계획을 공유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 떠나기 전부터 여행에 대한 설렘과 흥분을 느끼며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최근에 국기 카드 및 세계 지도에 부쩍 관심이 많은 아이와 나보다 여행을 백만 배 정도 더 사랑하는 G와 위드 코로나 이후에 여행 갈 나라에 관해 자주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나의 워너비 여행지는 미국 '하와이'이다. 2025년에 하와이 여행을 가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고, 블로그 이웃이신 바다소리 님의 하와이 랜선 여행 포스팅은 더욱 관심 있게 정독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아침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며, 하와이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고 블로그 글을 쓰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는다. 또한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스노클링과 와이키키 해변에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고 싶다. 스노클링은 예전 몰디브 여행 때 처음 겪었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나에게도 스노클링은 진입장벽이 낮은 해양 스포츠였다. 스노클링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바닷속 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몰디브 여행이 아니었다면 평생 바다 속 세상은 영상으로만 접했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은 삶에 새로운 경험을 더해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해방되어 여행지에서 자유로움을 누리는 모습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사실 스노클링과 달리 달리기나 독서, 글쓰기는 지금 살고 있는 장소에서도 가능한 행위들이다. 왜 나는 꼭 여행을 가서 일상의 루틴을 행하려고 할까? 그것은 공간의 이동에 따라 나의 감각이 달라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공간에 따라 우리가 지닌 감각과 생각들은 달라진다. 작가들 중에 외진 곳이나 낯선 곳에 가서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 가면 우리의 감각은 훨씬 더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진다. 무뎌져 있던 나의 신체기관이 날이 서며 평소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고 맛보지 못했던 것들을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다. 나의 감각을 갈고닦는데 여행만 한 것이 없다.


또한 여행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중국에서 지냈던 시간 동안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있다. 바로 그동안 나와 연결된 관계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단절이 눈물이 날 만큼 괴로웠다. 3월 첫째 주에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폰을 꺼냈는데 연락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그 막막한 심정은 지금도 아련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 시간이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중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고 그곳에서의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까지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덕분에 느리지만 한 걸음씩 타인과 세상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관계가 지배하는 곳에서의 일탈은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을 세계가 아닌 나 자신으로 되돌려 주었다.


한편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여행의 신이 있다면 분명히 개구쟁이나 심술쟁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기차를 잘못 탄 사건,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린 사건,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숙박업소 문이 잠겨 담을 넘었던 사건 등등의 고난들이 떠올랐다. 계획대로 여행이 진행되는 것은 그것 대도 좋고, 그렇지 않은 것도 나중에 추억이 되고 블로그에 쓸 거리나 글 소재로 써먹을 수 있어서 좋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가 나의 계획에 없던 여행을 갑자기 계획하거나 해외에 나가서 살자고 할 때마다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굳이 돈을 들여가며 해외에 나가서 고생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그를 시작한 후부터 나는 G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가 고생을 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이전의 여행은 고생의 정도를 넘어서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새로운 공간으로 나를 집어넣는 것은 당연히 고생스럽다. 하지만 그 고생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삶의 경로가 달라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며,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도 한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여행에서 벌어진 모든 예상 밖의 상황은 좋은 소재거리가 될 수 있다.



일상을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여행은 우리를 낯선 곳으로 이끌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며 그것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매번 여행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이제는 마스크 없는 삶이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시간적, 금전적 이유로 멀리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이벤트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이벤트가 우리를 흥분시키고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인 중 한 명은 매년 겨울마다 동남아로 골프 여행을 떠났다. 그는 1년 중 동남아로 떠나는 열흘이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며, 나머지 355일은 그 열흘을 위해 버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번의 강렬한 여행이 나머지 날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한듯 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가 슬프게 다가왔다. 열흘의 여행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버텨야 하는 시간으로 여긴다는 것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여행 뒤에 오는 헛헛함과 상실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난 뒤 초라해진 재를 보는 느낌이랄까?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휴가를 잘 계획하는 것보다 일상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니깐.


그런 면에서 정세랑 작가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서 여행이 주는 상실감을 줄이기 위해서 대안으로 찾은 “탐조”라는 취미 생활은 여행의 대안을 우리에게 모색해 준다. 자연 속 새의 모습이나 울음소리를 가만히 관찰하는 행위는 크게 비용이 들지 않고 상실감도 적다. 게다가 일상에서 수시로 할 수 있는 행위이다.


그래서 나는 일상을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조금씩 낯선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상에서 쉽게 하지 못한 행동을 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역으로 일상에서부터 작은 것을 새롭게 바꿔 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직장까지 늘 다니던 출근길에 변화를 준 것이다. 또는 시간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매일 아침 8시에 집에서 출발했다면 한 번 정도는 7시에 일찍 집에서 나서 보는 것이다. 집에서 하던 아침 루틴을 직장 근처 커피숍에서 실행할 수도 있다. 나는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심호흡을 한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와 씩씩함으로 인사하며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인사말은 오랫동안 "안녕하세요!"였다. 여행자의 마인드로 인사말에도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든지 "보고 싶었습니다." 등의 멘트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하루에 조금씩 작은 균열을 주는 것도 매일의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 수 있는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에서 여행을 즐기는 자세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3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계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나는 이 단계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꼈다. 한때 HJ 투어라는 별명을 지녔을 정도로 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이끌며 총무 역할을 맡는 것을 좋아한다. 혹시라도 비가 내릴 경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플랜 B와 플랜 C까지 짜 놓는다. 매 끼니 식사 역시 선택지를 2~3개 정도 부여해 일행들이 일정에 참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왔다. 나의 준비로 인해 함께 여행을 하는 친구들이 즐거워하면 나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되었다. 두 번째는 여행지에서의 단계다. 여행지에 와 있는 이 순간만큼은 일상을 잊고 온전히 여행지에서의 지금 여기를 만끽해야 한다. 앞으로는 여행지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인스타에 짧은 글을 쓸 것이다. 오늘 새로운 곳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겪은 일들을 간단히 기록할 것이다. 마지막 단계가 여행 후의 단계이다. 여행이 끝난 후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를 통해 조금은 긴 호흡의 여행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여행기를 통해 나만의 경험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글로써 나의 여행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나의 여행에서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해 준다.


코로나 시국인 지금으로서는 두 번째 단계를 실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를 통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앞서 우리 가족은 자주 코로나 이후 어느 나라부터 방문할지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아이의 경우 지금 러시아어에 빠진 상태라 늘 러시아를 언급한다. 처음에는 '모스크바' 가고 싶다고 주장했다가, 나의 설득으로 인해 극동 지역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로 선회했다. 유튜브를 통해 러시아어를 접한 아이가 러시아어에 깊은 관심을 보여 얼마 전에 러시아어 선생님까지 모셔왔다. 운 좋게도 원어민 교사를 통해 집 앞 대학교의 유학생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다섯 살 아이인지라 수업보다는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어울려서 노는 수준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장 러시아에 갈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러시아 선생님과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럼 아들이 아닌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와 함께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엔 '하와이' 여행을 200% 즐기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여행지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여행지에 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여행을 통해 내가 겪을 수 있는 경험의 양과 질 모두 획기적으로 달라짐을 의미한다. 나는 일상에서도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미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함으로써 말이다.


또한 블로그에 꾸준히 여행기를 기록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작년 코로나 시국 때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지라 그전에 다녔던 해외여행에 대한 글은 블로그에 기록하지 못했다. 나의 경우 2015년 중국으로 파견 근무를 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현재 순차적으로 여행기를 올리고 있는데 아직도 2015년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나이다. 여행기를 쓰는 그 순간만큼은 다시 여행지에서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다행히 그 당시에 블로그는 하지 않았지만 스케줄 앱과 페이스북을 통해 여행에 대해 간단히 기록을 했기 때문에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비교적 생생하게 여행기를 쓸 수 있다. 코로나 시국인 지금은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왔던 여행을 복기하며 기록하는 방법으로 여전히 나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 8minwoo, 출처 Pixabay


지금도 충분히 좋다


요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 역시 여행과 관련이 있다. 여행을 다니며 위대한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 읽었던 책의 구절 중 나의 뇌를 울린 문단이 있어 소개한다.


내가 기대한 곳은 헌신적인 바리스타가 한 잔 한 잔 애정을 담아 커피를 내리는 그런 독특한 곳, 특별한 곳이다.

"저기 길 아래편에 스타벅스가 있어요." 톰이 말한다.

실망스럽지만 곧 스스로에게 묻는다. "에피쿠로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론 스타벅스에 갔겠지.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한다. 독특하지 않다. 애정을 담아 커피를 내리는 직원도 없다.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충분히 좋다.

다른 말로, 완벽하다.

214쪽


우리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닌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사실 몰디브나 하와이 같은 휴양지에 가서 푹 쉬고 싶다. 이탈리아 로마와 그리스 아테네에 가서 역사적인 명소를 눈에 담고 싶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에 가서 마음껏 미술관에 방문하고 싶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인 지금 당장 그런 종류의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그리고 코로나가 끝이 나더라도 앞서 언급했던 여행지는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워낙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에 큰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사치란 한 번씩 누릴 때 즐거운 법이다. 여행지로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뉴욕과 파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여행자만큼의 감격을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는 충분히 좋다고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여행처럼 즐기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모든 좋은 것을 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욕망을 채우는 삶은 한계가 있다. 최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다. 여행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시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명상, 독서, 글쓰기, 산책 등을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다. 또한 숱한 시행착오나 실수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현실 앞에서 충분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자세는 내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태도와 일치한다. 일상에서 작은 것에도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평범한 일상도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지낼 수 있다.


새롭게 구입한 책, 오늘 써야 할 블로그 글, 오늘 작성할 감사 일기, 오늘 인스타그램에 끄적거릴 나의 일상, 오늘 출근 시간에 공부할 영어회화 문장, 새롭게 개봉한 신작 영화, 지구 반대편에서 펼쳐진 오늘의 NBA 게임, 점심시간에 나눌 동료들과의 대화, 가고 싶은 장소, 걷고 싶은 길, 먹고 싶은 음식 등은 모두 일상에서 나를 설레게 하는 요소이다. 적어도 새롭게 주어지는 오늘 하루라는 시간을 어제와 비슷한 따분한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여행자의 하루도 그렇지 않은가? 오늘은 어떤 새로운 곳으로 갈 것이고, 누구를 만날 것이고,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여행지처럼 나의 보금자리에서도 오늘 하루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다.


내가 내뱉는 이야기가 무슨 진리인 마냥 귀 기울여 듣고 있는 학생들, 식사 후 동료들과 함께 하는 산책, 술과 함께 하는 소박한 저녁 식사, 비록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는 따뜻한 감정, 온전히 나를 위해 주어지는 퇴근 후의 시간,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평온하게 잠들 수 있는 잠자리 등은 나에게 행복을 준다. 비록 멀리 이국적인 곳으로 당장 떠날 수도 없고, 여전히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지만. 이렇게 나의 일상은 충분히 좋다. 다른 말로 완벽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선을 다하는 자세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