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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Nov 01. 2022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아이로부터 "아빠"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였나 보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적어도 내 삶의 궤적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아빠, 남편이 되기 위한 방법은 간단했다.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책에서부터 찾기 시작했다. 최근 3년 동안 주변에서 좋다고 추천해 준 책 위주로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문학보다 자기 계발서나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 서적의 책을 즐겨 읽었다. 좋은 사람으로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심에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자기 계발서와 같은 실용 서적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나의 독서 편식을 막아준 것이 바로 독서 모임이다. 색종이 및 책수다 독서 모임을 통해 서양 고전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이번 주는 책수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통해 한 편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바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책이다.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쉽게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약간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지닌 나는 대세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 힐링과 위로를 표방하는 소설이 유행이다. 워낙 각박한 사회이다 보니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내용의 소설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이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은 '불편한 편의점'과 유사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게다가 나는 짠돌이로서 웬만해서 신간을 구입하지 않는다. (짠돌이는 핑계고 워낙 평생을 책과 담을 쌓고 살았기에 중고서점에도 보고 싶은 책이 즐비하다. 단, 독서 모임 책은 주로 신간으로 구입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일 거라는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소설을 읽으며 책수다 독서모임과 이 책을 추천해 준 분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 생일인 지인에게 선물로 보내주었을 정도로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소설은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어딘가로부터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각의 상처를 안고 있던 그들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고민하고 방황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수월하게 등장인물 속 한 명이 되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동화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위대한 쇼맨'이라는 뮤지컬 영화를 보았을 때 느꼈던 행복감과 비슷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선량하고 무해하며 인간적이다. 휴남동에는 악역이 없다. 흔하디 흔한 진상 고객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사장은 할 일이 없어 멍 때리는 직원의 얼굴을 보며 표정이 재미있다고 웃어주는 대목에서 이 책의 장르가 판타지임을 확신했다. 직원의 정당한 급여와 복지를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사장의 태도를 보며 우리는 이질감을 느낀다. 모든 등장인물은 상대와 적절히 거리를 둘 줄 알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어쩌면 상식에 가까운 그들의 모습을 보며 동화 같다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슬픈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책'을 읽자!

© svqmedia, 출처 Unsplash


 이 소설에서 휴남동 서점이란 공간이 지닌 의미는 중요하다. 책을 파는 공간인 서점을 중심으로 소설 속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소개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 먼저 휴남동 서점의 주인인 영주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번아웃이 찾아온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판 돈으로 서점을 차렸다. 아직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그녀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하루 종일 마음껏 책을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로망 아닌가!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또 읽기.) 책은 영주를 받아 주었고, 책을 통해 그녀는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


 이렇게 책은 위로와 힐링의 기능을 한다. 최근에 나 역시 출근하기 싫은 날이 많았을 정도로 슬럼프를 겪었다. 되돌아보니 과거에 있었던 일을 후회했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학생들 앞에서는 학교에 무척 오고 싶었던 사람처럼 활짝 웃겠지만 그것은 거짓된 웃음이다. 아이들은 쉽게 거짓 웃음을 알아차린다. 내 마음을 치유해 건강한 모습으로 출근하고자 선택했던 것이 바로 ‘책’이다. 법륜 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처럼 직장 생활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위로가 되었다. 법륜 스님의 말씀을 통해 나의 상황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가볍게 마음을 먹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책도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휴식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조금 전투적으로 책을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새로운 것 하나라도 배워서 내 삶에 적용하겠다는 결의보다는 편한 좌석에 앉아 한 편의 따뜻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와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서 그런 듯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타인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다. 책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 또는 정반대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던 진리를 깨닫기도 하고,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며 치유의 감정을 느낀다. 때로는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도 기른다.


 이 책의 경우에도 좋은 구절들이 많았다. 각 장마다 밑줄 그은 문장들로 가득했다. 그래도 최근 3년 동안 300권 가까이 되는 책을 읽었다고 대부분 어디선가 접한 적이 있던 내용들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뻔하고 고리타분하다는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을 정작 우리는 잊고 지낼 때가 많다. 나의 경우 “제 좌우명이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다예요. 그게 무슨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으니 일희일비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삼은 거고요.(180쪽)”라는 문장이 도끼처럼 내 일상에 울림을 주었다. 최근 나에게 슬럼프가 온 이유가 지금 이곳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고 있는 길 위에서 충실하지 못했고 내가 가 보지 못했던 길을 막연히 동경했다. 하지만 삶은 복합적이고 미묘하다. 어떤 일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나도 모르게 내가 가고 있는 길 위에서 단점만을 부각해서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걷고 있는 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앞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했다. 독서가로서의 삶을 다짐한 후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들게 되었다. 아무리 정독하고 재독까지 하더라도 내가 읽었던 책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한다. 사실 몇 달만 지나도 까맣게 책의 모든 내용을 잊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꾸준히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책 내용이 기억에 남지는 않더라도 내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생에서 벌어질 선택의 순간에서 내가 읽은 책의 한 구절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책은 나의 선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좋은 선택은 나를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고,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거라 믿는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또한 좋은 책에는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은 본인이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왜 동화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일까? 아마도 그들이 책을 매개로 모였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책을 가까이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책의 저자들을 블로그 이웃으로 만나게 되었고, 독서 모임을 통해 성장과 행복을 추구하는 동지들을 알게 되었다. 소설에서 바리스타 민준은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했다. 성공한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책과 친해지면 된다.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상도 조금 더 좋아질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나에게 책과 독서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 더 인간다워지는 거요? 책을 읽다 보면 자꾸 타인에게 공감하게 되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절로 성공을 향해 무한 질주하게끔 설계된 이 세상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그러니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좋아질 거라고 전 생각해요.

56쪽



일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한다는 느낌

© StartupStockPhotos, 출처 Pixabay


 소설 속에 빨려 들어갈수록 이 책의 핵심이 ‘일과 삶의 균형'임을 알게 되었다. 영주는 직장에서 일에 함몰되어 자기 자신을 잃고 나서야 퇴사를 결정했다. 명문대학교 출신의 민준은 실패한 취업 준비생이다. 정서 역시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표출하며 직장을 그만두었고, 승우는 무례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보직을 옮겼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수의 인물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떠난 사람들이다.


 소설에는 일의 가치를 다룬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그 동안 일을 신성시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공공연하게 성인이 되면 당연히 자기 밥벌이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육체가 멀쩡한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결국 학교가 노동자를 양성하는 기관임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인생에 있어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렇다고 일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에 모든 것이 소진되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교사에 삶에서 일이 전부인 경우는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균형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권리가 있다.


 처음으로 제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성장한다는 느낌. 일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느낌이 아닐까 하고 민준은 생각했다.

182쪽


 토론에서 민준은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예쁜 단추가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명문대에 합격했고 평점도 4점이 넘었다. 예쁜 단추를 만들었음에도 정작 단추가 들어갈 구멍이 옷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모든 기력을 짜내 입사 시험을 치른 그는 또다시 불합격 통지를 받게 된다. 이후 그는 시간을 마음껏 쓰는 사치를 누리며 주변 대상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는 번듯한 직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다만 원래 알고 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것뿐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정신승리일지라도 그는 바리스타로서의 삶, 휴남동 서점 직원이라는 삶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 주도적으로 결정한 일이기에 더 나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장한다는 느낌은 그의 하루를 보다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 역시 직장 생활 16년 차로서 지칠 때가 많다. 특히 누군가에 의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결정된 일을 해야 할 때는 자존감과 의욕이 떨어진다. 월급쟁이의 숙명이라고 마냥 받아들이기에는 힘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장 문화나 소통 방식 등을 당장 내 힘으로 바꿀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의 직장에서 나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나는 어떤 ‘의식’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오랫동안 해 왔던 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 가운데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냉소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퇴근 이후의 삶도 내 인생이다. 퇴근 후 활동으로 내 남은 하루를 풍성하게 채울 수도 있다. 일이 꼭 직장에서의 업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직업인으로서의 일뿐만 아니라 러너, 독서가, 블로거로서의 나의 일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퇴근 이후의 모든 활동은 내가 의식적으로 행하는 일들이다. 아무도 강요한 적이 없으며 실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 맥락에서 이 소설에서 나의 롤모델은 '승우'이다. 그는 무례한 환경을 피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보직으로 옮겼다. 직장 일에서의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퇴근 후 문장에 매달렸고, 자신의 성취를 블로그에 올리며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이후 작가가 된 그는 휴남동 서점과 인연을 맺게 되어 소설에 등장한다. 어떤 일이든 장단이 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이 나를 좋아하는 일로 이끌 수도 있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와 작은 일도 정성을 들여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설 속 정서는 나의 평화는 내가 찾는다는 마음으로 명상과 뜨개질을 시작했다. 그녀는 오랜 기간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며 직장에서 소외감을 느꼈다. 자신을 무례하게 대하는 세상에 분노하며 조금씩 자신이 괴물로 변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할 수 있다.



행복과 행복감의 균형 찾기

© craftedbygc, 출처 Unsplash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통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소설에는 승우와 영주가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주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란 책을 통해 행복과 행복감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치열하게 행복을 추구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했던 행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탁월함을 발휘해 위대한 성취를 남기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삶의 끝자락에서의 이루어 놓은 나의 성취를 통해 내 삶이 행복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영주는 미래의 성취를 위해 현재의 행복감을 저당 잡아야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보다 일상에서 자주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행복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 앞에 주어진 것들로부터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영주는 직장인일 때 피곤한 상태로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굳이 서서 먹는 맥주 가게까지 혼자서 찾아갔다. 눈앞에 있는 맥주를 마음껏 음미하며 현재의 행복감을 충실히 누렸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하루에 10분이라도 살아 있기 때문에 이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는 것 또한 쉽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 있어 목표와 방향 역시 중요하다. 진로로 인해 고민이 많은 학생들에게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지금 머릿속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20대 때 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막상 해 보면 그리 즐겁지 않을 수도 있고, 별생각 없이 우연히 하게 된 일이 천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내가 갖고 태어난 잠재력을 모두 발휘해 보는 것도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성취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 무기력하고 만사에 심드렁한 고교생 민철에게 승우가 해 준 조언이 있다.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274쪽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것에 있다. 인생의 정답은 내 안에 있고, 그 정답조차 상황과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과 행복의 길을 추구한다. 사람에 따라 행복과 행복감에 대한 가치도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을 더욱 중요시할 수 있고, 누군가는 ‘행복감’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훨씬 더 우선시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행복과 행복감의 균형을 맞추고자 애쓰고 있다. 현재의 나는 내가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성취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단계이다. 이런 단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 앞에 해야 할 일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한 번뿐인 이번 생애에서 내가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꿈이 생길 거라 믿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은 행복감과도 연결된다.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 몰입하는 순간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과거의 지난 행적과 미래에 벌어질 일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로움의 구렁텅이로 빠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괴로울 때 헬스장에 가서 근육에 집중해 근력 운동을 하거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성장의 기쁨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정한 기준으로 하루의 일정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직장에서 채우지 못했던 충족감을 채워준다. 이 책을 통해 지금 내가 행복한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10월 책수다 독서모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고민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책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도록 해 줄 수는 없어도 옆에서 함께 걸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책을 통해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을 수 있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고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책수다 독서모임은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과 '휴남동'이라는 좋은 책을 갖고 의미 있는 수다를 통해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호진 작가 덕분에 책수다 온라인 독서 모임의 진행까지 맡게 되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더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함께한 온라인 독서모임 진행은 지금 이곳에서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 좋은 하루들이 모여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소설에서는 ‘좋은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이 아닐까.

41쪽


 이 책을 통해 최근의 무기력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평범하고 부족한 내가 어떤 상황에서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어제의 삶과 완전히 다른 오늘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의 여건에 안주하지 않고 행복을 찾아 기꺼이 방황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책은 이야기 속 타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 삶의 태도를 다잡아주는 좋은 문장들은 내 삶을 더욱 단단히 잡아줄 것이고,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보다 넓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 소설은 오래 두고 볼 만한 좋은 책이다. 독서를 통해 힐링의 경험을 누리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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