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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천소년 Jan 07. 2023

아이가 다쳤다

아이가 다쳤을 때 부모의 자세

© liz99, 출처 Unsplash


어렸을 때 나는 정말 많이 다쳤다. 워낙 조심성 없이 과감하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시도하며 뛰어 놀았기에 머리도 깨지고, 이빨도 부러지고, 발바닥에 못이 박힌 상태로 울면서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동네 아이들에게 나의 용맹함을 과시한다고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려 빈사 상태에 빠져 응급차를 부른 적도 있으니 나의 부모님이란 역할은 극한 직업 중 하나였을 것이다.



당시에 숨길 수 없을 만큼 크게 다치지 않는 한 나는 나의 부상을 부모님께 감추었다. 당시의 부모님께서는 내가 다칠 때마다 화를 내셨고, 나의 부주의함을 나무라셨다. 워낙 내가 자주 다쳤기 때문에 부모님 마음도 매우 속상하셨을 것이다. 지금은 부모님의 화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나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을 잘 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부모님이 화를 내시는 것이 무서웠다. 몸이 다친 것보다 마음이 다치는 게 무서워 웬만한 부상은 숨겼다. 학교 복도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긴 가시가 발바닥에 깊숙이 찔린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어른들께 어떻게든 숨기려다가 담임선생님께 들켜 뒤늦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어린 나는 부모님께 다쳤다는 사실을 제발 연락드리지 말아 달라고 담임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던 기억이 있다.



부전자전이라 말이 우리 부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어제 아들이 다쳤다. 이사 준비로 인해 짐을 정리하다 보니 이것저것 숨어있던 물건들이 나왔다. 아내는 대구 자취집에 가위가 없는 것을 기억하고 정리 과정에서 찾은 가위 하나를 식탁에 올려두었다. 그 새를 못 참고 아이가 가위를 갖고 장난치기 시작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가위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난감일 것이다. 나는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흉기와 같은 것에 민감하다. 칼이나 가위도 설거지 후에 바로 키친타월로 닦은 다음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넣어둔다. 특히 어린 시절 날카로운 곳에 베이거나 찔린 기억이 많아서 더 예민하기도 하다. (아직도 어린 시절 칼에 베이고 못에 찔린 흉터가 양손에 그대로 남아있다.)



안전사고를 신속히 예방하고자 나는 강압적으로 아이의 손에서 가위를 억지로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나의 행동을 제지했다. 아내는 인내심을 갖고 폭력적인 말투와 행동 대신 침착하게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못하도록 지도했다. 엄마의 진중하면서도 엄격한 눈빛 광선에 아이는 가위를 내려놓았다. 이내 다른 장난감을 찾아 안전하게 놀기 시작했다. 나는 사태가 종료된 것을 확인한 후 가위에 신경을 끄고 하고 있던 설거지를 이어서 했다. 아내도 짐 정리를 재개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또다시 가위를 갖고 장난을 치다가 가위 날이 아이의 눈을 스친 것이다.



날카로운 가위가 아이의 신체를 그것도 신체 부위 중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눈을 가격했다는 사실에 떨리기도 하고 화도 났다. 아이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져 속이 상하고 고통스러웠다. 아이의 고통을 내 것처럼 받아들이자 분노란 감정이 생겼다. 처음에는 위험한 가위를 탁자 위에 올려둔 아내에게 화가 났고, 다음으로 위험한 행동을 재차 반복한 아이에게 화가 났다. 다음으로는 빨리 가위를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우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사를 앞둔 바쁜 일상 중에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은 스트레스였다. 아이가 다치는 가장 일어나서 안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나의 평정심을 뒤흔들었다.



다행인 점은 '화'라는 감정을 예전처럼 고함을 지르거나 차가운 말투를 사용하는 등 나쁜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사고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부모로서 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속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마음을 가족들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된다. 자책하며 스스로를 공격해서도 안 된다. 아이가 다친 것이 누구 탓인지 책임 소재를 물으며 원망의 대상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놀란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아이를 달래주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보다 더 성숙한 아내가 화를 내려는 나의 행동을 제지했고 아들을 안아주며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아이의 시력에도 큰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안구 속 실핏줄이 조금은 터진 듯했다. 나 역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아들 역시 깜짝 놀랐는지 앞으로 위험한 놀이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이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고, 조금씩 성장해 갈 것이다.



앞으로도 활동적인 아이는 많이 다칠 것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아빠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이가 다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최악의 행동은 아이에게 화를 내며 나무란 후에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아내 탓을 하는 것이다. 다쳐서 속상한 아이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아빠로부터 그 어떤 사랑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안 그래도 다쳐서 속상하고 당황스러우며 부끄러운 상황에서 부모의 화는 아이의 자존감마저 손상시킬 것이다. 물론 아이의 독립성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가령 길에서 넘어지는 것 정도는 아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다쳤을 때 부모가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은 재빠르게 아이에게 달려가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의 부상 상태에 따라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음으로 아이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달래주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 전까지 부모는 아이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 언제든 나를 보호하고 있으며 부모는 나의 편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아이의 실수로 다쳤다 하더라도 부모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화를 내며 아이를 나무라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를 꼭 안아주며 안심시키는 것이다.



아이 부상 후기


예정했던 이사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이사를 통해 이사 업체에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지난번 이사 때 아침 식사 중에 이사업체가 도착을 해 더욱 정신이 없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미리 옷을 입은 상태에서 이사업체를 맞이했고 아이와 집 옆 스타벅스로 피신했다.



오전 9시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안과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눈에 큰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천안 집은 도보로 10분 거리에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10개가 넘었다. 언제든지 수월하게 병원 진료를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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